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장기화되면서 아랍에미리트(UAE) 식품시장이 단기 충격을 넘어 구조적 전환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초기 금융시장 변동성과 물류 불안, 소비 심리 위축 등 일시적 충격을 넘어 식량안보를 중심으로 한 경제 체질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3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UAE는 식품의 약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로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경기 변동을 넘어 식량 확보와 공급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 전환을 가속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월 말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며 전쟁 이전 대비 약 40~50%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산유국인 UAE에 단기적으로 재정 수입 증가 요인이지만, 동시에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를 유발하는 양면성을 갖는다.
실제로 글로벌 경제 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GCC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대비 1.8%p 하향한 2.6%로 조정했다. 관광·서비스 산업 의존도가 높은 UAE 역시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과 관광 수요 감소 영향을 동시에 받고 있다.
항공편 감편과 우회 운항, 크루즈 관광 취소 등이 이어지면서 호텔 업계는 객실 점유율 유지를 위해 할인 프로모션 확대에 나서는 등 방어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UAE 정부의 정책 기조다. 정부는 식량안보를 국가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시장 개입을 강화하고 있다.
UAE 경제부는 약 4~6개월 수준의 전략 식량 비축을 확보했다고 밝히며 공급 안정성을 강조하는 한편, 주요 식품에 대해 유통업체 재고를 일일 단위로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부당한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최대 20만 디르함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강도 높은 가격 통제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의 불확실성이 에너지뿐 아니라 식량 공급망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다.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는 소비 패턴 변화로 직결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필수재 중심 소비로 전환하고 있으며, 특히 외식 감소와 가정식 확대가 두드러진다.
과일·채소 가격 상승과 물가 부담 증가로 외식 수요는 감소하는 반면, 라면·쌀·냉동식품·통조림 등 저장성이 높은 식품과 간편식(HMR)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소비의 중심축이 ‘경험 소비’에서 ‘안정 소비’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식품 유통 구조 역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대용량 제품과 할인 상품을 선호하며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공급망 다변화와 재고 확보 전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해상 물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항공 운송을 통한 긴급 조달도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UAE 식품 유통은 기존의 효율성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안정성과 대응력을 중시하는 구조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UAE 내 한국 농식품 소비도 채널별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호텔·항공·행사 중심의 케이터링 및 외식 B2B 시장은 관광 감소와 비용 절감 기조 영향으로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반면, 슈퍼마켓과 온라인 중심 리테일 채널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가정식 중심 소비 확대와 저장식품 수요 증가로 온라인 장보기와 대형 유통망을 통한 필수 식품 구매가 증가하고 있으며, 일부 신선식품은 항공 운송을 통해 공급이 이어지고 있다.
aT 두바이지사는 “UAE는 단기 위기를 넘어 식량안보 중심의 구조 전환 단계에 진입했다”며 “물류 불안과 소비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외식에서 가정식·저장식품 중심으로 소비가 이동하는 등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 농식품은 안정적 공급과 저장성·편의성을 기반으로 전략적 식량 공급 파트너로 도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