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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의 식판이야기> 학교 내 파업 일상, 사회분위기를 개탄한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가 29~30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파업 영향을 가장 크게 받게 될 급식의 경우 단축수업, 도시락 대체, 위탁급식 등을 추진하게 된다. 예년과 달리 16개 교육청 모두 예외 없이 파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의 노조 우호적인 분위기에 편승하여 학교 내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이 전국적인 규모로 확대되고 있다. 금년은 이들의 파업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대안을 마련하는 분위기이다. 이대로 학교 내 파업을 사회가 용인하는 대한민국이 되어서는 안 된다.


2006년 학교식당 직영체제가 시행된 이래 잠복해 있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학교식당을 학교장이 직영토록 하기 위해 정부는 많은 예산을 투입하며 공을 들였다. 과연 학생들의 건강과 학습권을 위한 올바른 정책이었을까?


가장 혜택을 본 것은 영양교사로 신분이 바뀐 영양사들이다. 위탁급식업체의 계약직 영양사에서 정년과 신분이 보장되는 교원으로 채용되었기 때문이다. 학교의 영양교사는 수업을 하지 않는다. 식단 짜기에서 시작하여 조리와 배식 등 식당을 운영하는 일이 주된 업무이다. 보고라인이 위탁업체 사장에서 학교장으로 달라졌을 뿐이다.


다음은 조리종사원들이다. 위탁급식업체의 일용직이던 조리종사원들은 학교장이 직접 채용하는 단기 계약직 직원으로 신분이 달라지더니 민노총 산하의 학교비정규직 노조를 결성했다. 지금은 교육감이 직접 채용하는 무기 계약직을 요구하여 관철시켰고, 해마다 임금과 근로조건을 놓고 단체행동을 해왔다. 적지 않은 임금인상이 이루어졌고 근로조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나 조리종사원 파업은 해마다 거세지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무엇이 좋아졌는지 잘 모르겠다. 지난 5년간 급식단가는 두 배 이상 올라갔지만 급식의 질이 그만큼 좋아졌는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 투입대비 산출이라는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그렇다. 많은 예산을 투입했으니 급식환경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급식의 질은 별개의 문제이다.


우선 식당을 운영하는 학교장은 급식에 대해 문외한이다. 급식 사고를 막기 위해 절치부심하지만 학교장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전문지식도 없고 교장 본연의 업무인 교육에 전념하다보면 시간도 부족하다. 교사와 교육공무원들로만 구성된 학교 공동체 안에 노동자를 자처하는 민노총 소속의 조리종사원들이 다수 포진하여 파업 운운하니 보통 부담스런 일이 아니다.


학교식당으로 인한 행정력의 추가소요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매달 전자 발주를 통해 식재료별로 구입 예상 가격을 조사하고 이를 예가로 전자발주를 진행해야 한다. 각종 식재료를 공급하는 수많은 업체들을 관리하는 일도 복잡하기만 하다. 행정실은 행정실대로 영양교사는 영양교사대로 과중한 업무부담에 시달린다.


학교급식의 최종 책임자는 학교장이다.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급식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거나 문제점을 지적하기가 쉽지 않다. 학교장을 향한 것이기 때문이다. 식중독 등 급식에 문제가 터져도 학교장이 책임을 지는 일은 거의 없다. 식중독의 원인이 식재료라면 해당 식재료를 공급한 업체만 추궁할 뿐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헤아려보면 학교식당을 직영한 것이 과연 학생들을 위한 조치였는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 조리종사원들이 강성 노조인 민노총에 가입하여 전국적인 파업을 벌인다니 더 이상 할 말도 없다. 이번 파업은 조리종사원들의 근무지인 자기 학교에서의 근로조건 개선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 일종의 정치적 연대파업이다. 기가 막힌 일이 아닌가?


학교비정규직의 주력을 구성한 조리종사원들이 파업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을 막으려면 학부모들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 학교식당을 찾아 조리종사원들을 학부모들이 만나야 한다. 학교장이나 교육감에게는 학교식당 폐쇄를 요구하기 바란다. 식당 문이 닫혀도 한 달이든 두 달이든 엄마도시락으로 대신 하겠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


전국적으로 학부모들의 결연한 움직임이 가세된다면 국회를 움직여 학교식당 위탁운영이 가능하도록 학교급식법 개정을 추진하여야 한다. 학교 내에서 정치를 몰아내고 교육이 자리 잡게 하려면 학부모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그 누구도 우리 아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진정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