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칼럼> 한식 세계화, 새판을 짜자!

  • 등록 2017.05.23 18: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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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주도로 시작된 한식 세계화 사업으로는 떡볶이와 김치, 막걸리, 비빔밥이 대표 품목으로 선정됐고 투입된 예산만 해도 천 6백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김치 수출량은 최근 3년 사이 22%가 줄었고, 떡볶이 한류를 내건 떡볶이 연구소는 1년 만에 연구가 중단됐다.

 
올해까지 해외 한식당을 4만 개로 늘리기로 한 정부목표는 아직도 달성이 요원한데 평창 올림픽까지는 3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 5월 19일 드디어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시험대에 올랐다는모방송기자의 보도에 걱정이 앞선다.


우리나라 정부정책의 특성이라면 민의를 수렴하고 현장의 상황을 중시하는 바텀업 형태의 의사결정이라기보다 전문가나 행정가가 탁상 위에서 입안한 정책을 바로 시행하는 탑다운 방식의 의사결정의 성격이라고 말할 수 있다. 후진국의 정책이나 일반적으로 긴급하고 단순한 정책을 수립할 때에는 탑다운 방식의 정책결정이 효과적일 수 있지만 사회가 복잡다단한 선진사회로 접어들면 이러한 정책결정방식은 절반의 성공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진다.


중국, 일본, 태국, 인도, 베트남 등의 아시안 국가들이 자국의 음식문화를 세계외식시장 대상으로 현지화 하는데 성공하자 우리나라도 한류의 열풍을 타고 한식의 세계화에 갑작스레 뛰어들게 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충분한 사전준비 없이 현지상황을 제대로 읽지 않은 채 한식세계화재단을 설립하여 무턱대고 시행한 결과 당초 세웠던 장밋빛 사업의 목표달성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국땅을 찾아 생존이 절실했던 중국 사람들이나 베트남 난민들이 어디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음식장사에 성공했겠는가? 그 나라에 살면서 호구지책으로 오직 할 수 있는 것이 자국의 음식을 상업화하는 것뿐이어서 현지인들의 식 관습을 연구하고 좋아하는 음식을 고르고 개발한 덕분에 오늘날의 성공을 가져왔을 것이다. 아시안 국가들이 자국 음식문화를 현지화 시킨 것은 바로 이민자들이 주도한 덕분인 것이다.


한식의 세계화도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앞장 설 것이 아니라 이민을 간 현지 한국인이나 기업과 개인이 그 나라 식생활에 맞는 한식의 품목을 골라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 정부는 한식의 표준식단을 제공해 주고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지원하거나 외교적인 노력으로 제도적인 장애를 없애는 등 현지 사업가들의 요구와 필요를 해결해 주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정부는 기업, 사업자와의 상업적인 코드를 맞추는 일이 중요하다.


기업과 개인이 한식사업을 함에 있어 수익성과 지속성이 보장된다면 정부가 하지 말라고 말려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정부가 밤 놓아라 대추 놓아라 하는 식으로 일일이 간섭하는 한식세계화라면 사업자는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게 되고 실패하면 보상을 바라는 태도로 변하여 자립심과 독립심은 물론 사업의 적극성을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선거에 공이 많은 특정 개인이 권력을 등에 업고 공기업 장의 자리를 차지하는가 하면 예산을 쉽게 확보하여 새 정부의 역점사업을 한답시고 무소불위로 전권을 휘두르며 행사나 잔치에 대통령을 참석시켜 실세임을 과시하는 꼴불견을 너무 많이 보아왔다. 한식세계화사업도 그런 부류의 사업으로 출발한 것이 아닌지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통령이 인사에 탕평책을 써서 유능한 인재를 골고루 등용하여 나라의 평화와 발전을 꾀하고 국민들이 불편하거나 무리한 정책은 재점검하여 개선하겠다는 의지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중지하고 동물보호소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불쌍한 동물들을 입양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우리 사회가 선진 국가와 국민으로서 환경을 보호하고 생명을 중시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어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새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대통령취임사에서 밝히고 있다. 모든 정책 역시 공정하고 정의롭게 입안되고 집행되어야 한다.


그동안 탑다운 방식의 정책결정이 낳은 정책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민의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정책 사업을 모두 재검토해야 한다. 한식세계화사업 역시 당초 무리한 목표를 세우고 잘못된 사업전략을 수립했다면 처음으로 돌아가서 목표를 수정하고 사업전략도 현실을 감안한 바텀업 방식의 의사결정을 통하여 전면적으로 새판을 짜야 한다. 혹시 시행에 문제가 있어 성공이 어렵다면 폐기를 각오해야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하듯이 새 정부는 현실과 동떨어지고 문제가 많은 정책을 정권초기에 다듬어서 새롭게 출발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것이 좋다는 식으로 미루다가 세월만 보내면 기회를 놓치게 되고 나라의 발전은 더 이상 기대할 수가 없다.


아무튼 새 정부에서는 한식세계화사업이 그동안 드리워진 그늘을 거둬내고 보다 발전된 모습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푸드투데이 푸드투데이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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