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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민 파동 한 달 "대책이 없다"

지난달 22일 국내 유통중인 식품에서 멜라민이 처음 검출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멜라민 사태의 여파는 아직 완전히 진정되지 못한 모습이다.

최근에는 건빵 첨가제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돼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도 보인다. 정부는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보다 근본적인 식품안전관리체계 마련은 아직도 제자리 걸음 수준이다.

지난달 22일 해태제과 '미사랑 카스타드'와 제이엔제이인터내셔널이 수입한 '밀크러스크'에서 멜라민이 검출된 이후 과자류와 커피크림 등 중국산 식품 10개와 중국산 건빵 팽창제 탄산수소암모늄, 뉴질랜드산 분유 원료 락토페린 등 총 12개 식품과 원료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

중국산 분유에서 시작된 이번 멜라민 파동은 중국뿐 아니라 전세계 기업으로 확대됐다. 중국 브랜드는 물론 중국에 생산시설을 둔 다국적 기업과 중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각국 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마즈나 나비스코푸드, 네슬레 같은 세계적인 기업의 제품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됐으며 국내 유수 식품기업들도 멜라민 사태의 예외가 되지 못했다.

지난해 중국산 애완동물 먹이에서 멜라민이 검출된 데 이어 올해도 사료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되면서 '멜라민 사료'를 먹는 축산물과 수산물, 심지어 달걀에까지 멜라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멜라민 파동은 중국산 분유에서 시작해 전세계 식품전반으로 확대됐으며 아직도 사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멜라민이 검출된 중국산 팽창제의 경우 멜라민이 들어간 경위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소비자 불안 가중 = 2005년 '김치 파동' 이후 최대의 식품사고를 겪은 소비자들의 불안은 더 커졌다. 식품의 종류를 불문하고 멜라민 오염 우려가 제기되고 세계적인 기업 제품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되자 소비자들은 "도대체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반응이다.

이번 멜라민 사태는 세계화 시대에 한 나라의 먹을거리 파동은 곧 전세계로 확산된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줬다. 급속한 세계화가 진행 되는 가운데 중국은 '세계의 공장'인 동시에 '세계의 농장'이 됐으며 먹을거리 파동도 세계화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농산물과 가공식품의 수입량은 2007년 기준으로 20만4408건, 무게로는 1138만2037t이나 된다.

모든 수입제품에 대해 정밀검사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모든 오염물질에 대해 검사를 할 수도 없는 실정이어서 멜라민 사태와 같은 식품사고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수입식품 특히 중국산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극에 달한 상태다. 중국산 식품을 기피하는 현상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이런 소비자 불신을 드러내듯 식품 속 각 원료가 수송된 거리를 모두 합산한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가 짧은 식품을 먹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우리 식탁은 푸드 마일리지가 높은 음식들로 이미 점령당했다는 것이다. 국산 농산물로 집에서 직접 해먹는 경향이 확산되는 등 식문화 전반의 변화도 감지된다.

◇근본적 대책 여전히 미흡 = 각국은 부랴부랴 멜라민 기준을 마련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나섰고 우리 정부도 식품안전종합대책을 또 다시 내놨다.

그러나 정부대책은 대증처방에 머물러 소비자들의 불안을 없애기에는 불충분하며 그 대책들 또한 얼마나 신속하게 추진될지, 실효성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특히 근본적인 대책으로 거론되는 식품안전관리 일원화 문제는 농림수산식품부와 보건복지가족부의 의견이 달라 여전히 제자리 걸음 상태다.

농식품부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한 곳에서'를 복지부는 '생산자 보호와 안전관리 업무 분리'를 각각 내세우고 있다. 이러다 보니 식품사고에 대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식품사고를 조기에 대처하려면 식품이력관리가 돼야하지만 식품이력관리제도는 일부 식품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식약청이 자치단체, 소비자감시원 등 총 3만9000명의 인원을 동원하고도 멜라민 검사 대상 제품을 상당수 수거하지 못한 것은 제품의 이동경로를 추적하지 못하는 국내 식품유통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정부는 전체 식품제조업체의 80%가 10인 미만이고 2만개 수입식품업체중 상당수가 1-2인으로 운영되는 등 영세한 업체가 난립한 탓으로 돌릴 뿐 이렇다 할 개선책을 내놓지 못했다.

'신고제'로 완전 자율화돼 있는 식품제조업과 식품수입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는 어렵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