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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VS김태희, 커피로 한판 승부

동서 아성 무너트릴 후발주자 반격···이전투구

커피믹스시장을 독식해오던 동서식품의 아성을 무너트릴 후발 주자 업체들의 반격이 거세지며 국내 커피믹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인의 필수 기호식품이 된 커피는 이른바 다방커피에서 출발했다. 다방커피의 황금비율인 ‘커피 1: 프림 2: 설탕 1.5’를 응용해, 설탕 비율만 2로 올린 커피믹스는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만들어졌다.


수십 년간 동서식품의 커피믹스 맛에 익숙해져 있는 국내 커피믹스 시장에 남양유업이 카제인나트륨의 유해성 문제를 들고 나와 기존 시장을 깨트리는데 성공했다.


1조원 규모의 커피믹스 시장은 김태희 커피라고 불리는 남양의 ‘프렌치 카페’와 김연아 커피로 불리는 ‘맥심 화이트 골드’가 1,2위를 다투고 있다.


다방커피 비율에서 출발한 커피믹스의 원조 ‘동서식품’


동서식품의 커피믹스 개발은 식물성 크리머(Non dairy creamers, 非 유제품 커피크림)의 국산화로 시작됐다. 네슬레가 1952년 우유를 이용해 개발한 ‘프림(Pream)’은 잘 녹지 않고 맛도 떨어져 실패했다.


이후 1958년 미국의 카네이션사가 유제품에 식물성 유지를 첨가한 ‘커피크리머’를 개발했고, 카네이션사를 인수한 네슬레에서 1961년 처음으로 야자열매의 식물성유지만으로 만든 ‘커피메이트’를 출시했지만 풍미가 떨어져 서구에서는 많이 먹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식물성 크리머를 넣는 것이 당연시됐다. 동서식품에서 1974년 야자열매의 유지로 만든 ‘프리마(Frima)’를 출시한 이후 세계 최대 식물성 크리머 생산 업체가 됐다.


1976년 12월 출시된 동서식품의 세계 최초의 커피믹스 ‘맥스웰하우스’는 인스턴트커피에 설탕과 크리머를 배합한 아이디어로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황금배합과 ‘빨리빨리’ 문화 속에 편리함이 어우러져 공전의 히트 상품이 됐다.

1987년 10월 네슬레가 두산그룹과 합작 투자해 설립해 ‘네스카페’,‘테이스터스초이스’ 등으로 단번에 인스턴트커피 시장의 20%를 점유하기도 했으나 커피믹스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 와중에 미원(현 대상)이 부도난 중소기업인 미주산업(MJC)을 인수해 ‘로즈버드’라는 브랜드를 출시했으나 동서식품의 우월한 인지도로 초기에 제압당해 1%도 안되는 점유율에 미치는 등 동서식품은 다국적 기업과의 커피믹스 전쟁에서 국내시장의 점유율을 조금 떼어주고 독과점 시장을 수성하는 것으로 끝났다.


비만 당뇨병 등의 영향으로 설탕을 기피하는 풍토가 생겨나자 1996년 동서식품은 설탕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스틱형 제품을 개발해 독과점 시장을 더욱 견고하게 다졌다. 1997년 외환위기와 여권 신장으로 남자들도 커피를 직접 타먹게 되고 냉온수기와 정수기 보급이 늘면서 커피믹스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남양유업, 김태희 커피로 커피시장 제패


동서식품의 독주에 변화가 없을 것 같은 연간 1조원대의 커피믹스 시장에 2005년 롯데칠성이 ‘레쓰비’로 진출한 이후 2010년말 남양유업이 ‘프렌치카페’로 커피믹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카제인나트륨을 빼고 무지방우유를 넣었다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1년 만에 점유율을 12.5%(AC닐슨 2012년 4월말 조사)가량으로 늘려 2010년 13.2%였던 네슬레(4월말 5.5%)를 제치고 동서식품을 75%대로 밀어내면서 단번에 업계2위를 차지했다.


