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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해 항생제 사용' 옹호 토론회 파문


멜라민 공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여당인 한나라당이 인체 위해 우려가 있는 동물용 항생.항균제 사용금지 법안을 철회해 달라는 축산업자의 입장을 반영한 토론회를 열어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토론회에는 외국전문가들을 대거 초청해 우리 국민 안전을 외국의 잣대에 들이대려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토론자 총 9명 중 우리나라에서는 장기윤 농림수산식품부 동물방역팀장과 이문한 서울대 수의과학대학 교수 2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7명은 모두 외국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또 9명의 토론자 중 항생항균제의 위험성을 주장한 농식품부 1명을 제외하고 소비자의 입장을 대변할 토론자는 제외된 채 나머지 8명은 모두 축산업자의 주장을 옹호하는 패널들로 채워져 빈축을 샀다.

한나라당 농림축산분과위원회는 20일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한강홀에서 ‘동물용 항생항균제 내성의 위해평가와 관리제도 개선방안’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앞서 농림부는 지난해 12월 10일 ‘위해사료의 범위와 기준’ 개정안 고시를 통해 사료내 유해물질.잔류농약 및 동물용의약품의 범위와 허용기준, 동물 등의 질병원인이 우려되는 사료의 종류를 규정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클로르테트라싸이클린, 옥시테트라싸이클린4급암모늄, 바시트라신아연, 황산콜리스틴, 황산네오마이신, 염산린코마이신, 페니실린 등 7종은 동물용 사료에 사용할 수 없다.

이날 토론회는 이같은 농림부 개정안에 대한 고시 철회를 요구하는 성토장을 방불케했다.

이에 장기윤 팀장만이 외롭게 우리나라 국민 안전의 수호자 역할을 담당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장기윤 팀장은 “소비자 선택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안전성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동물에 사용되고 있는 항생제는 스웨덴의 22배, 미국의 3배, 일본의 2배에 이를 정도로 과다하다”면서 “이런 항생제 사용으로 인한 내성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축산물을 공급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문한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 축산물 사료에서의 항생제의 오남용은 사실이다. 그러나 항생제 사용이 적은 소를 많이 사육하는 유럽, 미국 등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항생제로 인한 내성균을 섭취하더라도 적은양이기 때문에 인체에 오염될 개연성은 적다”면서 “리스크 관리 정책을 제대로 관리하면 이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마스 쉬라이옥 미국 Elanco 연구소 박사는 “생산성 증진을 위한 항생제는 생산성 향상 뿐아니라 생산 단가를 낮추고 각종 병원균으로부터 감염을 억제하며 축산물 폐기물을 감소시켜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면서 “이는 치료를 위한 항생제와는 다르다. 건강증진 약제로 부르고 싶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동물 종류에 따라 하루에 섭취하는 사료에 따른 항생제 섭취양도 다르다. 이를 무시한 채 전체양으로 한국의 항생제 섭취가 많다고 평가 내려서는 안된다”면서 “배합기술 등 과학적 기준이 마련되면 이런 염려도 없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알렉산더 S. 매턴스 박사는 “항생제 양이 얼마나 많은지는 중요치 않다. 축산물이 병원균으로부터 오염이 있으면 써야된다”면서 “항생제 사용은 전체 오염균을 줄이는데 목적이 있다.과학적 근거 없이 사전에 검증되지 않은 것을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식품부에서 7가지 약품을 금지 품목으로 선정한 이유를 묻자 장 팀장은 “위험적 요소가 있는 물질을 예방적 측면에서 사전에 위험 요소를 막자는 것이었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그는 이어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의 안전”이라며 “앞으로 축산물 뿐아니라 농장에까지 HACCP 적용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사료업 관계자인 산드라 C. 플릭 박사는 “동물성 항생제가 사람에게 영향이 전혀 없다는 보고서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면서 “과학적 근거 없이 규제하는 것은 맹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장 팀장은 “동물 항생제로 인한 내성균은 사람에게 치명적이라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라며 “우리가 상대하는 것은 외국인이 아니라 우리 국민 4800만명으로 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라고 되 받아쳤다.

그는 또 “국민의 안전을 위한 방향으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고 관련업계와 학계와도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른 토론자들은 “항생제에 따라 내성이 다르다. 따라서 사람에 적용하는 것도 달라야 한다”면서 “하나하나 과학적 입증 후 규제를 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 참석자는 “동물용 항생제에 위해성에 대해 소비자를 위한 토론장인 줄 알았는데 이번 토론은 수의사와 사료업계, 의약품 업계를 위한 국제학술대회를 연상케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검증 안된 항생제 오남용 문제에 국민들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시중에서는 소와 돼지 등 축산물의 내장 안먹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며 토론자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토론회가 끝난 후 한나라당 중앙위 의장인 이군현 의원은 “세계의 석학들이 한결같이 우리나라의 동물용 항생제 규제는 지나친 면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 정부는 이에 귀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해 일부 참석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