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김정욱의 식판 이야기> 학교 무상급식에 대한 환상은 깨져야 한다

서울시 초등급식비 7% 인상 중 식재료비는 0.7% 불과, 나머지 인건비 상승

금년 서울시교육청 산하 공립초등학교의 무상급식 단가는 4515원이다. 학부모들은 학교급식비라고 하면 가정에서 가계부를 쓰듯이 식재료비만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생각하듯이 4515원의 내역이 간단치만은 않다.


학교급식 경비라 함은 식품비, 급식운영비, 급식시설설비비로 나뉜다. 이 중에서 급식운영비는 다시 급식시설 및 설비의 유지비, 급식관련 종사원 인건비, 연료 및 소모품비로 구성되어 있다.


학교급식법에서는 급식경비 부담의 주체를 규정하고 있다. 식품비는 보호자(수익자) 부담을 원칙으로 하고, 급식운영비는 학교 경영자 부담을 원칙으로 하되 보호자(수익자)가 그 일부를 부담할 수도 있게 되어 있다. 다만 급식시설설비비는 학교 경영자가 부담해야 하되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공립의 경우 학교 경영자는 교육감이고 등록금을 받지 못하는 사립의 경우도 교육청 예산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니 결국 고정비에 해당하는 설비비와 유지비는 국가예산으로 충당하는 셈이고 변동비에 해당하는 식품비와 인건비·연료비·소모품비는 학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학교 무상급식이 시행된다는 것은 위 급식관련 경비 중 학부모가 부담하는 변동비를 무상으로 한다는 의미가 된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초등학생 1식당 기준단가 4515원이라는 금액은 식품비, 조리종사원 인건비, 조리실에서 사용하는 연료비 및 소모품비가 포함된 개념이다.


여기까지 알게 되면 학부모들은 4515원 중 학생들이 실제로 먹게 되는 식품비가 차지하는지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할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2017학교급식기본방향에 따르면 식품비는 2815원 내지 3197원이다. 기준단가인 2877원을 평균값으로 간주하면 무상급식비 중 식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4%이다.


2012년에는 식품비 비중이 75%였으나 지난 5년간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식품비 비중은 현저히 떨어졌다. 실제로 2017년의 경우 급식비 단가는 300원 가량 인상되었으나 이 중 식품비 인상분은 30~50원에 불과하다


학교급식비 중 식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학부모들이 유의 깊게 살펴야 할 대목이다. 마포의 D사립중학교의 경우 식품비 비중을 74%로 유지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 공립초등학교 평균 식품비 비중은 65%를 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조리종사원 인건비 급상승 때문이다.


D중학교의 경우 계약직으로 채용하여 최소인원으로 학교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공립초등학교의 경우 조리종사원을 교육감이 채용하는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했다. 대부분 비정규직 노조에 가입하여 교육청과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진보교육감을 자처하는 조희연 교육감 체제 하에서 노조의 강경투쟁을 수용하다보니 인건비가 지난 수년간 급상승한 결과이다.

 
월급 많이 주자는데 대해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사회경제적 합의를 뛰어넘어 학교식당의 조리종사원만 특별히 보수를 높이는 것은 문제라 할 것이다. 전국의 수백만 자영업자들이 식당에 조리종사원을 채용하고 있다. 학교식당이 조리종사원의 로망이 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교육의 자치 확대와 직선교육감의 선출, 나아가 학교식당의 직영체제와 무상급식 등이 어울려 국가예산을 흥청망청 쓰고 보자는 포퓰리즘으로 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제는 학부모들이 학교급식의 속내까지 들여다보며 감시하는 수밖에 없다.


2017년도 급식비 7% 인상 속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 식품비는 0.7% 인상되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