남양유업은 카제인나트륨의 유해성을 놓고 동서식품과 공방을 벌였고 소비자의 관심도 커지게 됐다.


남양유업은 “프림이 걱정된다. 화학적 합성품인 카제인나트륨을 뺐다”는 광고를 냈다. 식품의약안전청은 비방광고라며 관할 행정관청에 시정명령을 내리도록 했다. 하지만 웰빙 심리를 파고든 남양은 손해 볼 것이 없는 싸움에서 마케팅의 성공을 거두었고, 뒤늦게 동서식품도 우유를 첨가한 제품을 내놓았지만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를 지켜본 대기업들은 영업이익률이 15%를 웃도는 커피믹스 시장에 대거 진출할 것으로 예상돼 이 시장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국내 식품업계의 영업이익률은 5% 안팎이며, 유제품의 경우 1%선에 불과한 상황이다.


남양유업은 커피시장에 사운을 걸고 나주에 1800억원을 들여 연간 50억개를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장을 지었다. 순수 사내자본으로 건설해 로얄티 없는 자체기술로 국내시장의 50%를 점유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해외에도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동서식품과 남양유업의 카페인 논쟁


지난해 남양유업은 김연아 커피로 불리는 ‘맥심 화이트 골드’를 허위광고라고 지적했고 동서식품은 부정확한 자료로 비방을 펼치는 남양유업에 관한 소송을 검토 중 이라고 맞불을 놓은 바 있다.


이 문제가 불거진 데에는 전적으로 ‘카제인’ 이라는 성분의 역할이 주요했다. 카제인은 우유나 탈지유와 같은 단백질을 산처리해서 얻어지는 화학적 첨가물을 말하며 카제인나트륨은 이 카제인에 나트륨을 첨가한 합성 첨가물을 뜻한다.


남양유업은 동서식품에 “‘맥심 화이트 골드’ 신제품 출시 당시 우유를 대신해 첨가하던 카제인을 빼고, 무지방 우유를 넣었다고 밝혔지만 성분분석 결과 동서식품의 해당 제품에 1.39%에 달하는 카제인이 함유된 것을 확인했다”며, “무지방 우유를 넣었다고 밝혔던 자체가 문제가 있으며 식품위생법 표기기준에서 복합 원재료는 상위 5개 성분만 표기하는 것을 이용해 카제인을 의도적으로 표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동서식품은 “해당 제품(맥심 화이트 골드)에 카제인이 첨가된 사실은 인정하지만 카제인을 대체하는 무지방 우유만을 넣었다는 사실을 주장한 적은 없다”며, “카제인은 우유에 들어있는 단백질 성분 중 하나로서 남양유업 커피믹스에도 카제인이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동서식품은 이러한 논쟁에서 다소 형식적인 답변을 하며 제기된 문제에 대해 회피했고 보도자료를 통해 확실히 기업의 입장을 밝힌 게 아니라 “남양유업도 아직까지 카제인을 넣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성 주장으로 업계에서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최근에는 동서식품과 남양유업 판촉사원 간의 치열한 몸싸움이 결국 법원까지 이어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해 11월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모 마트에서 판촉을 벌이던 동서식품과 남양유업의 판매사원 간의 몸싸움으로 폭행혐의로 고소된 동서식품 사원 A씨가 대전지법으로부터 7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동서식품과 남양유업의 판매사원은 해당 마트에서 상주하며 각 회사 제품의 판촉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동서식품 판촉사원 A씨가 진열된 남양유업의 ‘프렌치카페’ 커피믹스를 일방적으로 치우고 ‘맥심’ 커피믹스 제품을 진열했다.


