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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의 식판 이야기> 학교급식 수산물 HACCP 인증 위조… “어떻게 납품 가능했나?”

공산품으로 편법구매 선호한 식재료 구매 관행 문제점 드러나

언론에 보도된 부산식약청 발표에 따르면 네이쳐홀푸드가 학교에 수산물가공품(공산품으로 분류)을 납품하면서 유통기한 조작 등 비위생적으로 재포장한 제품을 납품했다가 적발되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수산물가공품을 학교에 납품하면서 HACCP 인증조차 허위로 위조한 위탁가공업체를 통해 제품을 받아 100여개 학교에 공급한 것으로 드러나 놀라움을 주고 있다.


학교가 수산물을 납품받을 경우 해당업체의 각종 인증서류를 제출받도록 하는 것이 통상적인 관행이어서 HACCP인증을 위조한 회사의 제품이 학교에 납품되었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독자들로서는 어리둥절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학교의 식재료 구매방식에 허점이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이다. 학교급식 식재료는 보통 농산물, 수산물, 축산물, 공산품으로 나누어 각기 다른 업체로부터 식재료를 공급 받는다.


이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식재료가 수산물이다. 학생들의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수산물을 가급적 식재료로 많이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학교급식 담당자로서는 식재료의 신선도가 중요하고 위생관리 위험성이 높은 수산물을 메뉴에 넣는 것을 많이 꺼리기 마련이다.


그러자 많은 영양(교)사들이 수산물을 식단으로 짤 경우 전문 수산물 업체에 맡겨서 신선한 식재료 구매를 발주하기보다 가공포장 상태로 공급되는 수산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우 가공·포장된 수산물은 공산품으로 분류되어 수산물 전문업체가 아닌 공산품 납품업체에 발주를 하게 된다.


당연히 공산품 납품업체는 같은 가격에 이익을 많이 남기기 위해 저렴한 수산물을 수집하여 납품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가공·포장된 수산물을 제3의 업체에 위탁하여 생산을 맡기기도 한다. 이 경우 학교는 발주를 준 공산품납품업체의 신용만 점검할 뿐 제3의 수산물 위탁가공업체에 대해서는 전혀 관리 책임이 없는 셈이다.


서울시의 경우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이용하는 학교의 경우 수산물은 9개의 전문업체가 엄정한 선발기준에 의해 선정되어 센터의 관리 하에 수산물을 납품하면서 그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센터를 이용하지 않는 대부분의 사립학교의 경우 전문업체 지정의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 입찰 방식으로 식재료를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이용할 경우 식재료 안전성 관리로 인해 가격이 시중보다 10% 정도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제품의 안정성과 품질을 담보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 정도의 가격은 큰 부담이 아닐 것이다. 특히 친환경농산물로 인해 가격이 높기는 하나 그렇다면 수산물이라도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학교급식이 무상급식으로 바뀌면서 결국 학교의 직영식당은 공무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무사안일은 피할 수 없다. 식재료 구매도 업체 선정에 공을 많이 들이기보다 별 문제없고 일하기 편하게 경쟁 입찰에 맡기는 것이 대세이다. 이제는 농산물과 수산물조차 가공·포장되어 공산품화한 간편식재료를 구매하는 것이 유행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학교급식의 관행과 허점을 파고들어 최대의 이익을 창출하려는 것이 납품업자들이다. 학교식당을 급식 전문업체에 위탁 운영한다면 그런 식으로 속이지는 못할 것이다.


현재와 같이 비전문가인 학교장 책임 하에 영양(교)사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맡겨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학교급식 관련한 사건 사고들을 막을 길이 없어 보인다.


학교급식 단가를 더 올려서 충분한 인력지원을 하든지 아니면 학교식당 위탁운영을 허용하든지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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