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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 HACCP적용 '눈가리고 아웅'

위생시설 완비 등 들어 공인기관 인증에 난색
"급식소는 식품회사 시스템과 달라" 억지 주장


식중독 등 학교급식과 관련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학교급식에 적용되는 HACCP 시스템이 과연 안전한 가에 대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학교급식 현장에 적용되는 HACCP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나 농림수산식품부 등 별도의 인증기관 없이 교육부의 학교급식 위생관리 지침에 따라 운영되고 있으며, 별도로 지정을 신청하거나 표시 또는 광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에 따라 현재 학교급식 HACCP 시스템은 학교장이나 위탁급식업소 업주가 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실무책임은 영양사가, 현장작업은 조리사가 담당하고 있다.

이렇듯 HACCP 비전문가라 할 수 있는 영양사와 조리사 등이 HACCP 시스템을 운영하다 보니 식약청이나 농식품부에서 인증하는 HACCP 보다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결여돼 안전성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을 나오고 있다.

특히 학교급식 위생관리 지침서에 따르면, HACCP 실무자인 영양사가 부재한 경우 조리사가 업무를 대행할 수 있으며, 조리사도 부재시에는 조리종사자 또는 동료가 업무를 대행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과연 학교급식 HACCP 시스템이 얼마만큼의 전문성을 가질 수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비해 식약청으로부터 HACCP 인증을 받은 식재료 납품업체의 경우, 일부 영세한 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가 HACCP 전문교육을 받은 별도의 관리자를 두고 있으며, 인증기관인 식약청으로부터도 1년에 한번씩 추후심사를 받고 있는 등 상대적으로 체계적인 HACCP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아울러 축산물 HACCP의 경우도 축산물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원에서 파견한 위해전문가들이 직접 HACCP 지정을 하고 있으며, 1년에 한번씩 현장방문을 통한 추후관리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식재료업체 관계자는 “대규모 식재료업체는 대부분 고객안심을 위해 체계적으로 HACCP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반 업체에서는 HACCP을 엄격하게 적용해 안전한 식재료를 학교에 납품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곳인 급식현장에서 HACCP이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교과부 측은 학교급식의 경우 일반 식품제조공장과 그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일반 기업들처럼 식약청 인증을 받는 등의 HACCP 적용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학교급식현장은 일반 식품제조공장과 달리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하고 매일매일 새로운 메뉴가 나오는 등 다른 점이 많기 때문에 식약청 인증을 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학교급식 HACCP 시스템은 지난 1999년 연세대학교 팀에서 학교급식소를 직접 방문해 급식시설 등 모든 것을 조사한 결과를 기초로 개발된 것이므로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학교급식 HACCP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영양사들도 식약청 인증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식약청 인증을 받기 위해선 그 기준에 맞게 위생시설을 정비하고 위해요소를 격리시키는 등의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한 데 현재 학교급식 시설은 그러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한영양사협회 고명애 정책국장은 "식약청 인증을 받기 위해선 학교에서 급식시설 등을 식약청 기준에 맞게 재설치 한 후 자발적으로 식약청에 지정해 달라고 신청해야 하는데 현재 학교는 그럴만한 여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학교급식은 일반 식품사업과 다른 점이 많기 때문에 인증 보다는 HACCP 기준에 맞게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식약청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3월 27일 현재 ‘HACCP 지정업소 현황’을 보면, 총 37개 집단급식소가 식약청으로부터 HACCP 지정을 받고 있으며, 그 중에는 봉은중학교와 신수중학교, 영락중학교, 경문고등학교, 중앙고등학교, 계양고등학교, 청심국제중고등학교 등 위탁급식을 하는 7개 학교도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