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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안전하게 담궈 맛있게 먹자

김장철이 다가왔다. 올해는 집에서 김치를 담그려는 주부가 예년에 비해 꽤 늘었다고 한다. 사먹는 김치가 가격부담이 되는데다 먹거리 전반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미국 건강전문 월간지 ‘헬스’에서는 세계 최고의 건강식품 5가지 중 하나로 우리나라의 김치를 선정했다.

헬스지는 김치에 대해 비타민 A·B·C 등 핵심 비타민이 풍부하고 소화를 돕는 유산균이 많으며, 섬유질이 많은 저지방 다이어트 식품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지난 2002~2003년 사스가 지구촌을 긴장시켰을 때 유독 한국인에게 사스가 감염되지 않는 이유로 김치가 주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김장철을 맞아 김치의 다양한 생리효능과 건강을 해치지 않는 김장 담그기 요령을 알아본다. /편집자


세계 5대 건강식…고염분은 주의해야
김장김치, 고강도 노동 김장증후군 빈번
주부습진·디스크 등 위험 예방책 필수


항균·항산화·항암 등 효과

현재까지 김치의 우수성에 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김치에는 다양한 생리적 효능이 있다.

항균효과, 항산화효과, 항암효과, 비만방지 효과뿐 아니라 면역 활성을 증대시키는 효과도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김치는 영양 면에서도 매우 우수한 식품이다.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 무, 열무, 갓, 고추, 파, 마늘, 생강 등에는 많은 양의 항산화 비타민인 비타민 A, C와 무기질, 섬유질이 들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먹는 김치에도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다.

또한 김치는 발효 과정을 거쳐 맛있게 익게 되면 특히 비타민 C가 많아지고 고추, 무청, 파, 갓, 열무 등의 녹황색 채소가 많이 섞이면 비타민 A(카로틴)가 늘어난다.

배추, 열무 등의 김치 40~60g을 하루 3회 정도 섭취하면 비타민 C는 배추김치가 약 17~25㎎, 열무김치가 30~45㎎으로 한국인 1일 권장량 100㎎의 3분의 1 정도를 김치에서 얻는 셈이다.

또한 김치가 발효돼 생기는 유산균(젖산균)은 발효과정에서 장내 유용 미생물의 증식은 물론 대장암 예방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치에 들어가는 다양한 채소들은 열량이 적으면서도 식이섬유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체중조절에 도움을 주고, 특히 고추의 경우 캡사이신이라는 성분이 신진대사작용을 활발히 함으로서 지방을 연소시켜 체중조절에 도움이 된다.

또한 마늘, 파 등 김치 재료에는 항산화 비타민과 항세균 성분이 풍부해 노화를 억제하고, 암을 예방하며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이와 함께 김치에 들어있는 각종 채소의 식이섬유와 향신료, 유산균은 혈중에 있는 나쁜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려서 각종 성인병의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치는 소금이 많이 들어가는 특성 때문에 당뇨, 고혈압, 위염이나 궤양이 있는 사람들은 특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배추김치의 경우 60g 기준으로 보통 3~4g 안팎의 소금이 들어 있다. 보통 설렁탕을 한 그릇 먹을 때 섭취하는 염분을 계산해보면 설렁탕에 2~3g, 김치에 3~4g(60g기준), 깍두기에 3~4g(60g기준) 등으로 한 끼에만 최소 8g 안팎을 섭취하게 되는 셈이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장하는 하루 소금섭취량인 ‘5g 이내’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따라서 소금섭취량에 주의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1회 40g 이하를, 그리고 가급적이면 백김치, 나박김치, 물김치(동치미) 등을 먹는 게 좋다. 또한 김치에는 섬유질이 많아서 소화력이 떨어질 때는 위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섭취량에 주의해야 한다.

단 매운 성분은 위염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면장갑+고무장갑 안전 도우미

김치를 먹는 사람은 못느끼지만 겨우내 먹을 김치를 담그는 일은 고도의 노동력이 필요할 뿐 아니라 정성이 필요하다.

그래서 명절증후군 못지않게 김장증후군에 시달리는 주부들도 많다. 그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가 바로 ‘주부습진’이다.

주부습진은 자극성 접촉 피부염의 일종으로 주로 비누나 세제 등으로 자극 받아 생기는 피부질환이다. 잠복기 없이 자극을 받은 거의 모든 사람에게 생기기 때문에 알레르기성 접촉 피부염보다 발생 빈도가 훨씬 높다.

이 질환은 각질층이 두껍고 피부 수분함량이 적은 손바닥 부위에 많이 나타난다. 증상은 홍반이 생기고 건조해지면서 가려움증과 각질 등이 생긴다. 심한 경우에는 수포나 진물이 나고 만성화되면 피부가 두꺼워지고 갈라진다.

