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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쌀 정책 '감산'으로 전환

주식인 쌀에 대한 정부 정책이 감산으로 돌아섰다. 과거 통일벼 등 다수확 품종 보급으로 쌀 증산이 농업정책의 제1 목표였던 점에 비춰보면 괄목할 만한 변화다.

19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쌀의 과잉생산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구조화됐다고 진단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쌀 감산 정책을 벌이기로 했다.

2008년, 2009년 연속으로 벼농사가 풍년이었지만 국내 쌀 수요가 이를 소화하지 못해 쌀이 남아돌면서 값이 급락하는 등 벼 농가는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올해부터 논 농업 다양화, 가공용 쌀의 계약재배 확대 등을 통해 쌀 수급 조절에 나서기로 했다.

논 농업 다양화는 논에 벼 대신 콩, 밀 등 다른 작물을 심는 것을 가리킨다. 벼가 남아도니 생산을 줄여 수급을 맞추고 대신 콩, 밀 등 자급률이 낮은 작물을 논에 심어 식량자급률도 끌어올리자는 다목적 포석이다.

문제는 콩, 밀 농사의 농가 수익이 벼만 못하다는 점, 또 콩, 밀은 농사 자동화가 덜 진전돼 힘이 든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는 논에 벼 대신 콩, 밀을 심은 농가에 소득을 보전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농식품부와 재정 당국 사이에 견해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내년부터 콩, 밀 등의 농사를 기계화하고 가공.판매와 관련된 저장시설, 탈곡시설 같은 인프라 지원에도 나설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은 예전부터 정책적 지원이 왕성해 기계화가 많이 진전됐지만 다른 작물은 그렇지 못하다"며 "덜 힘들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해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이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올해부터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많이 심은 농가나 지방자치단체를 포상하기로 했다. 이 포상금은 총 1억2천만원 규모로 작년까지는 우수한 품질의 쌀을 만들면 지급했지만 올해는 전액 작물 전환 포상에 지급된다.

지금까지 쌀 농가에만 지급하던 변동직불금을 논에 다른 작물을 짓는 농가에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가공용 쌀 계약재배도 유도하기로 했다. 이는 밥쌀용 쌀과 달리 술이나 떡, 쌀국수, 쌀과자 등 쌀 가공식품 제조에 적합한 쌀을 쌀 가공기업과 농가가 미리 물량과 가격을 정하고서 재배하는 것이다.

쌀 수요처를 넓히는 방안의 하나로 쌀 가공산업을 활성화한다는 게 정부 복안이지만 업계에서는 안정적인 가공용 쌀 공급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 가공업체들은 안정적으로 쌀이 공급돼야 발벗고 쌀 가공산업에 뛰어들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이를 위해 가공용 쌀의 계약재배를 늘려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가공용 쌀의 단가는 밥쌀용 쌀보다 낮지만 수확량이 많아 농가 입장에서 소득 감소는 없다는 설명이다.

농식품부는 농촌진흥청이 작성 중인 '재배 적지(適地) 지도'가 완성되면 이를 가공용 쌀 재배 확대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재배 적지 지도는 전국의 지역별, 농경지별 적정 재배 품종을 담게 된다.

쌀 조기 관세화(시장 개방)도 쌀 수급 균형 정책의 한 갈래로 다뤄진다.

정부는 조기 관세화를 통해 쌀 의무수입량을 현 수준에서 동결시키는 게 쌀의 수급 균형에 바람직하다는 기조 아래 농민단체들이 이 문제와 관련해 입장을 결정하도록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