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박종철 한국김치협회장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지난해 식품산업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김치를 6대 수출품목 중 하나로 선정 집중육성 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한국의 김치산업과 김치 세계화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김치협회는 2005년 8월 농림수산식품부 산하기관으로, 김치의 산업화, 연구, 과학화 등을 이룩하고 한국의 맛과 김치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립됐다.

한식 세계화를 위해 정부와 관련 단체, 업계가 힘을 모으고 있는 이 시점에 최근 한국김치협회장으로 선출된 박종철 회장(순천대 한약자원과 교수)의 취임 각오와 한국김치협회의 올해 운영방향을 들어본다. /편집자


레시피 표준화·김치요리 개발 시급
영양·기능 연구 학술적 뒷받침 필요


김치세계화 위해 할일 많아

▷최근 한국김치협회장으로 선출되셨는데, 앞으로 2년 동안의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남다른 각오와 이루고자하는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 평소 김치에 관심이 많고 특히 우리 김치의 시각화 사업에 애착이 많습니다.

이번 기회에 우리 김치를 세계화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우리나라는 김치의 종주국이지만, 국내 김치산업부흥에 한계가 있고 외국으로의 김치수출도 중국산 김치와의 경쟁으로 힘든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치 세계화가 탄탄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리 재료로 담은 고품질, 고기능성 김치의 개발, 세계유명요리와 김치의 접목, 김치산업의 내수 촉진, 수출지역의 다양화 전략 등 김치세계화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많습니다.

한국김치협회는 김치산업계, 학계, 관련 공무원들과 힘을 합쳐 김치세계화와 김치산업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한국김치협회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지요.

- 사단법인 한국김치협회는 한국김치의 품질 고급화를 통해 수출을 확대하고 김치 세계화와 국내 김치산업의 육성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2005년에 설립된 전국규모의 협회입니다.


김치 기업체와 김치 유통에 관여하는 분, 김치 학자와 식품 언론인 그리고 김치문화에 관여하시는 분들이 모여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여러 가지 행사 중에서 매년 수시로 개최하는 김치 심포지엄이 있습니다. 지난 2006년에 ‘김치산업활성화를 위한 모색’이란 주제로 첫 번째 심포지엄을 열었고 그 외 ‘김치의 위생 및 안전성 김치와 HACCP’ ‘김치의 우수성과 김치산업의 발전방향’ 그리고 ‘김치세계화 및 김치의 기능성’ 이란 주제로 김치심포지엄을 개최했습니다.

그리고 서울시와 ‘김치사랑축제’를 함께 열고 광주광역시와 ‘광주김치축제’에 우리 협회가 자문하기도 합니다.

‘김치’잡지를 창간했고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정해 우리 김치를 널리 알리는데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김치는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세계5대 건강식품’에 오를 정도로 그 효능이 입증됐는데, 한국의 김치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주력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 최근 한식세계화추진단의 공식 출범으로 정부와 학계, 식품업계는 물론 한류 스타 배용준 씨도 포함됐지요. 올해 안에 김치를 비롯해 떡볶이, 전통주 등의 세계화를 중점 추진하기로 한 점 매우 반가운 소식이기도 합니다.


김치 세계화를 위해서는 김치 레시피의 표준화가 중요하고 위생적인 김치제조는 물론 다양한 기능을 갖춘 김치 개발과 포장디자인에도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이에 종주국이란 위치만 내세우지 말고 김치연구와 김치산업을 더욱 발전시켜야 할 것입니다.

