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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 중간간부 줄줄이 이직

올들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중간 간부들이 공직을 떠나 대학과 로펌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를 두고 내부에서는 '인재 유출'을 우려하면서도 신뢰받지 못하는 식약청의 현주소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자조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올들어 국장급(부장) 1명과 과장급 1명이 서울시내 주요 사립대학 교수로 채용됐으며 과장급 1명은 김앤장법률사무소로 이직했다.

이들 3명은 모두 박사학위를 가진 식품안전분야 전문가로서 식약청 내에서도 전문성과 업무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중간간부들이 잇따라 식약청을 떠나는 것은 민간분야에 비해 처우가 낮은 데다 공직사회 안팎으로부터 인정과 신뢰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리에 연루된 간부들과 부실한 식품사고 대응으로 굳어진 국민들의 불신도 직원들의 사기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박종세 초대 청장은 퇴임 후 약효시험 결과를 조작해 구속됐으며 K식품평가부장은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을 드러나 형사처벌을 받았고 C 의약품안전국장은 업계에 청첩장을 돌려 물의를 빚고 사퇴했다.

이밖에도 지방청과 수입식품검사소 소속 실무자들이 업계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이 여러 차례 적발되기도 했다.

최근 멜라민 사태와 지난 2005년 '기생충 김치' 등 식품 파동이 터질 때마다 식약청의 우왕좌왕하는 태도도 불신을 초래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급여나 처우가 민간기업에 비해 열악한 것을 알고도 보람과 긍지를 찾아 공직에 들어왔던 분들이지만 소신껏 일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한창 능력을 발휘할 중심 인재들이 식약청을 떠난다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문인력 '수혈'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 7월 식약청이 임상시험 전문인력으로 활용할 의사 8명을 공개모집했으나 지원자격을 만족하는 응모자는 5명에 그쳐 체면을 구겼다.

당시 기존 직장을 쉬거나 퇴직하지 않고 1주일에 2일만 근무하는 형태도 괜찮다는 조건에도 의사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식약청 생물의약품안전국의 관계자는 "독성과학원이나 평가부서 연구직 채용에 과거만큼 우수한 지원자가 몰리지 않는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멜라민 파동과 부실한 식품 및 한약재 검사기관 관리로 식약청의 전문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전문인력 확보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의약품안전국 관계자는 "이직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전문가 출신 중간 간부들이 잇따라 떠나는 것이 신뢰받지 못하는 식약청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