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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처리 식품 표시기준 '허점'

살충이나 멸균 등을 위해 식품에 방사선 처리를 했을 때 이를 표시하도록 한 국내 규정이 국제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원은 11일 수도권의 주요 재래시장과 대형 마트에서 판매되는 5개 식품군 111개 포장제품의 표시실태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의 방사선 조사(照射)식품 표시기준이 국제기준보다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면류(라면.우동.국수), 복합 조미식품(국거리용 조미식품, 밥에 뿌려먹는 제품), 건조향신료, 고춧가루, 한약재 등 5개 식품군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15개 면류 제품 중 11개가 분말 또는 건더기수프에 방사선을 쬐었고 복합 조미식품 21개 중 8개, 건조 향신료 33개 중 1개가 방사선 처리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들 제품 가운데 방사선 조사 사실을 표시한 제품은 하나도 없었다. 원재료에 방사선을 쬔 경우에도 이를 표시하도록 한 선진국과 달리 국내에선 최종 완제품에 방사선을 조사한 제품만 표시하면 되기 때문이다.

면류 제품은 분말수프나 건더기수프에 방사선을 쬐었더라도 최종 완제품에 다시 포장돼 들어간다는 이유로 현행 규정상 표시 면제 대상이다. 복합 조미식품은 원료와 완제품 중 어디에 조사한 것인지 밝히기 힘들었다고 소비자원은 설명했다.

다만 건조향신료의 경우 완제품에 방사선을 조사했는데도 표시를 하지 않아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 고춧가루나 한약재 중에는 방사선 처리를 한 제품이 없었다.

방사선 조사는 주로 살충이나 멸균, 또는 식품의 싹이 트거나 뿌리가 자라는 것 등을 늦추는 생장 조절을 목적으로 이뤄진다. 방사선 조사 식품의 위해성과 관련해서는 명확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아 발암 논란이 일고 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국제식품규격(Codex), 유럽연합(EU) 등은 방사선이 조사된 원재료를 사용한 경우에도 이를 표시하도록 돼 있고 특히 EU의 경우 급식 제품이나 벌크 제품(포장하지 않은 제품)에도 표시를 의무화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방사선을 쬐었을 경우 그 양까지 표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며 "관련 부처에 시정 조치와 제도 개선을 건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