<김진수 칼럼> 무허가 축사 적법화! 또 탁상행정인가?

  • 등록 2017.12.21 18: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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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허가 축사의 적법화 시한이 내년 3월로 다가온 가운데 이에 반발하는 전국 축산인들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무허가 축사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가축분뇨가 수질오염과 악취 등을 유발한다며 2014년 3월 가축분뇨법을 개정했다. 개정된 법에는 축사 면적에 따라 분뇨관리시설을 갖춰야 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무허가축사는 내년 3월부터 사용중지나 폐쇄명령 등 행정조치를 받게 된다.

이날 집회에서는 무허가 축사 문제 해결을 위해 △무허가 축사 사용신고(허가) 유예기간 3년 연장 △축사사용 신고·허가 시 행정절차 간소화 △과도한 가축사육 거리제한 설정 방지 △가축분뇨법은 분뇨관련 사항만 규정토록 법률을 개정할 것 등 4가지 사항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농축산업계에서 정부를 성토하는 집회가 자주 열리고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통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먼저 정부가 관련 법률을 제·개정할 때 공청회 등 현장의 의견수렴을 적당히 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시행에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고 있으나 기간 중 중간점검을 하지 않고 시행이 임박해서야 시행을 발표함으로써 미쳐 준비가 되지 않은 업자들이 불평불만을 터뜨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정부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회원단체에서도 제대로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현장의 실태를 점검하지 않음으로써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법령을 제·개정할 때는 아무 말이 없다가 시행기간이 임박하면 그때 가서야 다급하게 시행이 어렵다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도 정부가 충분한 사전실태조사 없이 법령을 개정함으로써 나타난 사례를 보면, 대부분의 농가들이 축산법상 이미 신고·허가를 받았지만 가축분뇨법에 따라 다시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또한 가축분뇨법과 관련된 법률이 25개에 이르고 있어 적법화를 하고 싶어도 관련 규제조항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축산 현장에서는 오히려 환경오염방지시설을 철거하며 적법화에 반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축사는 비가 올 경우, 가축을 보호하고 토양 및 수질오염 방지를 위해 비 가림시설을 설치하고 있는데 이것이 건축법상 문제가 되고 있어 이를 철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축산관련단체에서는 과거 별다른 기준 없이 지어진 축사에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면서 전체 농가의 절반이 넘는 6만190곳(52.2%)이 하루아침에 무허가로 전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규모가 작은 시설을 뺀 나머지 4만5000호를 무허가 축사 대상 농가로 파악하고 있고 내년 3월부터 ‘가축분뇨법’이 적용되는 1단계 대상농가 1만8000호 가운데 적법화 완료농가는 4555호로 24.5%에 이르며, 현재 적법화가 진행 중인 농가는 6710호(36%)에 이른다며 시행에 별 문제가 없다는 소리를 하고 있다. 

축산인들은 지키지도 못할 법, 환경오염을 부추기는 법을 만들어 무허가라는 명목으로 전국의 축산농가를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며 유예기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고 특별법 제정을 통해 환경도 지키고 축산업도 지속시키는 방법을 마련해 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농식품부가 변화되어야 한다. 늘 문제가 발생하면 그 때 가서 허겁지겁 당황할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정책현장의 소리를 경청한 다음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정책결정과정을 소홀히 함으로써 일어난 사태이다.

농축산업계도 정부의 관련 정책수립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법령이 입법 예고될 때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듯이 조용히 있다가 시행이 임박할 때가 되면 그 때서야 법 시행에 문제가 있다며 정부에 딴지를 걸고 넘어지는 아주 고질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결국 당면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정부가 그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현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단계적으로 또는 현 실정에 맞게 유예기간을 설정하여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하여야 한다. 

앞으로는 정부와 업계는 더 이상 이런 낙후된 정책결정 실패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어야 하고 관련단체나 축산농가는 정부정책의 변화되는 내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정책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정책시행을 반대하기 위해 버스 지나고 나서 손드는 후진국행태가 이제는 지양되어야 하고 사라져야 할 때임을 알아야 한다.  


푸드투데이 김진수 논설실장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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