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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총대 멨다" 유업계 '반색'

남양·매일, "원유값 인상 뒤 적자누적"…"서울우유 뒤따를 수밖에 없다"

국내 유업계 맏형격인 서울우유가 우유가격을 10% 안팎 올리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난, 유업체들이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라는 듯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서울우유의 우윳값 인상 결정으로, 지난 8월 원유값 인상 뒤부터 적자가 누적돼온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은 그동안 우윳값을 올리고 싶어도 물가잡기에 나선 정부 눈치를 보느라 올리지 못했는데, 1위 업체가 먼저 총대를 메니 반갑다면서 반색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정부의 물가억제 정책 탓에 속병을 앓아온 우유업체 처지에선 당연한 반응으로 보인다.

 

가공제품을 포함한 우유값 인상을 결정하고, 내부에서 인상시기를 조율 중인 서울우유는 지난 8월 16일 낙농가로부터 공급받는 원윳값을 ℓ당 138원 올린 이후 현재까지 약 200억원의 적자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업체들도 적자폭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서울우유와 사정이 비슷하다고 한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원윳값 인상 뒤부터 하루 1억5000만원~2억원씩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도 "하루 1억원 안팎의 적자가 누적돼왔다"며, "조만간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유업계 2~3위 업체인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공통적으로 "값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우리가 먼저 총대를 멜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두 업체 관계자 모두 "내부에서 인상기시와 폭을 논의 중"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아직 확실히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전했다.

 

특히 남양유업 관계자는 "가격인상 쪽으로 결론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나 변수가 많은 탓에 서울우유의 가격인상 사실을 눈으로 확인한 뒤에야 우리도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서울우유가 오는 16일부터 우유가격을 평균 10% 인상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기사는 오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격인상을 결정한 것은 맞지만, 인상시기를 16일로 못 밖은 것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실제로 <푸드투데이>가 서울우유와 유통업계 관계자들한테 확인해보니 16일부터 우윳값을 평균 10% 올린다는 소식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우유 쪽은 가공제품을 포함한 우유값을 최소한(10% 미만) 인상하기로 결정한 것만 팩트일 뿐 나머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서울우유 홍보팀 최현우 팀장은 <푸드투데이>와 통화에서 "언론에 보도된 3대 할인점을 포함해 그 어떤 유통업체에도 가격인상에 대해 알린 게 없다면서 인상시기와 폭이 결정되면 가장 먼저 보도자료를 내어 알리겠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도 아직 서울우유의 가격인상 소식을 듣지 못했거나 가격인상에 대해 서울우유로부터 전달받은 게 없다고 밝혔다.

 

롯데마트 홍보담당자는 "서울우유의 가격인상에 대한 문의가 많아서 실무자에게 확인해보니 공문 등 가격인상에 대해 서울우유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서울 영등포구의 한 소매점주도 "서울우유 가격인상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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