이에 남양유업 판촉사원 B씨가 항의하자 A씨가 B씨를 밖으로 끌고 나가 폭행해 B씨는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

 
‘아메리카노’를 표방한 커피믹스


한잔에 5000원이 넘는 드립커피를 마시는 고급화 소비 추세에 맞춰 커피믹스도 기존의 개당 110원선 제품보다 3배 가량 비싼 신제품이 출시됐다. 동서식품은 설탕과 크리머를 빼고 원두커피만 들어있는 개당 330원대의 즉석커피 ‘카누(KANU)’를 2011년 10월에 내놓았다. 원두분말 5%에 기존 커피믹스와 비슷하게 진공 건조동결 방식으로 추출한 것(솔루블) 95%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제조공정 과정에서 날아간 원두커피향을 다시 모아 첨가한 제품으로서 진정한 원두커피는 아니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롯데칠성도 비슷한 개념의 ‘칸타타 아메리카노 스틱(스위트,블랙)’을 개당 320원대에 내놓았다. 롯데는 동서식품의 카누는 원두가루가 5%에 불과하고 칸타타 스틱처럼 원두가루가 10%는 돼야 원두커피의 고유의 향과 맛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동서식품은 실제 커피맛을 좌우하는 것은 솔루블로서 여러 공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솔루블 함량이 높을수록 제조단가가 높아진다고 반박하고 있다.


남양유업도 이에 가세해 100% 아라비카 원두로 만든 원두커피믹스 ‘루카(LOOKA)’를 지난해 출시했다. 루카는 ‘Look at the new wave coffee(원두커피를 새롭게 보라)’에서 따온 이름으로 즉석 커피의 새로운 세계를 열겠다는 남양의 야심찬 의지를 담았다.


남양은 “100% 아로마 추출 방식을 사용했고 커피의 향을 풍부하게 살린 동결건조 커피와 미세하게 분쇄한 고급 아라비카 원두가루를 혼합해 향과 맛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도 2011년 원두분말이 함유한 1200원대의 ‘비아(via)’를 출시했다. 비아는 국내 시판후 보름만에 60만개가 팔리는 인기를 얻었다. 원두를 미세 분쇄해 분말 형태로 만든 제품으로 기존 커피믹스 제품과 전혀 다르다.


롯데칠성은 칸타타 아메리카노 스틱과 함께 범용 제품인 ‘칸타타 마일드골드’와 ‘리치골드 원두스틱커피’ 등을 150원에 출시했다. 카제인나트륨을 빼고 무지방우유로 만든 프림을 넣었는데 롯데는 칸타타 마일드골드는 부드러운 모카커피의 향미를, 칸타타 리치골드는 진한 커피의 향미를 구현했다고 선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우유도 국산 분유와 아라비카 커피로 만든 ‘골든카페 모카골드’를 출시한데 이어 라면업계 1위 농심도 커피시장에 진출했다.


농심이 승부수로 띄운 것은 바로 ‘녹용커피’라는 닉네임을 가진 ‘강글리오’. 이 제품은 신춘호 농심 회장이 개발 과정에 적극 관여한 것으로 신 회장이 지인들과 찾은 골프장에서 녹용을 섞은 커피 맛을 보고 농심 R&D센터에 제품개발을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농심 관계자는 "기능성커피는 소비자들에게 아직 생소하지만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해 적극 알릴 계획이다"며 "이번 강글리오 커피 소비자 반응을 보고 다양한 형태의 믹스커피와 액상커피 등 출시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장 농심은 올해를 커피 시장 진출 원년으로 삼고 3년 내 매출 1500억원 이상을 달성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농심 등 새로운 업체가 진출을 해도 매출에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해 매출은 전년대비 5%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커피믹스 시장은 성장세가 아닌 성숙기에 접어들어 드라마틱한 효과를 기대하고 보다는 남양유업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와 기술력을 강조해서 마케팅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포화한 시장에 신규 제품이 안착하기는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정체된 커피믹스 시장에 신규 업체들이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업체간 경쟁만 치열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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