김치 수출 증대를 위해서는 김치 응용요리를 개발해서 세계인의 입맛을 잡아야 할 것입니다. 일본사람들은 자신의 유명한 식품인 청국장, 낫또에 김치를 접목해서 ‘낫또 김치’ ‘낫도 김치 덧밥’을 개발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맥주안주로 김치를 먹고 있습니다. 이처럼 맥주와 김치. 와인과 김치, 피자와 김치, 스파게티와 김치 등 새로운 개념의 김치요리, 김치제품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김치의 산업화, 세계화를 위한 계획과 해외시장 개척 방향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 수출증대를 위해서는 마케팅 전략으로 김치를 고급화해야 하고 또한 ‘한국산’이라는 브랜드도 필요합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김치판매장의 김치포장에는 ‘한국직수입 배추김치’ ‘한국 정통 맛 김치’란 표시가 붙어 있습니다. 그래야 진짜 한국김치라는 것을 일본의 소비자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도 우리말 ‘김치’ 표시가 없으면 한국산으로 믿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국의 김치 포장에는 꼭 우리말로 된 김치 글자가 인쇄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김치에는 ‘한국산’이라는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김치 기능과 영양에 관한 학술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많은 김치 연구가 이루어져 있지만 김치의 다양한 기능성, 즉 발암억제, 노화억제, 다이어트 효과, 동맥경화 예방, 콜레스테롤치 감소, 항산화 등의 작용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연구도 필요합니다.

이 같은 김치의 우수한 기능성의 홍보를 외국인을 대상으로 잘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최근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올 2월 김치 수출이 73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의 702만달러에 비해 4.0%가 늘었다고 합니다.

수출량의 90% 이상을 수출하는 일본시장 회복과 함께 미국, 러시아, 홍콩, 대만, 동남아시아 등지를 대상으로 한 시장개척을 적극적으로 펼쳐 종주국으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지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일본·중국서 꾸준한 인기

▷우리 김치가 일본, 중국 등 외국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판매되고 있는지요.


-일본에서는 한류 열풍과 함께 우리 김치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중학교 교과서에는 김치 사진이 등장합니다. 일본 영어교과서 앞부분에 김치 담그는 사진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실제 일본의 오사카의 김치 상점에는 매운 김치와 단맛이 나는 김치를 진열해 두고 있는데 이중 매운 김치가 잘 팔린다고 주인은 얘기합니다.

그리고 일본달력에 김치사진이 등장하기도 하고, 라면집에도 김치가 들어간 김치라면이 인기가 있으며 어떤 도시에서는 안내책자에 김치상점의 지도가 있을 정도로 김치가 인기입니다.

중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중국 사람들은 김치를 즐겨 먹지 않지만 최근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거나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층들은 우리 김치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상하이에선 한국의 유명 브랜드 김치가 중국 현지 일반 김치보다 두 배 정도 비싼데도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김치 종류와 특징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 김치는 사용하는 재료, 담그는 방법, 양념의 배합비율, 숙성방법 그리고 지방이나 가정의 기호에 따라 맛과 형태가 조금씩 다릅니다.


지금까지 전해오는 김치 종류는 200여종 되지만 담그는 방법에 따라 1000여가지 이상으로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실제 먹는 김치는 대부분 10가지 내외입니다.

지역김치의 특징을 살펴보면 먼저 서울의 향토김치는 중간다운 김치 맛으로 짜지도 않고 싱겁지도 않은 온갖 김치가 모여 있습니다.

전라도지방의 향토김치는 양념을 많이 해서 맵고 짠 편이지만 찹쌀 풀을 넣어 국물이 진하고 감칠맛이 납니다. 다른 지방에 비해 산물이 다양하고 많아서 음식의 종류도 다양하고 음식에 대한 정성이 유별나며 사치스럽습니다.

경상도 지방은 기후가 따뜻하므로 저장성을 위해 소금, 고춧가루, 마늘 등을 많이 사용하지요. 특히 젓갈을 많이 사용하는데 멸치젓이 유명합니다.

황해도지방은 기후가 서울과 비슷하지만 간이 비교적 싱겁고 맛이 담백해 시원합니다. 평안도지방의 향토김치는 날씨가 춥기 때문에 소금을 적게 사용하고 양념도 가볍게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김치 표준화 작업 중요

▷‘김치 레시피’의 표준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김치세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김치 레시피의 표준화가 중요합니다.

정부에서는 소비자의 개별적 기호를 반영하고 산업의 과학적 발전을 위해 김치 표준화와 김치 원산지 표시제를 실시하고 있으니 다행스런 일입니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김치 표준화 작업의 일환으로 김치의 매운맛과 숙성도 표준 지표를 개발했습니다.

