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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식품안전정책 '갈팡질팡'

최영희 의원 "식공 압력에 규제완화 선회" 주장
당국 "국회통과 여부 따라 유동적" 모호한 답변



보건복지가족부가 어린이 식품안전 정책으로 ‘신호등 표시제’ 대신 식품업계에 유리한 ‘녹색표시제’를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신호등 표시제는 어린이 기호식품에 칼로리와 포화지방량 등을 어린이들이 알아보기 쉽도록 녹색, 황색, 적색 등의 색상으로 표시토록 하는 제도로 지난해 8월 한나라당 보건복지위 간사인 안홍준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당시 보건복지가족부는 “신호등 표시제 도입에 이견이 없음”이라는 검토의견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신호등 표시제 대신 우수 어린이 기호식품에 녹색마크를 부여하는 ‘녹색표시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한국식품공업협회 등 22개 식품업체가 지난해 11월 보건복지가족부에 신호등 표시제 도입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출한 바 있는데 그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정부가 어린이 식품안전 보다 업계의 의견을 더 중요시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아울러 최 의원은 “어린이 기호식품의 신호등 표시제 도입은 정부와 한나라당의 대국민 약속임에도 정부가 아무런 해명없이 헌신짝처럼 버리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이렇게 되면 국민들은 앞으로 정부가 어떤 식품안전 정책을 내놓더라도 믿지 않을 것”이라며 일관성 있는 정부 정책을 촉구했다.

하지만 보건복지가족부 측은 현행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에서 ‘녹색표시제’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녹색표시제’를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 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가족부 식품정책과 관계자는 “신호등 표시제를 녹색표시제로 바꾼 것이 아니라 특별법에 녹색표시제가 규정돼 있으므로 (녹색표시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며 “안홍준 의원이 발의한 신호등 표시제가 국회를 통과한다면 신호등 표시제 도입도 검토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 관계자는 또 식품업계의 압력으로 인해 ‘신호등 표시제’에서 ‘녹색표시제’로 바뀐 것이 아니냐는 최영희 의원의 주장에 대해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녹색표시제와 신호등 표시제는 동시에 사용할 수 없는 제도로서 만약 신호등 표시제가 도입될 경우 녹색표시제는 자동으로 소멸되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따라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식품업계에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

따라서 오는 2010년 1월 도입을 위해 현재 준비되고 있는 녹색표시제는 안홍준 의원이 발의한 신호등 표시제가 도입되면 시행되지도 못하고 버려지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영희 의원실 여준성 보좌관은 “식품안전에 대한 여론이 뜨거웠던 지난해에는 한나라당과 정부가 신호등 표시제를 도입하겠다 해 놓고서 특별법에는 녹색표시제를 집어 넣는 등 이랬다 저랬다하고 있다”며 “신호등 표시제를 하던 녹색표시제를 하던 정부에서 명확하게 정리를 해줘야 식품업계도 준비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식품공업협회 김용현 이사도 “식품업계 입장에서는 나쁜 식품이라고 ‘빨간 딱지’를 붙이는 신호등 표시제 보다 우수한 식품에 녹색마크를 부여하는 녹색표시제를 환영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녹색표시제가 시행도 되기 전에 신호등 표시제로 바꾸는 것 보다 일단 시행한 후 문제점이 발생하면 충분한 검토과정을 거쳐 개정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이사는 “정부 당국과 안홍준 의원에게도 식품업계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기 때문에 (신호등 표시제 문제가) 무난하게 처릴 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