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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의 식판 이야기> 엄마의 사랑 담긴 도시락이 그립다

작년 어느 때쯤인가. 서울시에서 출자한 TBS 방송에서 대담자로 나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던 적이 있다. 서울시가 무상급식 5주년을 맞이하여 기념행사를 했으니 관련된 주제로 대담자로 나와 달라는 것이었다.


진행자는 유용화씨였고 대담 상대자는 서울시 친환경급식담당관실 김모 팀장이었다. 의외로 진행자는 필자의 비판적인 시각에 거부감이 없이 발언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 자리에서 가장 첫 번째로 이야기한 것이 부모의 도시락 이야기였다.


사실 부모와 자녀의 애착관계 형성은 아동의 성장과 인격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정설이다. 부모와의 애착관계 형성에 장애가 있을 때 아동은 인간관계 형성이나 소통하는 언어 방식 등에 자연스럽게 적응하지 못한다는 이론이다.


학생이 등교할 때 과거 우리의 부모들은 도시락을 싸 주었다. 중년 이상의 나이를 가진 사람이라면 도시락에 얽힌 에피소드 한두 가지 없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도시락을 매개로 하여 부모와 자녀 간에 형성된 수많은 사연들 역시 마찬가지다.


무상급식과 함께 학교가 직영 식당을 운영하게 되면서 도시락에 얽힌 부모와 자녀간의 수만 가지 소통의 장은 사라졌다. 필자는 무상급식 시행 후에 대한민국 어린이들이 잃어버린 가장 소중한 가치가 도시락을 싸는 부모와 도시락을 까먹는 자녀 간에 형성되어야할 보이지 않는 상호 관계의 소중한 가치들이라고 생각한다.


엄마의 따뜻한 손길이 느껴지는 도시락을 까먹는 아동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학교식당의 조리종사원들이 파업투쟁을 하며 머리띠 두르고 나누어 주는 식판을 받아먹는 아동의 모습과 비교해 보라!


가뜩이나 부모와 자녀 간에 주고받는 소통의 수단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배금주의가 만연하여 무엇이든 돈으로 해결하는 현대사회이다. 안방에 있는 아빠가 뒷방에서 공부하는 아들에게 카톡을 보내 대화하는 메마른 시대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12년간 엄마의 도시락을 먹은 아이들과 학교식당에서 배급하는 급식을 먹은 아이들이 같을 리 없다.


학교가 친환경 무상급식과 직영식당을 운영하면서 잃어버린 가장 소중한 가치는 엄마의 사랑이 담긴 도시락인 것이다.


물질만능시대를 맞이하여 사람의 가치를 소중히 지켜야 하는 시대이다. 더욱 사람의 냄새가 그리운 시대이다. 도시락을 통해 맡을 수 있었던 엄마의 냄새가 친환경무상급식과 함께 사라진 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