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규모의 국내 치킨시장은 BBQ, 교촌치킨 등 메이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매장판매와 배달치킨 시장의 차별화 벽을 넘어서 중소 치킨 가맹점주들이 얼마나 타격을 입을 지가 변수로 남아 있다.
치킨·오리외식산업협의회 소속 중소 치킨 가맹점 관계자와 가맹점주 등 30여명이 지난 8일 결의대회에 이어 9일 오후 2시에도 다소 수위를 높여 롯데마트 영등포점 앞에서 롯데마트의 치킨 판매를 중단 등을 강력 요구했다.
롯데마트는 9일 전국 82개 매장 안에서 5000원 짜리 프라이드치킨(1마리)을 일제히 출시했다. 이 제품은 롯데마트 인터넷쇼핑몰이나 전화주문을 받지 않고 롯데마트 매장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무, 콜라, 사이다 제공도 없고 포장도 간소하게 거품을 짝 뺐다.
매장에서 직접 튀겨주는 통큰 치킨은 닭 한 마리에 1만6000원~1만7000원 수준인 치킨 전문점의 3분의 1 수준이고 기존 대형마트에서 파는 값보다도 30~40% 쌀 뿐 아니라 양도 치킨 전문점보다 20%가량 많다. 포장도 상자에 담지 않고 패스트푸드점 치킨처럼 큰 원형 통에 담아서 내놓았다.
롯데마트는 준비 기간 동안 수치화한 예측 판매량을 바탕으로 판매 6개월 전에 생닭·튀김가루·식용유 등을 주 단위로 대량으로 사들이는 방식으로 원가를 낮췄고 롯데마트 자체 이익률도 최소화했다.
그러나 롯데마트의 치킨 판매로 기존 치킨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익률까지 일정 부분 포기한 채, 재료 대량 구매로 값을 낮추고 양까지 늘리면서 내 놓은 롯데마트 치킨에 대해 기존 프랜차이즈 치킨업계가 가격으로 대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인근 치킨판매업소는 "망하게 하려고 작정했다"며 대기업이 표면적으로는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상 대량 매입 등으로 가격을 낮춰 영세 자영업자들이 설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모 브랜드 치킨전문점은 "우리는 그 가격에 맞추고 싶어도 죽어도 맞출 수가 없으니 다른 점포를 차리던지 해야겠다"며 "이젠 대형마트에 입점하는게 가장 현명한 창업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티바두마리치킨 관계자는 "1000만원 ~ 5000만원 미만의 창업 자금을 밑천으로 10평 남짓한 규모의 생계형 창업이 대부분인 치킨전문점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 골목상권까지 사업을 확장하려는 대기업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롯데마트 치킨의 경우 9호(900g) 제품으로 시장원가 4000원에 인건비, 기름, 파우더 비용을 합할 경우 판매당 손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트내의 소비자 유입을 위한 노림수를 가진 전략적 접근으로 치킨을 주력으로 하는 생계형 소상공인들의 터전을 빼앗는 처사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