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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의 식판이야기> 이념과 정치로 시작된 친환경 무상급식, 실패로 끝날 것이다

대한민국 학교급식의 무상화는 2010년 지방선거 후 서울시가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시행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무상급식은 야5당의 전국적인 선거공약이었고 야권에 승리를 안겨 주었다.

불행히도 우리의 무상급식은 정부나 자치단체의 장기적인 계획에 의해 시행된 것이 아니고 정치적인 이슈로 부각되어 시작되었다.

6년이 지난 지금 무상급식은 성공하고 있는 것일까? 학부모 입장에서만 보면 분명 개선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비용의 효율성이란 측면에서 보면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무상급식이 시행되기 직전인 2010년 학부모가 부담했던 서울시내 학교의 1식당 급식비는 2,200원 선이었다. 2017년 무상급식으로 책정된 서울시교육청 급식단가는 4,800원 정도 된다.

급식단가는 두 배 이상 인상되었다. 어느 정도 물가상승율을 감안하더라도 두 배 이상이라는 것은 획기적인 수치이다. 그렇지만 학생들이 느끼는 급식의 질과 수준은 그만큼 느껴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2010년 급식단가에서 차지하는 식재료 비율은 75%이상이었다. 나머지 25%는 조리종사원 인건비나 조리에 들어가는 부자재 또는 연료비 등이었다. 2017년도의 식재료 비율은 60% 대로 떨어졌다. 그만큼 인건비가 물가 인상보다 파격적으로 인상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인건비 외에 학교급식비 인상 요인 중 다른 하나는 친환경 식재료의 사용이다. 통상 일반 농산물 보다 친환경 농산물의 경우 1.5배에서 2배까지 가격이 비싸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친환경 농산물의 시용 비율을 70% 이상 유지하도록 권장하는 조항이 급식지침에 있다.

셋째, 또 하나의 급식비 인상 요인은 전처리 농산물의 사용량 증가이다. 학교식당에서는 대부분의 식재료들이 즉시 조리가 가능하도록 완벽하게 전처리된 상태로 공급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감자의 경우 거의 다 깐 감자 상태로 납품 받고, 당근 역시 세척된 상태로 진공포장하여 납품 받는다. 이처럼 주방에서 다듬을 필요가 없이 즉시 조리가 가능하도록 전처리된 식재료를 공급 받으려면 그 가격이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학교식당의 급식 조리종사원의 근무강도는 과거보다 훨씬 약해졌다. 조리시설도 현대화되었고 대부분의 식재료 역시 전처리되어 세척된 상태에서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리종사원 인건비는 해마다 천문학적으로 인상되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학교급식의 단가는 지난 수년간 물가에 비해 대폭 인상되었지만 학생들이 실제로 먹는 급식의 품질이 그만큼 좋아지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위와 같이 바람직하지 않은 여러 가지 상태를 초래한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학교식당 운영이 외부 전문업체 위탁에서 직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직영급식을 무기로 학교장을 압박하여 조리종사원 직접 고용과 친환경 식재료 사용을 압박할 수 있었고 무상급식을 통해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급식비 인상에 대한 사회적인 압력을 완화시켰기 때문이다.

필자의 견해로는 학교급식이 수년 내에 그 비효율성으로 인한 커다란 사회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조리종사원 인건비 상승은 급식의 질과 무관한 단가 인상을 부추길 것이고, 조리종사원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영양교사들과의 갈등이 노출될 것이다. 그러면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가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