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인터뷰] 강형모 aT 처장 “기후변화는 상수…농산물 수급에 ‘기후 기반 체계’ 구축”

기후변화대응처 출범…‘부→처’ 격상
농산물 수급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
신품종·수입 다변화·AI ‘농넷’으로 물가 대응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과거에는 대구가 사과의 주산지였지만, 이제는 재배 적지가 북상해 북한 원산에서도 사과 재배가 가능해졌습니다. 기후 지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죠. 이제 기후변화는 대응해야 할 ‘변수’가 아니라 우리 농업의 ‘상수’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홍문표, aT)가 2026년 ‘기후변화대응처’를 공식 출범시키며 농산물 수급 대응 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기존 ‘부’ 단위 조직을 ‘처’로 격상한 것은 기후위기가 장바구니 물가를 흔드는 핵심 리스트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만난 강형모 기후변화대응처장은 “기후변화는 더 이상 특정 부서의 대응 영역이 아니라 수급 정책 전반에 반영돼야 할 핵심 변수”라며 “연구부터 생산, 유통, 소비까지 하나의 체계로 묶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밝혔다.

 

“TF→부→처”…기후 대응, '보조'에서 '핵심'으로

 

aT의 기후 대응 조직은 2024년 9월 ‘기후변화 수급대응 TF’로 시작해 2025년 ‘기후변화대응부’를 거쳐 2026년 ‘기후변화대응처’로 확대됐다.

 

강 처장은 "무엇보다 홍문표 사장의 경영 철학이 바탕이 됐다"며 "기존 부 단위에서는 신품종 육성이나 재배 적지 발굴 같은 시범 사업 추진 시 부서 간 조율 과정에서 비효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후 대응을 특정 부서가 아니라 전 품목 수급사업에 반영하기 위해 조직을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가장 큰 변화는 '연구-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의 유기적 통합"이라며 "이제는 하나의 컨트롤타워에서 수급 전 과정을 관리한다"고 말했다.

 

또 “봄배추 저장기간 연장 등 실증 연구를 고도화하고, 생산 단계부터 수급 조절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며, 소비지 물가 안정을 위해 할당관세와 할인 지원까지 전방위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추·무 ‘직격탄’…기후가 만든 가격 폭등

 

기후변화 영향은 이미 시장에서 현실화됐다. 대표 사례가 2024년 여름 배추·무 가격 폭등이다.

 

당시 폭염과 집중호우가 겹치면서 배추 생산량은 평년 대비 14.2% 감소했고, 가격은 40~50% 상승했다.

 

강 처장은 “과수, 채소, 곡물 등 노지재배에 의존하는 농산물의 경우 기후 리스크에는 예외가 없다"며 "특히 배추와 무는 고온·가뭄·집중호우에 모두 취약한 작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후변화가 수급 불안을 직접적으로 만든 대표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해법은 ‘버티는 품종’…여름 배추 500톤 확대

 

aT는 기후 적응형 농산물 확보를 핵심 전략으로 추진 중이다.

 

대표적으로 더위에 강한 배추 신품종 시범 재배를 기존 57톤에서 올해 500톤 규모로 확대한다.

 

강 처장은 “고랭지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 중·저고랭지에서도 재배 가능한 품종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것이 수급 변동성을 줄이는 핵심 해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장 기간을 조금만 늘려도 가격 급등락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며 장기 저장 기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고추·참깨 ‘수입 의존’…공급망 리스크 대응

 

기후 리스크는 국내 생산뿐 아니라 수입 농산물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고추(자급률 약 40%), 참깨(약 10%)는 대표적인 수입 의존 품목이다.

 

이에 따라 aT는 건고추는 중국 중심의 수입 구조에서 벗어나 인도·베트남·태국 등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참깨 역시 아프리카·남미 등 11개국으로 공급망을 확대하는 등 안정적인 수급 확보에 나서고 있다.

 

강 처장은 “건고추는 97% 이상 중국산에 의존해왔지만, 올해는 인도·베트남 등에서 재배한 국산 품종을 시범 도입할 예정”이라며 “참깨 역시 수입선을 11개국으로 확대해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으면 기후 리스크를 그대로 떠안게 된다”며 “수입선 다변화는 필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김치 원료도 공급”…산업계와 수급 안전망 구축

 

aT는 정책 기관을 넘어 산업계 공급 안정 역할도 수행한다.

 

김장철이나 이상기후로 원재료 확보가 어려울 경우, 김치업체에 배추·무를 직접 공급한다. 2025년 기준 배추 7,300톤(31.2%), 무 525톤이 공급됐다.

 

강 처장은 “김장철이나 명절 등 원재료 확보가 어려운 시기에 국산 비축 물량을 직접 공급한다”며 “작년에는 배추 판매량의 약 31%를 가공업체에 공급해 제조 산업의 기반을 지켰다”고 말했다.

 

이어 “참깨와 콩도 ‘직배’ 방식으로 공급해 원가 부담을 낮추고 물가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며 “올해는 할인 지원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소비자연합회와 협업한 상시 점검단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수급예측까지…“농산물도 데이터 시대”

 

aT는 중장기적으로 AI 기반 수급관리 체계 구축할 계획이다. 강 처장은 “기상과 작황 데이터를 활용한 예측 고도화가 핵심”이라며 “수매·비축·방출을 타이밍 맞게 운영하는 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산·학·연 협력 확대 ▲AI 플랫폼 ‘농넷’ 기반 예측 고도화 ▲장기 저장 및 신품종 개발이 핵심 전략”이라며 “올해는 사과 등 과수 분야까지 시범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 처장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기후변화는 가랑비에 옷 젖듯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며 “농산물 가격을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서 관리하는 것이 기후변화대응처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매년 반복되는 수급 불안의 충격을 최소화해 국민들이 먹거리만큼은 걱정 없이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