매운맛은 순한 맛, 약간 매운맛, 보통 매운맛, 매운맛, 대단히 매운맛의 5단계로 구분하고 숙성도는 미숙성 김치, 적당히 숙성된 김치, 과숙된 김치의 3단계로 나눕니다.

소비자는 이들 매운맛과 숙성도의 다양한 조합에 따라 15가지의 서로 다른 김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 평소 김치전도사로 불리고 있는 박 회장께서는 일본에서 김치홍보를 위해 많은 활동을 하셨는데요?

- 일본 규슈의 미야자키대학에서 6개월간 공동연구를 마치고 최근 귀국했습니다.

그곳에서 금년 1월에 미야자키시 국제교류협회 주최로 김치강연, 김치사진 전시회 그리고 김치조형물의 전시회와 김치시식회도 함께 열었습니다.

이 강연에서 김치 역사, 김치의 국제식품 공인, 한국의 김치축제 소개, 김치 종류를 소개했는데 참석자들은 김치 종류가 이렇게 많으냐고 혀를 두르기도 했습니다.

일본인들에게 한국의 김치 축제와 다양한 김치 종류를 사진으로 보여주니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기도 했습니다. 이번 김치행사는 일본 현지 언론에 크게 소개되어 우리 김치가 많이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김치사진 전시회도 3차례 열어 우리 김치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던 뜻 깊은 김치행사였습니다.

일본 등 해외홍보 주력

▷또한 박 회장께서는 각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김치의 모습을 담아내 김치사진 에세이 책자를 출간하기도 하셨는데, 이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 평소 사진 촬영에 관심이 많아서 외국 출장 시 카메라를 휴대해 우리 김치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는데 그것을 정리해서 책으로 발행한 것입니다.

2005년에는 ‘일본속의 한국김치를 스캔하다’, 2007년에 ‘한·중·일의 김치세상’ 과 ‘한국의 김치’ 그리고 2008년에 ‘서울, 도쿄, 베이징에서 찾은 우리 김치 이야기’의 김치사진에세이 책자를 발간했습니다.

이 책들은 국내에서 열렸던 김치관련 전시회를 참관하면서 촬영한 보기 좋고 먹음직스런 우리김치 사진과 일본, 중국의 김치판매장을 직접 찾아가서 카메라에 잡은 현장사진을 수록한 스케치북입니다.

이 책에 실린 김치사진 한 장 한 장에는 저의 땀과 노력 그리고 애착이 실려 있습니다.

또한 촬영장소를 지도 위에 나타내 주고 우리말과 더불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설명도 함께 실어 외국인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 책입니다.

이 외에도 ‘김치의 기능성과 산업화’, ‘김치의 효능’, ‘김치의 효능 어디에 좋은가’ 등의 김치서적도 출간한 바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치는 한국음식의 대명사지만, 정작 우리는 김치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은 것 같은데요, 김치는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나요.

-김치는 소금에 절인 채소라는 뜻의 한자인 침채(沈菜)가 한국어 김치로 변한 것입니다. 따라서 넓은 의미의 김치의 역사는 현재와 같은 양념 침채 법이 자리 잡기 이전인 선사시대까지 거슬러갑니다.

김치와 관련된 최초의 기록은 지금부터 2600~3000년 전의 중국 최초의 시집인 시경에 나오는 ‘菹(저)’라는 글귀입니다. 즉 오이를 원료로 사용하는 ‘저’라는 채소 절임음식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김치를 만들어 먹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신빙성 있는 이야기로는 한국의 문헌 중에서 고려 때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의 가포육영(家圃六詠)에 6가지 채소에 대한 시가 나오는데 여기에 당시 우리의 무를 주재료로 사용한 김치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590년 전후 고추가 한국에 전래된 후 고추를 김치에 처음 사용한 예가 책에 나옵니다. 하지만 이 당시의 김치에 사용되는 고추의 양은 많지 않았고 고춧가루의 형태보다 고춧잎, 통고추, 실고추의 형태로 사용된 예가 훨씬 많았습니다.

1910년 이후의 조리 서에는 통배추 김치의 제법을 상당히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배추 사이에 속을 끼워 넣고 맨 바깥 잎으로 배추를 한번 감싸서 항아리에 담는 방식으로 현대의 제법과 동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