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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23년만에 삼양 라면파동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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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성 문제제기, 이슈 만들기 급급...국민 불신만 커져

국회와 정부, 일부 언론이 이벤트성 문제제기로 사회적 이슈 만들기에만 급급해, 오히려 국민의 먹거리 불신감만 높아졌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라면파동 재연, 농심라면 발암물질 논란
이번 농심라면 논란은 지난 23일 밤, 보건복지부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모 의원이 방송보도를 통해 식품업계 대표기업인 농심의 라면 스프에서 발암물질 벤조피렌이 검출됐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농심 측은 방송 직후 보도자료 등을 통해 안전한 제품이라는 공식입장을 표명하며 진화에 나섰고, 관리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청 역시 해당제품 섭취로 인한 벤조피렌 노출량은 다른 조리 육류와 비교하면 노출량이 1만6000분의 1 수준의 극미량이라며, 인체에 무해하다고 이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이튿날, 해당 의원은 국정감사 현장에서 농심 라면 스프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정확한 설명은 뒤로 한 채 식약청의 관리부실만 집중적으로 추궁했고,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식약청장은 갑자기 입장을 바꿔 불량원료를 사용해서 완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하는 시정조치를 했어야 했다고 한 발 물러섰다.

다음날 오후, 식약청은 당초 입장을 번복해 벤조피렌이 검출된 가다랑어포를 원료로 쓴 제품들을 자진 회수토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회수 조치가 내려진 제품으로는 '얼큰한 너구리', '순한 너구리', '얼큰한 너구리 멀티팩', '생생 우동 후레이크', '생생우동 용기', '새우탕 큰사발면' 등 농심 제품 6종과 동원홈푸드의 '동원 생태우동 해물맛', 민푸드시스템의 '어묵맛조미', 화미제당의 '가쓰오다시' 등 지난 4월에서 6월까지 생산된 540만 개이다.

하지만 대형마트에서는 해당 제품 대부분이 이미 판매 소진된 상황이어서 회수 조치의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더구나 식약청은 스스로 안전하다고 한 제품을 법적 기준도 없이 회수토록 하는 셈이어서, 자기모순에 빠지고 말았다. 특히 발암물질이 들어있다는 것만으로 행정 처분을 하는 바람에 허용기준치 이내로 검출되는 다른 식품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식약청이 원칙보다는 외압에 휘둘려 행정 처리가 오락가락이라는 비난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3년 전 삼양라면 우지파동
23년 전, 삼양라면 우지파동은 1989년 11월 3일, 검찰에 ‘라면을 공업용 우지로 튀긴다’는 익명의 투서가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투서 내용과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라면을 튀길 때 사용한 미국산 쇠기름은 미국에서 비식용으로 분류된 2~3등급 우지이며, 따라서 사람이 먹을 수 없는 ‘공업용’이라는 것이었다.

미국동물유지협회와 한국식품과학회에 따르면, 우지는 채취한 상태 그대로는 곧바로 식용할 수 없으나, 정제과정을 거치면서 총 16등급으로 분류되고 1~3등급은 식용우지로 사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라면 소비국 일본에서도 현재까지 2,3등급의 우지, 돈지, 팜유를 3:3:3의 비율로 사용하고 있다.

당시 삼양라면에 공급된 2~3등급 우지는 정부의 권장과 추천에 의해 식용으로 수입허가 및 통관하여 정제 후 사용한 것이었다.

1980년대 중후반까지 시장점유률 60%에 달했던 라면시장의 대표주자 삼양은 우지파동을 겪으면서 당시 가액 백수십억억원 분량의 시중 제품을 수거․폐기하는 등 큰 손실을 입고 폐업직전까지 몰렸다. 7년 9개월이라는 긴 법정공방 끝에 1995년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실추된 회사의 명예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삼양라면은 몸에 해롭다’라는 소비자의 인식이 자리하면서 라면사업 부활을 위한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점유율이 오르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삼양식품을 끌어내리고 승승장구한 기업이 ‘신라면’을 앞세운 농심이었다.

라면파동 데자뷰
농심은 지난 8월 매출 상위 10개 라면제품 중 8개를 차지하는 등 국내 라면시장의 69.2%를 차지하고 있는 간판기업으로 현재 일본, 중국, 미국을 비롯해 독일, 영국 등 유로지역, 베트남, 러시아 등 전세계 8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현재까지 해당 수출국에서 벤조피렌과 관련해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 벤조피렌 논란으로 ‘농심’이라는 브랜드 자체에 대한 국내외 소비자들의 불신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식약청의 회수명령이 내려진 이후 26일 농심의 주가는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반면 경쟁사인 삼양식품과 오리온은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만 행정원 위생서(署·보건복지부 해당)는 농심라면 제품에 대한 긴급회수명령을 내렸고, 농심의 중국법인인 상하이 농심식품유한한공사는 중국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들에 대해서도 벤조피렌 등 관련 검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와같이 이번 논란으로 2010년 3억5000만 달러, 2011년 4억 달러 등 해외 매출실적을 기록했던 식품업계 2위 농심이 쌓아왔던 브랜드가치 손실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23년전, 삼양라면의 우지파동과 묘하게 교차되는 부분이다.

신중하고 책임있는 문제제기 필요
식품공전에 따르면 검사결과 정보공개는 적합, 부적합 여부만 공개하도록 돼 있고, 부적합할 경우에만 구체적 수치를 제공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농심라면 발암물질 벤조피렌 검출 논란은 식약청이 검출 수치가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슈 당사자들이 적합 대신 미량 검출이라는 무책임한 폭로를 해 소비자의 혼란을 부추기고 해당 기업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말았다. 당사자들도 ‘아니면 말고’식의 태도로 보여주기식 이슈 만들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국민들의 불안감만 가중시켰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먹거리의 경우 안전성 문제는 해당 기업에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는 만큼, 앞으로의 문제 제기에는 신중하고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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