주부습진을 예방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손에 보습제품을 바른 후 얇은 면장갑을 끼고 그 위에 고무장갑을 착용하는 것이다. 단 고무장갑의 안쪽과 면장갑은 항상 마른 상태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물이 묻거나 땀이 나서 젖은 것을 사용하게 되면 오히려 습진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손에 땀이 많이 나는 사람은 면장갑을 끼기 전에 베이비파우더를 뿌리고 끼는 것도 좋고 면장갑은 약간 헐렁한 것이 낫다.

피부에 밀착되는 반지도 빼고 작업을 하는 것이 좋다. 니켈이나 도금으로 된 금속 식기나 칼 등도 주부 습진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씻을 때에는 되도록 빨리 일을 끝마치도록 하고 파, 마늘, 고추 등 자극적인 식 재료는 되도록 손으로 직접 만지지 않도록 한다. 고무장갑이 너무 둔하거나 꼭 벗어야 할 때는 비닐장갑이라도 끼도록 한다.

김장 후에는 손을 미지근한 물에서 저 자극 비누로 깨끗하게 씻고 충분히 헹군 다음 핸드크림이나 바세린을 발라준다. 건조함이 심할 때는 보습제를 바른 뒤 비닐 랩으로 1시간 정도 손을 감싸 놓으면 보습 효과가 더 뛰어나게 된다.

손에 고춧가루가 묻어 맵고 화끈거린다면, 응급처치법으로 차가운 우유에 손을 담그면 매운 기가 금새 가신다.

초이스피부과 최광호 원장은 “만약 손이 가렵거나 물집이 생기는 등 이상 증상이 보일 경우에는 피부과에서 국소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 받아 바르거나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면 금세 증상이 호전된다”고 말했다.

허리·무릎 보호 신경을

김장은 준비단계부터 무거운 짐을 나르는 작업이 많아 허리에 급작스런 통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한 자세를 장시간 유지하기 때문에 허리에 부담이 커진다.

또한 쌀쌀한 날씨 속에서 움츠린 자세로 고된 노동을 이틀 정도 하고 나면 허리나 관절이 뻐근하고 묵직한 느낌이 올 수 있다.

소금물에 절인 배추는 1포기당 2㎏나 나가기 때문에 급작스럽게 들어 올리다 허리에 무리가 가기 쉽다. 또한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낮은 기온 때문에 허리근육이 굳어있어 갑작스런 충격이 오면 급성디스크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자생한방병원 권승호 원장은 “특히 40~50대 중년 여성의 경우 허리주변의 지방이 많은 반면 근육과 인대는 약해져 있어 김장과 같이 노동강도가 심할 일을 할 때 요추염좌 등의 허리부상이 생기기 쉽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김장을 시작하기 전에는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한 번에 무거운 짐을 들어올리는 행동은 삼가도록 한다.

무거운 짐을 들 때는 무릎을 굽히고 짐을 허리에 최대한 붙여 천천히 들어올리면 허리에 전달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한 김장을 할 때는 2명 이상이 무거운 물건을 함께 들어 허리의 무리를 최소화시키는 게 좋다.

따뜻한 옷차림으로 허리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 두꺼운 외투보다는 얇은 옷을 여러 겹 입으면 찬바람이 허리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장시간 쪼그려 앉는 자세는 관절에도 부담된다. 특히 퇴행성 관절염을 앓는 중장년층 여성이라면 오랫동안 앉은 자세로 인해 무릎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김장을 할 때 김장재료를 식탁 위에 올려 허리를 곧게 편 자세를 유지하는 게 좋다고 권고한다.

만약 바닥에서 일해야 한다면 등받이가 있는 의자나 벽에 등을 기대고 작업하는 게 바람직하다. 무릎이 찬 기운에 노출되지 않도록 무릎 덮개 등을 활용해 보온에 신경 쓰는 것도 요령이다.

1시간에 1번씩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5분 동안 흔들어 주는 것도 허리에 가는 충격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나누리병원 이동걸 원장은 “만약 김장을 한 후 통증이 허리와 옆구리 쪽에 있으면서 엉덩이나 다리도 심하게 저리고 아프다거나 다리 감각이 무뎌질 때, 발가락을 움직이기 힘들 때에는 디스크가 파열됐을 수도 있는 만큼 서둘러 병원에 가보는게 좋다”고 말했다.

(도움말:이정권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최광호 초이스피부과 원장, 이동걸 나누리병원 원장, 권승호 자생한방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