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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식약청, 화장품 정책 ‘제각각’

ICID 등재 불구 엇박자 행정으로 관련업계 혼선
업계 “배양액 수출 타격.기술 발전 저해” 주장



국내 화장품 산업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와 화장품 평가를 맡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엇갈리는 화장품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예산낭비를 비롯해 관련 산업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식약청은 지난달 16일 입법예고된 ‘화장품 원료지정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고시안’을 통해 ‘인체 유래 세포, 조직과 이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물질’ 등을 배합금지 원료로 규정해 인간 줄기세포와 배양액이 화장품 원료로 사용되는 것을 원천 봉쇄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가족부에서 2008년 보건의료기술진흥사업 신규과제로 선정하고, 예산을 투입해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인간 줄기세포를 이용한 기능성 화장품 개발 사업(과제번호 A080724, 상피세포 성장인자 유래 펩타이드를 이용한 기능성 화장품 개발)은 빛도 보지 못한 채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식약청 고시안에 의해 쓸모없게 돼버리는 연구개발사업은 이 뿐 만이 아니다. 중소기업청에서도 2009년 기술혁신개발사업 선도과제로 ‘세포 추출물을 이용한 항노화 기능성 소재 및 화장품 개발(공고번호 바이오의료-017)’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보건복지가족부는 식약청의 고시가 나오기 한달여 전인 지난 2월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화장품 원료에 대한 사전심사제도를 페지하고, 화장품 사용원료 규정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며 “올해 3월 이러한 내용의 화장품법 개정안(정부)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네가티브 방식’은 허용된 원료로만 제품을 개발해야만 하는 ‘포지티브 방식’과는 달리 기업에서 금지원료를 제외한 다양한 원료를 자유롭게 선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현재 국제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제도이다.

보건복지가족부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도 지난 2월 3일 화장품의 원료관리체계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화장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당시 이애주 의원은 일부개정법률안 제안이유를 통해 “현행 화장품법은 포지티브 방식과 네거티브 방식이 혼재돼 있어 신제품 개발 촉진을 저해하고 있다”며 “화장품 제조 및 수입업자가 새로운 원료를 사용할 경우 국내기준에 적합한 물질이 아니더라도 국제화장품원료사전(ICID)에 등재된 원료면 화장품의 안전성 관리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현재 ICID에는 인간 줄기세포 배양액이 화장품 원료로 등재돼 있는 반면, 식약청은 이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화장품법에서 네거티브 방식을 추진하고 있는 보건복지가족부 및 정부여당과 식약청의 고시안은 정면으로 대치된다. 이에 따라 식약청과 보건복지가족부 등 정부부처는 화장품 정책에 있어서 엇박자 행정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이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식약청은 보건복지가족부 등 다른 정부부처와 달리 산업발전 보다 안전성에 대한 규제를 실시하는 기관”이라며 “화장품 산업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건강을 우선해야 하기 때문에 인체 유래 물질의 화장품 사용을 금지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간 줄기세포를 원료로한 화장품을 개발하던 업체들은 식약청의 고시안으로 인해 막대한 손해를 떠안게 됐을 뿐만 아니라 수출에도 지장을 받게 됐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제품을 개발하는데만 7~8년이 걸리며, 개발비도 40억 원에서 50억 원 가량 소비된다”며 “식약청의 이번 고시로 인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는 우리나라의 줄기세포 배양액 화장품 개발기술이 큰 타격을 입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 관계자 또 “ICID에 등재된 대부분의 줄기세포 배양액 원료들이 우리나라의 기술력에 의해 개발됐다”며 “현재 양수유래 줄기세포배양액의 경우 중국 등 아시아 국가를 비롯해 남미와 유럽까지 수출되고 있는데, 식약청이 이를 배합금지원료로 규정함에 따라 수출에도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업체에서는 인체 유래 세포나 조직을 직접 화장품에 사용하는 것은 금지하더라도 줄기세포 배양액은 배합금지 원료에서 제외해 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식약청에 제출해 놓은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