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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컵 줄이기' 업체들 이벤트 유명무실

개인컵 사용자 "혜택도 작고 단서조항도 많아"

"저희는 개인용 컵을 사용하는 손님을 위한 할인 혜택이 없는데요."

안영창(29)씨는 서울 종로구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자신의 휴대용 컵을 내밀면서 커피 할인을 주문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이 업체는 환경부와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은 곳으로 개인용 컵을 가져오는 손님에게는 100원을 할인해준다고 광고한 회사.

그러나 실제 매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이 매장 손님 대부분은 일회용 컵으로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안씨는 "일회용 컵을 쓰지 않는 고객에게 혜택을 준다고 해서 개인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지만 별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변 사람들은 개인 컵 할인 혜택도 잘 몰라 주로 종이컵을 쓴다"고 말했다.

◇ 개별 매장들 할인 약속 안 지켜

환경부는 지난 2002년부터 맥도날드, 스타벅스 등 일회용품을 대량으로 쓰는 패스트푸드, 커피전문 업체들과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고 있다.

2008년 3월까지는 일회용 컵 1개당 50~100원씩의 보증금을 받고 나서 이 돈을 직접 환급해주거나 재활용 촉진 활동에 쓰는 '보증금제도'를 실시해 일부 효과를 봤다.

그러나 이 제도는 업계와 소비자의 불편 등을 이유로 폐지됐고, 이후 환경부와 업체들은 소비자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을 고민키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 17개 업체가 참여해 맺은 협약에서는 일회용 컵을 매장으로 돌려주거나 다회용 컵을 쓰는 손님에게는 음료 가격의 10%가량을 할인해주는 가격할인, 적립쿠폰, 사은품 제공 등의 이벤트를 실시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실효성은 그리 크지 않다.

혜택이 그리 크지 않은 데다 회사 차원의 정책이 개별 매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사용에도 각종 제한이 있다는 것이다.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는 개인용 컵을 가져오는 손님에게 한 잔당 50~100원의 할인혜택을 준다고 밝혔지만 "할인 혜택이 없다"고 말하는 매장이 많다.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커피 또는 청량음료를 10회 구매하면 무료음료를 증정하지만, 세트메뉴 구매 시에는 제외한다는 식의 단서조항을 달고 있어 소비자들 선택의 폭을 좁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투썸플레이스는 개인용 컵을 가져가면 300원을 할인해 주지만 카드 할인과는 중복되지 않는 등 업체들이 '친환경 경영'을 강조하면서도 소비자를 실질적으로 유인할만한 이벤트는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5월 자원순환사회연대가 17개 업체 47개 매장을 조사한 결과로는 25개 매장이 일회용품 줄이기와 관련한 홍보물을 부착하지 않았다.

협약 당시 업체들은 할인혜택 홍보물을 매장 내에 부착해 소비자의 자발적 참여를 최대한 유인하기로 약속했었다.

더구나 8개 매장은 개인용 컵을 쓰는 손님에게 아예 혜택을 주지 않았다.

◇ "개인컵 사용자에 대한 보상 늘려야"

전문가들은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에 동참하는 소비자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을 늘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일회용 컵 사용량은 테이크아웃 시장의 성장에 따라 계속 증가해 17개 업체의 총 사용량은 2007년 223만개, 2008년 252만개였던 것이 2009년 309만개로 늘었다.

이 기간 매장 수는 2712개에서 4045개로 늘어났는데, 매장별 일일 일회용 컵 사용량은 2007년 225개에서 2009년 209개로 큰 변동이 없는 상태다.

자원순환사회연대의 김태희 기획팀장은 "일회용품은 일단 매장 내에서 가능한 한 적게 써야 한다"며 "대형 업체들을 중심으로 명료하면서도 귀찮지 않은 보상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격 할인에 대한 소비자의 호응도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컵에 대해 300원을 현장에서 할인하는 스타벅스는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개인 컵 이용이 총 46만400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28.8%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10%가량의 가격 할인에 예상 외로 많은 소비자가 관심을 보였다"며 "작년 12월 일회용 컵을 10개 이상 반환할 경우 300원을 할인해 주는 제도를 시행했는데 여기에도 5개월 만에 5000 명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인형선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주무관은 "가격 혜택에 민감한 젊은 층은 점점 개인 컵 사용을 늘리고 있다"며 "이용률을 늘리기 위해 각 업체가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종합적으로 정리해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