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30여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며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관련 정책의 지난 역사를 돌아보고자 한다.
2006년 꿀꿀이죽, 달팽이밥, 개구리 김치 등 비위생적이고 부실한 급식이 논란이 되고 영유아 집단 식중독 사건 등 계속되는 어린이 식품안전사고로 어린이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짐에 따라 영유아 보육 및 아동복지시설의 급식의 품질 안전성에 사회적 관심이 모아졌다.
국회 안명옥 의원실에서 ‘아동의 먹거리와 건강’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였고,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어린이먹거리 안전 철저 및 별도 조직 구성을 요구하였다. 이에 식약처(당시 식약청)에서는 분야별 전문가, 소비자단체, 산업체 등과 함께 논의하고 여러 차례의 협의회, 공청회 등 토론을 거쳐 2007년 ‘어린이 먹거리 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본 대책을 토대로 2008년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백원우 의원 발의)이 제정·공포되어 2009년부터 시행되었다.
어린이 먹거리 안전 종합대책의 5개 전략 목표 중 급식관리 분야에 어린이 단체급식 위생 및 영양 관리 강화를 위하여 교육부 학교급식 개선 종합대책과 연계한 지원 체계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첫째, 식재료의 안전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둘째, 식재료 공급 업종을 신설하며, 셋째, ‘어린이 급식관리 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한다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에 담긴 정책 추진을 위하여 식약처(당시 식약청)에서는 ‘어린이 먹거리 안전관리 연구 사업단’(단장 : 김초일)을 구성·운영하였고, 사업단 세부과제 중 단체급식 분야는 연세대(책임자: 양일선)에서 주관하여 지원센터의 적정 모델을 개발하고 각 모형별 타당성을 평가하여 센터 운영을 위한 지침 토대를 마련하였다.
어린이보육시설, 시회복지 시설 등은 재정 여건상 영양사 확보 및 체계적인 위생 영양 관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어린이집, 유치원 등을 대상으로 급식관리를 지원하기 위해 2010년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3개 센터)를 시범 운영하고 이를 토대로 2011년 12개소, 2012년 10개소 센터가 개소되어 운영되었다.
센터 사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어린이급식소 현장을 방문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정부에서 지원 나왔다고 하니 혹시나 적발되어 불이익으로 돌아올 것을 우려하여 급식소 대부분 주방을 공개하는 것을 꺼려했고 무상지원 서비스임에도 오히려 문전박대를 당하는 등 센터 직원들은 다양한 감정노동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러나 어린이 급식을 좀 더 안전하게 어린이 식생활을 보다 건강한 식습관으로 지도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사명감으로 센터장을 비롯한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를 전국으로 확대(236개)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부터는 소규모 어린이급식소 센터 등록 의무화가 본격 시행되고 있어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의 법적 근거는 더욱 확실하게 되어 지속가능한 정책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하겠다.
센터 설치로 어린이급식소 대상 급식 위생안전·영양 지도 및 식생활 교육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급식법령 위반 및 행정처분에서 어린이 급식시설(급식소)의 경우 센터등록시설의 위생점검 위반율 현저히 낮은(‘20년 기준 최대 7배 차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 또한 영양사, 위생사 등 2천명 이상의 전문인력 청년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졌다는 점 또한 큰 성과라 하겠다. 센터 서비스를 받는 수혜기관의 만족도는 90점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어린이식생활 3대 과제인 식사전 손씻기 증가(92점), 편식감소(83점), 잔반감소(84점) 등 개선 효과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정량지표는 아니지만 건강한 식생활 교육의 중요성 인식 확대로 식생활 교육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으며, 산학협력체계로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연구활성화 및 영양관련 산업 발전을 견인하는 긍정적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앞으로는 이러한 센터사업의 성과를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지속 관리할 수 있도록 조사체계가 갖춰져야 할 것이다. 어린이 분야 기초연구는 어느정도 이루어져 있으나 노인과 장애인 분야는 새롭게 추진하고 갖춰가야 할 것이다.
어린이 뿐만 아니라 노인, 장애인 등 사회복지 급식관리 지원을 위해서는 기존 방식대로 현장 컨설팅과 맞춤형 교육을 기본으로 하고, 제한된 급식비용에서 급식의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식재료 공급 분야에서도 민관 협력체계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난 10여년간의 성과가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1.0세대라면 이제는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는 2.0세대로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노인, 장애인 등 지원대상이 더욱 확대된 만큼 조직의 역량 강화가 더욱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핵심인재의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핵심인재를 포용하고 지속가능한 조직 운영을 위해서는 그간 쌓은 경험을 토대로 하되 환경변화를 고려한 보다 체계적인 설계와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지역센터를 통합 운영하는 중앙센터의 조직 역량도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 중앙센터를 식생활안전관리원으로 역할 기능을 확대하고자 하는 법안이 발의(’22.10.24 정춘숙 의원)되어 추진 중이다. 중앙센터의 조직 역량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지난 10여년간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를 현재의 모습까지 이끌어온 정부와 지방자체단체, 학계와 센터직원들의 노고가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사회복지급식 더 나아가서는 지역사회의 건강한 식생활을 선도하는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며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2.0 세대로의 힘찬 도약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