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황인선 기자] 학교급식의 질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직영급식. 지난 2006년 학교급식 운영을 위탁운영에서 직영으로 전환한지 10년이나 됐지만 식중독과 급식 비리 사건은 여전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급식 조리 종사원들과 학교 측의 갈등도 잦아 애꿎은 학생들만 배를 곯는 상황이 곳곳에서 일어나는 실정이다.
2006년 6월 CJ푸드시스템(현 CJ프레시웨이)의 학교급식 집단 식중독 사건으로 서울.경기.인천지역의 27개 중.고교에서 3700여명의 식중독 증세 환자가 발생했고 이 사건으로 CJ푸드시스템은 학교급식 사업에서 철수했다. 이후 범정부간 ‘식중독 종합대응 협의체’가 구성됐고 학교들이 급식 체제를 위탁에서 직영으로 전환했다.
현재 전국 초.중.고 1만1456곳 97.9%가 직영급식을 하고 있으며 위탁급식을 하고 있는 곳은 242곳 2.1%에 불과하다.
직영급식으로 전환 된지 10년이나 됐지만 식자재 검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식중독 사고가 일어나고 원산지 허위표시, 학교와 식자재업체 간 유착비리 등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정부 발표한 '학교급식 실태점검 결과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산하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학교급식 식재료의 생산과 유통, 소비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점검한 결과, 677건의 위반 사실을 적발했다.
조달청 등의 계약자료 분석을 통해 비리가 의심되는 초·중·고 274곳을 선정해 실시한 학교 급식 점검에서는 모두 471건의 법령 위반 행위가 적발됐다. 주요 유형을 보면 부적절한 수의계약 등 계약법령 위반이 220건으로 가장 많았고 예산 부당집행 132건, 식재료 검수 등 위생·안전 관리 부실이 119건 등이었다.
특히 정부는 학교급식 가공품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는 CJ프레시웨이, 대상, 동원홈푸드, 풀무원 푸드머스 등 4개 대기업들이 최근 2년6개월 동안 전국 3000여개 학교의 영양교사 등에게 16억원 상당의 상품권.케시백 포인트.영화관람권 등을 제공하는 등 학교와 업체간 유착 의혹을 확인했다.
이들은 식재료 주문시 학교 영양(교)사 재량으로 특정제품을 구매한다는 점을 악용했다.
식중독 사고도 여전하다.
최근 계속되는 폭염에 전국 13개 중.고등학교 급식소에서 식중독 사고가 잇따르면서 설사와 복통 등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1주일 사이 1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신속검사 결과 이들에게서는 모두 병원성 대장균이 검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각 학교 급식 식자재 납품 업체와 급식 조리사와 영양사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 정확한 식중독 원인을 파악하고 지방식약청․교육청․지자체 합동으로 개학철 전국 학교 급식소 및 식재료를 납품하는 식재료공급업체에 대해 합동점검을 벌이고 있다.
식약처 '2011~2015년 학교 식중독 발생 현황'에 따르면 연도별 식중독 발생은 2011년 30건에서 2012년 54건, 2013년 44건, 2014년 51건, 2015년 38건으로 증감을 반복했다. 같은 기간 식중독에 걸린 학생 수는 2061명, 3185명, 2247명, 4135명, 1944명이었다.
2000년 4792명, 2001년 4487명, 2002년 806명, 2003년 4621명, 2004명 6673명, 2005년 2304명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13년에는 오히려 직영급식에서 더 많은 학교급식 식중독 환자가 발생했다. 학교위탁급식소에서는 1명의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반면 직영에선 763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툭 하면 급식대란...조리사.영양사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안정 요구 파업
근무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급식 조리종사원과 학교 측의 갈등으로 해마다 급식대란이 되풀이 되고 있다.
위탁급식에서 직영급식으로 전환 된지 3년 만인 2012년 첫 급식대란이 발생해 끝없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급식대란은 벌어졌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초·중·고교에 근무하는 조리사, 영양사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3, 24일 이틀간 파업에 나서면서 서울 115개 학교 급식에 차질이 빚어졌다. 제주 지역에서도 파업으로 인해 80여개 학교에 급식 차질이 빚어졌다.
이들은 처우개선과 고용안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박홍자 한국급식협회장은 "2006년 CJ가 식자재로 인해 27개 학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식중독을 일으켰을때 원인규명도 하지 않은 채 단 3일 만에 국회가 직영법을 세웠다"며 "직영과 위탁의 장단점을 열거하며 재개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최근 일련의 급식 문제는 일찌감치 예견된 일이다. 앞으로 학교가 급식을 중단하는 사태도 비일비재할 것"이라며 "학교급식법 재개정을 통해 위탁과 직영이 공존하며 소비자의 선택권이 존중되는 정상적인 급식문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