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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장류 저염화 선결과제”


전문협회 설립 특화.전문화.명품화 추진 바람직


우리 민족과 명맥을 같이했던 된장과 간장, 고추장 등 전통장류를 명품화·세계화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25일 이마컴퍼니(대표 한윤주)와 순창장류연구사업소가 공동개최한 ‘장과 한식의 명품화.세계화 포럼’에서 펼쳐졌다.

우리나라 전통장류의 그 독특한 맛과 기능성은 전 세계로부터 인정받고 있지만 서구식 식생활로 인해 젊은 층으로부터 서서히 외면받고 있으며,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개발 부족으로 현재 세계화 성과도 더딘 실정이다.

이날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포럼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전통장류 전문가들은 모두 한국 전통 장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현재 전통장류산업이 처해 있는 상황과 미래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장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주제발표한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는 “우리 민족 만큼 콩을 다양하게 섭취하고, 발효과정을 창조와 마술의 영역으로까지 발전시킨 민족은 없었다”면서도 “하지만 현재는 우리에게 장류기술을 전수받아 만들어진 일본식 장류가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젊은 세대로부터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 교수는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장류시장을 극복하고 새로운 소비계층에 접근하기 위해선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개발로 수출을 확대하고, 고염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를 반영해 전통장류의 저염화를 이뤄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전통장류산업의 발전방안’을 발표한 한금수 순창장류연구사업소 소장은 “전통장이 미래에도 살아남기 위해선 어린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야 한다”며 “고객의 연령층을 낮추기 위해선 전통장의 영양학적 우수성 같은 장점은 살리고 고염식품이라는 단점은 제거할 수 있는는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소장은 또 한식세계화와 관련해 “전통장류만 가지고 직접 세계에 진출한다면 외국인들이 우리 전통 장에 적응하는 데 아마 50년 이상 소요될 것”이라며 “우리 전통장류가 세계화되기 위해선 현지에 맞는, 그리고 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샐러드 드레싱과 바비큐 소스 등으로 개발해 우회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샘표식품 박진선 대표도 전통장류가 살아남기 위해선 고객층의 연령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아이들에게 전통 장을 먹이지 않으면 결국 그 아이들이 부모가 됐을 때도 자녀들에게 전통 장을 먹이지 않을 것”이라며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30~40년이 지나면 전통장이 우리 문화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대표는 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의미에서 현재 샘표식품에서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우리 된장을 먹입시다’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집에서 된장을 담기가 더욱 어려워 질 것이기 때문에 대규모 장류공장과 소규모 전통장류 업체는 더더욱 좋은 제품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이날 포럼에서는 전통장과 한식세계화와의 연계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장의 고급화와 식단개발 및 스타 셰프의 역할’에 대해 발표한 박효남 힐튼호텔 총 주방장은 “프랑스요리에 전통 간장 소스를 곁들이고, 전통 독일 소시지에 장류를 활용해 만든 곱창소스를 접목했더니 외국인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며 “우리 장을 가지고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기회는 무궁무진하게 많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주방장은 “우리 장이 세계로 나가기 위해선 우리 장을 먹는 방법에 대해 외국인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며 “미생물 등에 있어서 우리 장의 100분의 1도 안돼는 서양의 발효식품 치즈가 주요 코스 요리로 나오고 있는 만큼, 우리 장도 홍보만 잘 이뤄진다면 충분히 세계인의 식탁에 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식 명품화를 통한 문화 보급과 관광자원의 연결고리’를 발표한 구삼열 서울 관광 마케팅 대표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 경복궁 보다 한식당을 먼저 찾는 경향이 있으므로, 한식세계화를 위해선 한식명품화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며 “한식표준화가 어렵다면 최소한 체계화라도 이뤄져야 외국인들에게 우수한 우리 한식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전통장류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전통장류협회나 조합 같은 단체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날 포럼에서 소개된 제주 한림과 전남 담양, 경북 청송, 충북 괴산, 경기 파주 등에서 올라온 각 지방 장류명인 7명 중 대표로 소감을 발표한 기순도 장인은 “예로부터 간장 등 전통장류는 우리 민족의 기본이 되는 음식이었지만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도 많아 아쉽기도 하다”며 “큰 기업에 비해 전통장 업체는 대부분 영세하므로 장인들이 보다 편안한 환경에서 전통장을 만들기 위해선 협회나 조합같은 단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금수 소장도 “전통장류 업체가 하나의 조합을 통해 전통장의 특화, 전문화를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진선 샘표식품 대표도 “한국 장은 일본과 달리 미생물 관리 등의 문제로 대량생산이 어렵기 때문에, 소규모 전통장류 업체에서 명품 장을 계속 만들어 줘야 한다”며 “따라서 소규모업체와 대기업이 서로 협력해 나가야 하며, 그 중심축을 장류협회 등에서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포럼이 끝난 후, 박물관내 콩두 레스토랑과 잔디밭 테라스에서는 지역 특산 장류와 신메뉴 시식, 메주빚기 시범, 된장쿠키 만들기, 옹기그릇 전시 등 시민참여행사가 펼쳐져 주말을 맞은 서울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