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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클러스터, 민간 주도 바람직


정부는 인프라 제공.조력자 역할에 그쳐야

“네덜란드의 식품클러스트인 푸드밸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바로 기술 혁신에 있습니다. 저칼로리 마요네즈 및 식육대체 단백질 식품, 맛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칼로리는 현저히 낮춘 아이스크림 제조 기술 등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푸드밸리만의 첨단기술이 세계 유수의 식품기업을 유치할 수 있었던 원동력입니다.”(동네덜란드 투자진흥청 뷤반데르 뷜든 박사)

정부가 식품산업 육성을 위해 전북 익산에 국가식품클러스터 조성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식품클러스터 성공모델인 네덜란드의 ‘푸드밸리’를 벤치마킹 할 수 있는 심포지엄이 지난 13일 개최돼 관심을 끌었다.

특히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네덜란드 푸드벨리의 성공요인과 함께 현재 정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국가식품클러스터 조성 사업에 대한 기업 등 민간단체의 따끔한 지적도 제기돼 주의를 끌기도 했다.

네덜란드 식품 관련 전문가들과 농림수산식품부를 비롯한 정부기관 관계자들의 주제발표가 모두 끝난 후 이어진 종합토론에서 삼성경제연구원 복득규 박사는 클러스터의 현실적 어려움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복 박사는 “현재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모든 산업분야에 걸쳐 클러스터를 조성하려고 굉장히 노력하고 있지만 눈에 띄게 성공한 사례는 흔치 않다”며 “기업과 연구소, 정부가 클러스터 안에서 네트워킹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복 박사는 “클러스터에서 생산한 결과물이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하는 것이거나, 기술혁신을 이룬 제품인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클러스터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통하는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농심 R&BD 총괄 심선택 실장과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 허철성 상무는 식품가공업체의 입장에서 국가식품클러스터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심 실장은 “푸드벨리는 기업과 연구소 등 민간주도로 운영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로 식품클러스터를 추진하고 있어 과연 소비자가 원하는 아이템 개발이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지 우려된다”며 “정부는 현재 지역 특산물과 클러스터와의 연계를 추진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눈은 이미 3차기능, 즉 건강기능까지 높아졌기 때문에 특산물이 가지고 있는 지역 이미지만 가지고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허 상무는 “네덜란드의 푸드벨리는 기업과 연구기관, 정부가 모두 제 역할을 충실히해 성공한 사례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각각의 기관이 과연 그러한 역량을 지니고 있는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앞에서 식품클러스터를 주도하고 있지만 시장을 보는 눈은 현장에서 뛰는 기업이 더 정확하기 때문에 정부는 기반 제공 및 서비스 제공에 머물러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허 상무는 “여러 정부기관이 내놓는 발표를 볼 때, 정부는 식품클러스터를 가공분야 보다는 생산자 위주로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며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세계용인지 아니면 국내용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내 기업 관계자와 함께 토론회에 참가한 와게닝겐대학 및 연구소 연합체(WUR) 얀 퐁거스 박사는 “네덜란드에는 네슬레와 하인즈 같은 대기업이 많지만, 대기업이라 해서 재원이 충분한 것은 아니므로 리스크와 비용을 줄이면서 연구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푸드밸리를 조성한 것”이라며 “대부분의 기업들은 기초연구자금이 부족하므로 연구소들을 모와 공동으로 식품연구를 추진하면서 정부는 단지 조력자로 끌어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전라북도 강승구 농식품 국장은 "정부는 익산의 식품클러스터를 푸드밸리와 같은 성공한 클러스터로 발전시키기 위해 현재 여러 의견을 받아들이고 있는 입장"이라며 "기업이 원하는 식품클러스터로 조성하기 위해 행정공무원은 기업과 연구소를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일산 킨텍스에서 농림수산식품부와 전라북도가 공동 개최한 ‘국가식품클러스터 성공조건 모색을 위한 한국·네덜란드 공동 심포지엄’에는 와게닝겐대학 및 연구소 연합체(WUR)의 얀 퐁거스 아시아담당 매니저를 비롯해 NIZO식품연구소의 마이켈 페어 쉬렌 박사 및 네덜란드응용과학연구소(TNO) 로널드 피셔스 박사, 동네덜란드투자진흥청 뷜반데르 뷜든 박사 등 네덜란드 식품 관련 전문가들이 직접 참여해 푸드벨리의 성공요인 및 다양한 연구사례 등을 발표했다.

또한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과 권재한 과장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식품유통팀장 최지현 박사,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국장 이종기 박사 등 정부 측 관계자도 참여해 ‘식품분야 민간투자 유치 방안’과 ‘식품산업과 농업의 연계방안’, ‘국가식품클러스터에서 농진청의 역할’ 등에 대해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