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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을 막아라'..수의과학검역원 초비상

27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본관 2층 상황실.

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정병곤 질병관리과장이 다소 굳은 표정으로 상황판 위에 구제역 발생을 의미하는 빨간 스티커 3장을 붙였다.

이날 경기 양평, 인천 서구, 경북 청송지역에 또다시 구제역 양성판정이 내려졌다. 지난달 29일 경북 안동에서 처음 구제역이 확인된 이후 1개월만에 전국 56개 지역으로 확산된 것이다.

"초기 신고가 너무 늦었어요. 정말 걱정입니다" 정 실장은 구제역이 계속 확산되자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수의과학검역원은 구제역 발생 이후 20여명을 2개조로 나눠 24시간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계속 전화벨이 울리고 있는 상황실 한쪽에는 간이침대가 준비돼 있다.

상황실 근무자는 구제역 의심중세 신고가 들어오면 즉시 검역관을 현지에 보내 시료를 채취한 뒤 정밀검사팀에 보내 양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일주일 또는 열흘씩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비상근무를 하고 있는 데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면 온몸에 힘이 빠집니다"
"집에 들어간다고 해도 가족들하고 밥한끼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옷만 갈아입고 나옵니다. 그런데.." 상황실 직원들은 연이은 구제역 확산 소식에 모두 말을 잃었다.

우량씨소와 씨돼지를 보급하고 있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경기도축산연구소 가축연구팀 직원들도 구제역 발생이 이후 사실상 감금생할을 하고 있다.

"아내가 지난 13일 둘째를 출산했지만 아직 얼굴도 보지 못했습니다"
정찬성(38) 가축연구사는 "아내하고 가족에게 미안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자리를 비울 수 없다"고 말했다.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지난 15일 방역망을 뚫고 경기도 양주시와 연천군으로 확산되면서 가축연구팀 직원들은 외출은 고사하고 출퇴근마저 완전히 중단됐다.

현재 직원 19명 가운데 사무실 근무자 3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관사에서 생활하며 축사와 관사만을 오가고 있다.

이 가운데 3명은 단 하루도 집에 가보지 못했다.

이들은 보고 싶은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식사와 빨래마저 자신들이 직접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임상균 팀장은 "이곳은 우량씨소와 씨돼지를 생산해 농가에 보급하고 황우석 박사의 수암연구소와 공동으로 형질전환 복제배아를 이식해 당뇨병을 연구하는 시설이 있다"며 "만약 구제역이 방역망을 뚫고 들어오면 돈으로 계산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가축연구팀은 이에 따라 축사와 축사 주변에 대해 수시로 방역활동을 펴고 있고 바닥에는 생석회를 깔아 구제역 감염을 차단하고 있다.

또 사람을 통한 전염을 막기 위해 가능한한 전화로 이야기를 하고 서로 만날 경우에도 3m이상 떨어져 대화를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