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구제역 ‘초비상’ 속 AI 덮치나?

구제역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지난 11월29일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지난 4일 예천과 7일 영양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하자 이제 확산의 공포감이 현실로 다가왔다.

구제역 의심신고가 들어왔던 의성, 대구, 청도에서 음성으로 밝혀져 확산 차단에 자신감을 비췄던 방역당국도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안동-예천-영양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만큼 경북 북부벨트에서의 구제역 추가 확산은 시간문제라는 조심스런 진단이 흘러나오고 있다.

구제역이 무서운 이유는 질병 자체가 동물이나 혹은 사람에게 치명적 영향을 미쳐서가 아니다. 구제역에 감염된 동물은 시름시름 앓다가 체중이 줄거나 우유 생산량이 급감하는데, 치료나 예방법이 마땅치 않고 전파력이 워낙 강해서 한번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2001년에 이 병이 발생해서 무려 700만마리의 양이나 소를 도살 처분하고, 선거를 1개월 정도 연기하고 각종 스포츠 레저 행사도 취소했다. 1990년대 광우병 사건으로 인해 도살한 동물의 숫자가 800만마리인 것을 감안하면 단일 전염병이 전체 축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영국에서 2007년 다시 구제역이 발생하자 유럽연합은 영국으로부터의 가축 반출을 아예 금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올해 들어 유난히 구제역 발생이 잦다. 1월 경기도 포천, 4월 강화에 이어 벌써 3번째다. 전 세계적으로도 새로 보고된 구제역이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어나는 등 크게 유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규 발생 구제역 10건 중 9건 이상이 아시아지역에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구제역이 최근 2~3년간 전세계적으로 40~50개국 이상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세계가 '구제역 유행기'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한다.

7일 세계동물보건기구(OIE)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새로 발생해 즉시 신고된 구제역은 우리나라 등 19개국에서 모두 426건이 보고됐다. 지난해(17개국 138건)보다 3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아프리카 일부 국가 등 구제역이 일상적으로 발병하는 곳은 새로 보고하지 않아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올해는 특히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국이 OIE에 신고한 구제역 발병사례가 모두 395건으로 전체의 92.7%에 이른다. 중국, 몽골 등 국토가 넓은 국가는 전염병이 돌아도 신고를 미루는 일이 잦아 실제 발병 사례는 집계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최근 5년간 구제역 발병국 수가 계속 늘어온 것도 눈에 띈다. 바이러스의 국가 간 이동이 그만큼 활발해졌다는 얘기다. 2005년 9개국에서 74건이 접수됐던 구제역은 2006년 14개국 195건, 2007년 17개국 162건, 2008년 18개국 129건 등으로 늘었다.

구제역 탓에 죽거나 살처분된 우제류(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는 2005년 2만9702마리에서 2010년 27만여 마리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가축전염병을 퍼뜨리는 매개체는 대부분 축산업 관계자들인 만큼 이들에 대한 맞춤형 검역과 지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이처럼 구제역에 대한 추가 확산에 머리를 싸매고 있는 방역당국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마느는 일이 또 하나 생겼다. 바로 일본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의 상륙 가능성이 그것이다.

주로 철새를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진 조류인플루엔자를 인위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하지 않은데다 철새도래지가 영·호남 전반에 분포하고 있어 조류인플루엔자 발병 시 국내 축산업은 기반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구제역의 확산을 막는 한편 또 다른 한쪽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 대책 마련도 시습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