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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의 식판이야기> 공정위 대형식품회사 과징금 결정과 영양사들의 항변

금년 들어 학교급식 공산품 납품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다며 공정위는 대형 식품회사에 거액의 과징금을 물리고 있다. 이 회사들이 영양사를 채용하여 학교 영양(교)사들을 상대로 자사제품 구매 시 포인트를 주거나 쿠폰을 주는 영업활동을 해 왔다는 것이다.


공정위 발표에 의하면 그 규모가 수억 원에서 회사에 따라 수십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액 규모로만 보면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시켜 일벌백계해야 할 일처럼 보이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보면 영양(교)사들에게 억울한 측면도 있다.


학교는 매월 단위로 학교 급식 식재료를 구입한다. 공산품의 경우는 대부분 경쟁 입찰을 통해 납품회사를 선정하여 구매한다. 1천여 명의 학생이 재학하는 학교의 경우 월 공산품 구매규모는 3천~5천만 원 정도 되며 이 규모에서는 반드시 경쟁 입찰을 통해 발주해야 한다.


공산품을 학교에 납품하는 회사는 주로 학교식재료 납품만을 취급하는 소상공인들이 대부분이다. 납품업자들은 입찰을 따내면 대형 식품회사들의 제품들 중에서 제품을 수집하여 학교에 납품하게 된다. 그런데 공산품이라 할지라도 식품이다 보니 학교 측은 취향에 따라 특정브랜드를 지정하여 발주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여기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되는 것이다.


영양(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산품으로 분류되더라도 식품의 경우에는 회사마다 맛과 향이 다르기 때문에 한번 특정 브랜드를 사용하게 되면 가급적 같은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맛의 변화에 민감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컴플레인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영양(교)사들은 아무래도 대형 브랜드회사의 제품을 선호한다. 그런데 대향 브랜드 회사는 회사의 영업 방침에 따라 구입한 제품에 대해 포인트를 제공하거나 쿠폰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마치 대향 할인마트에 가면 특정 브랜드의 경우 원플러스원 행사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영양(교)사들의 입장에서는 어느 브랜드 제품을 지정하더라도 제조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어서 급식비리라고 하기는 어렵다. 어차피 제공되는 것이고 사용하지 않으면 없어지는 것이니 영양(교)사에 따라서는 일부 그 혜택을 누리기도 했을 것이다. 어느 제품을 지정하더라도 회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이니 영양(교)사 입장에서는 대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언론에서는 영양(교)사들의 학교급식 비리로 몰아가는 형편이니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공정위는 대형 식품회사들의 잘못된 관행으로 보고 거액의 과징금을 물리면서도 검찰에 고발하지는 않았다. 급식비리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을 그들도 알기 때문이다. 영양(교)사들의 항변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언론에 발표된 규모는 억대라 할지라도 수천 명의 영양(교)사들에게 수년간 누적된 것이어서 알고 보면 월 단위 한건 당 몇 천 원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필자가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같은 종류의 식품이 브랜드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마트에서 파는 고추장이라면 어느 회사 제품이든 별 차이가 있겠는가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교육청 지침에는 공산품으로 나오는 식품의 경우 브랜드를 지정하려면 복수로 지정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럼에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영양(교)사들은 식품의 특성을 모르는 소리라며 ‘브랜드 지정은 필수’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조리라곤 라면 밖에 끓여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니 무슨 말을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