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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칼럼 - 나이 값을 하게 하려면

바닷가에 놀러 갔던 두 젊은 여성이 고깃배를 얻어 탔다가 그 배의 70세어부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어촌의 늙은 어부라고 믿었다가 어처구니없이 그에게 살해당한 것이다.
 
“늙은 어부”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선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거친 바다에서 힘든 고기잡이 일을 하면서 주름살 많은 얼굴과 굳은 살 박힌 거친 손,그리고 순박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그것이다.

따라서 그냥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해 버렸을 것이고 어촌에 왔으니 작은 고깃배도 타보고 어부가 고기를 잡는 모습을 보는 것은 재미있고 안전한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배가 흔들리어 멀미가 심하게 나거나 심지어 배가 뒤집히는 일이 있더라도 “어부 할아버지”는 우리를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음에 틀림 없다.

순박해 보이는 나이 많은 할아버지 어부에게 경계심을 가졌을 리 없고 바다 위에서 그가 상상치도 못한 성폭행범으로 변신하는 것을 보고서도 그들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이해를 못했을 것이다. 나이 든 사람들이 정말 할말 없게 생겼다.
 
흔히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허연 수염이 날리는 늙은 사람들이라면 오랫동안 살아 오면서 삶의 지혜가 쌓이고 인생에 대한 깊은 관조가 생겼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애초부터 멍청하게 태어난 사람은 일생 멍청한 일만 반복하다가 나이 들어서도 어쩔 수 없는 늙은 멍청이가 된다.

이런 사람에게 단지 허연 백발과 수염만 보고 지혜로운 사람일 것이라고 믿는다면 이번 일처럼 낭패가 벌어지게 된다.
 
또 다른 면에서 노인들이 신뢰를 받는 것은 “사람들은 죽을 때가 가까워 오면 선해진다”라고 하는 믿음이다.

물론 본인이 죽을 때가 가까워 온 것을 알면, 아마 그 때는 무력해져 있을 것이고 마지막으로 선해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이 많은 노인들이라고 다 자기가 죽을 때가 가까워 왔다고 믿지는 않는다. 아직도 자기만은 더 오래 살 수 있다고 믿고 욕심을 부리는 수가 많기에 단순히 늙었다는 것만으로 그 사람이 갑자기 선해진다고 볼 수는 없다.

영리하고 악하게 살아온 사람은 일생 자기 이익만 챙기고 남에게 못된 짓만 골라서 하다가 나이 들어서도 고칠 수 없는 못된 늙은이가 되어버린다.
 
살인을 저지른 늙은 어부가 어떤 생을 살아 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가 가족이 있고 손자, 손녀가 10여명이나 있음에도 혼자서 뱃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었다면 자손들의 부양에 의지하는 약한 노인은 아니었을 것이다.

수사관의 심문을 받으면서 점퍼를 뒤집어 쓴 것을 보면 부끄러움도 아는 노인일 것이다. 그런 사람이, 대가족의 윗 어른이면서 체면도 안다는 이 노인이 죄 없는 젊은 목숨을 4명이나 빼앗고도 완전범죄가 되어 죄 값을 치르지 않고 가족과 이웃의 존경과 믿음 속에 생을 마칠 뻔 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가 휴대폰으로 연락을 취해 놓지 않았다면 살해 당한 불쌍한 두 여인은 인생을 비관해서 스스로 물에 뛰어들어 자살한 사람들로 정리 되었을 것 아닌가.

그리고 이 늙은 어부는 계속 비슷한 범죄를 저지르고 당치도 않게 “인생을 비관한 자살자들”이라고 결론 지어질 희생자들을 계속 만들어 냈을 것이다..
 
나이 들면 나이 값을 해야 한다지만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노인들의 행실이 흐트러진다고 노인들을 몰아서 무시하고 천대하는 사회가 된다면 그것은 우리의 오랜 미풍양속에도 반할 뿐 아니라 누구나 노인이 될 수 밖에 없는 우리들 삶의 미래가 암울해 진다.
 
결국은 노인들에게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서 잘 살 수 있도록 교육하고 서로 대화가 가능하도록 의사소통 통로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국가가 의무교육을 초등학교에서 중학교까지 시켜주는데 경제적 능력이 있는 집안 자녀에게까지 의무교육을 시켜 줄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 돈으로 노인 의무교육을 시켜야 한다. 사회 생활에서 은퇴할 나이에 의무적으로 3년쯤 다시 학교를 다니도록 해서 새로운 제2의 인생을 맞기 위한 교육을 시켜주는 것은 여러모로 유익한 일이 될 것이다.
 
그들은 교육 과정에서 휴식과 지식과 새로운 친구들과 네트워크를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노인들에게 충족되지 않는 욕구를 건강하게 채워주는 방법도 배워주게 될 것이다.

모든 노인들을 위해서라도 인간 같지 않은 할아버지에게 꽃다운 청춘을 빼앗긴 젊은 희생자들이 다시는 생겨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