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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마케팅…삼진제약의 '꼼수'

‘청소년 오남용’ 심각한 ‘게보린’ 광고모델로 걸그룹 기용해 빈축

"두통약을 청소년들한테 다이어트식품으로 팔아먹으려는 의도가 뻔히 보인다."

 

삼진제약이 자사의 대표제품인 두통약 '게보린' 광고모델로 인기 걸 그룹 '걸스데이'를 기용했다가 몰매를 맞고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 다이어트용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두통약 광고를 청소년들 사이에 인기 높은 아이돌 걸 그룹한테 맡긴 것은 '청소년들에게 게보린을 사 먹으라는 거나 마찬가지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지난해와 올해 국정감사에서 삼진제약 게보린의 안전성 문제를 지적했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낙연 의원(민주당)은 13일 "청소년들의 오남용 및 부작용 우려가 제기되는데도 불구하고 삼진제약은 며칠 전 인기 걸 그룹을 CF 모델로 기용했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작년에 청소년들이 조퇴를 목적으로 게보린을 악용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최근에도 각종 포털사이트에 게보린 8알에 살 2㎏은 거뜬히 뺄 수 있다는 등 게보린 부작용 효과 덕에 살을 뺐다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이처럼 게보린이 청소년들 사이에 다이어트용으로 오∙남용되고 있다는 것은 널린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로 포털사이트 네이버 검색창에 게보린을 쳐보면 '게보린 다이어트' '게보린 과다목용' '게보린 부작용' '게보린 10알' 등이 줄줄이 뜬다. 게보린을 과다복용 했을 때 생기는 부작용을 이용한 다이어트와 관련된 단어들이다.

 

한 누리꾼은 블로그에 "게보린을 5알 이상 삼키면 먹은 걸 전부 토하고 설사를 하게 돼 살이 2㎏은 빠진다고 하더라구요"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며 "아이들이 지금 잘못된 게보린 다이어트의 위험에 빠져있다"고 한탄했다.

 

또 "며칠 전에 실제로 서울 노원구 상계동 한 병원에 여중생 한 명이 게보린 7알을 먹고 의식이 흐려져 실려온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다"고 소개하며, "삼진제약의 게보린은 국내 대표적 해열진통제로 하루 최대 복용량은 6알(하루 세 번 2알씩"이라고 게보린 복용법을 알리기까지 했다.

 

이와 같이 게보린이 청소년들에게 다이어트용으로 오∙남용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귀머거리에 장님이 아닌 이상 삼진제약에서 이 같은 실상을 몰랐을 거라고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삼진제약이 게보린 광고모델로 걸스데이를 기용한 것은 '날씬하고 이쁜 몸매로 춤 추고 노래 하는 청소년 연예인들(걸스데이 멤버들)'로 하여금, 비슷한 또래 청소년들한테 자신들처럼 '날씬하고 이쁜 몸매를 가지려면 게보린을 먹어보라'고 유혹하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설령 이 같은 의도가 전혀 없이 삼진제약에서 걸스데이를 게보린 광고모델로 발탁했더라도, 그렇게 알아주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오히려 게보린을 더 많이 팔려는 삼진제약의 '꼼수'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아마 삼진제약 직원들이나 그들의 가족들도 상식이 있다면 '십중팔구' 동의할 것이다.

 

식약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앞서 밝힌 것처럼 게보린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청소년들 사이에 다이어트용으로 오∙남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알려졌고,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데도 문제 해결을 위한 조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 식품∙의약품 안전을 책임진 국가기관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업무를 하지 않은 셈이기도 하다.  

 

앞으로 삼진제약과 식약청은 이낙연 의원이 식약청에 주문한 것처럼 "오남용 문제에 대한 조속한 대책을 마련해 청소년들의 건강을 보호"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한편, 이낙연 의원은 지난해와 올해 식약청 국정감사에서 삼진제약의 두통약 게보린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를 잇따라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이 의원은 지난해 "게보린에 함유된 이소프로필안티피린(IPA) 성분이 의식장애와 같은 치명적 부작용과 골수억제작용에 의한 과립구 감소증 및 재생불량성 빈혈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미국, 캐나다에서는 허가된 바 없고, 아일랜드 등에서는 시판이 금지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식약청은 지난 1월 IPA 성분이 함유된 약품을 생산하는 제약사를 상대로 IPA제제에 대한 안전성 검토를 하지 않을 경우 품목취하 결정을 하도록 지시했고, 현재까지 IPA 제제 27품목 중 동아제약 암씨롱을 포함한 11개 약품이 품목 취하됐다. 동아제약은 IPA제제 대신 '에텐자미드' 성분을 함유한 '암씨롱 큐'를 생산하고, 종근당도 IPA 성분을 뺀 ‘펜잘큐 정’으로 대체한 상태다.

 

삼진제약은 자체적인 조사 연구에 착수한 상태로, 내년 초까지 결과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의원은 노연홍 식약청장한테 삼진제약이 자가 입증을 하기 전에도 계속해서 제품(게보린)을 생산∙판매하고 있는 것에 대한 입장과 향후 부정적 결과가 도출되면 그간 판매 분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에 대해서 따져 물었다.

 

이에 식약청은 "현재로선 공동조사 연구가 완료되기 전까지 판매 중지할 정도의 안전성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판매중지 등의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으나, 연구기간 중에도 이상반응 등이 보고되는 경우, 즉시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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