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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칼럼> 식품안전 일원화의 선결요건

한국맥도날드 대표가 7일 덜 익은 고기패티를 먹고 햄버거병으로 알려진 용혈성요독 증후군이 발생한 사안에 대해 송구스럽다며 공식사과를 하였다. 식품사고는 한번 터지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잇달아 발생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식품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식약처는 최근 일어나고 있는 식품사고를 처리하느라 일손을 놓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사고의 예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살충제 계란사태가 발생한 이후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식품안전관리 창구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국회에서도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먹거리 안전을 보장해야 할 식품안전관리 일원화 제도가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며 정부를 질타하고 있다.


식품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식품안전이 무엇인지를 알고 일원화의 선결조건이 무엇인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식품의 위해유무는 과학적인 기초가 확립돼야 규명이 가능하다. 식품안전을 관리하는 기관은 과학적인 수단인 위해분석 Risk Analysis이 반드시 필요하다. 위해분석기관은 위해평가 Risk Assessment, 위해정보교류 Risk Communication, 위해관리 Risk Management 기능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어야 한다.


현재 식약처는 식품, 의약품 등의 위해분석 기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축산식품의 안전관리를 농식품부로 넘기겠다면 우선 농식품부가 위해분석기능부터 갖추어야 한다.


다음은 농수축산물 등의 식품을 생산하는 기관이 식품안전을 관장하려면 미국의 FSIS처럼 별도의 기관을 독립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미국은 1927년에 농무성이 맡아오던 모든 식품안전업무를 축산식품업무를 제외하고 신설되는 FDA에 이양하였다. 1981년에는 농무성이 맡고 있는 축산식품의 안전관리업무마저도 독립기관인 FSIS를 신설하고 축산식품제조업소에 감시원을 파견하여 관리하고 있다. 이처럼 식품의 생산업무와 안전업무는 분리해서 관리해야 한다.


식품안전업무의 일원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식품안전기준을 제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위해평가를 통해서만이 얻어지는 산물이기도 하다. 현재 농약의 기준은 식약처에서 설정하고 농식품부에서는 농약사용에 필요한 매뉴얼을 관리하고 있다.


이번 살충제 계란은 사용매뉴얼이 없었거나 농가가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인위적인 사고이다. 현재 타 부처에서 시행하고 있는 식품안전업무의 경우도 모든 식품의 안전기준 제정과 위해분석은 식약처로 일원화하고 이를 시행 및 관리하는 것은 각 부처에서 관장하면 된다. 다만 식약처는 스파트체크를 통해 관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식품안전의 가장 큰 위해요소는 병원성 미생물이다. 농약 등 화학물질은 기준을 정해 사용요령을 제대로 지키고 자가품질검사과정에서 검사를 하면 사고예방이 가능하다. 그러나 병원성미생물은 어디서 오염되는지를 잘 알 수가 없다.


미국이 식품안전 전문기관인 FDA와 FSIS를 설립하게 된 계기도 유럽으로 수출한 미국의 축산식품에서 병원성 미생물이 검출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우리나라의 식중독사고의 통계를 보면 90%이상이 병원성미생물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각 국가들이 HACCP제도를 시행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1996년 HACCP제도가 시행된 이후 미국의 식품사고는 현저하게 줄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따라서 식품안전일원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식품안전에 대한 개념을 바로 알고 식품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식품안전관리기관이  HACCP제도를 이해하고 바르게 시행하는 것이다.


식품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의 현실과 상황을 파악하고 일원화를 하겠다면 먼저 선결요건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여건에 맞게 정부의 기구를 개편하고 제도를 신축성 있게 운영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만약 인력이 필요하다면 청년 일자리창출 차원에서 식품전공 인력을 채용하면 된다.


이번 기회에 부처의 할거성이나 정치적인 이해타산을 모두 접어두고 오직 소비자들에게 식품의 안전보장을 어떻게 하면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를 신중하게 고려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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