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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CCP업체 고추장서도 쇳가루

세부 기준없는 이물시험법 등 공전에 문제
식약청, 장류 위해기준·관리감독 강화 시급



시중에 유통중인 고추장에서 쇳가루가 검출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HACCP 지정업체의 고추장에서도 쇳가루가 나와 또다른 충격을 주고 있다. HACCP 사후관리에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

최근 한나라당 신상진의원과 본지가 공동으로 국내 6개 업체에서 제조된 3kg짜리 고추장을 각각 실험한 결과 육안을 통해 식별이 가능할 정도의 쇳가루가 검출됐다.

하지만 식약청은 식품공전에 제시된 이물시험법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며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식약청의 안일함에 소비자들은 향후 식품위생안전에 엄청난 파장이 불어 닥칠 것을 염려하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번 쇳가루가 검출된 HACCP 지정업체는 국내 C사·D사·S사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기업으로, 이들 기업에서 생산된 고추장은 현재 전국 유통망을 통해 대량으로 소비되고 있다.

현행 HACCP 제도는 식품의 제조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해요소를 사전에 분석하고 중점 관리할 부분을 찾아 예방 및 제거하는 종합적인 식품위생안전성을 확보하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HACCP 인증심사 보다 더 까다롭다고 알려진 사후평가에서 식약청은 고추장 속의 쇳가루를 잡아내지 못한 것이다.

효율적인 식품안전관리를 목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HACCP 지정 업체의 고추장에서 쇳가루가 검출됐다는 것은 식약청의 사후관리가 그만큼 공신력을 잃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현행법상 장류에 대한 위생관리 및 위생기준, 위생검사 등 뚜렷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식약청의 식품공전 또한 고추장 관련 표시기준은 있지만 제조 관련시설 및 식품위생안전 등에 따른 세부 기준도 없는 상태다.

실제로 현행 이물시험법에는 이번 쇳가루 검출의 핵심기기인 자석봉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대신 이물만 나오지 않게 하라는 것이 법적인 기준이다.

이렇다보니 쇳가루를 검출하기 어려운 자석을 갖춘 업소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고춧가루 제조업체에서는 일반적으로 10000 Gauss 정도의 자석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제조설비 전문가는 “20000Gauss 이상의 특수 자석을 사용해야만 눈에 보이지 않는 쇳가루도 제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HACCP 제도에 허점이 드러남에 따라 일부에선 업체가 나설게 아니라 식약청에서 장류에 대한 적합한 위생안전 기준을 마련해 제조설비 및 완제품 등 관리체계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만약 쇳가루가 나왔으면 제조 공정상의 문제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위해기준을 마련해 업체에 통보하면 업체는 HACCP 기준에 따라 식품위생 안전 부분을 보완하고 중점 관리하도록 돼있다”고 말했다.

고추장업계 관계자는 “모든 식품에는 쇳가루가 나와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고, 이런 민감한 식품안전성 문제는 식약청, 국회, 소비자 단체, 업계 관계자 등이 함께 모여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제조 공정상 문제가 있으면 식품안전성에 맞게끔 제조시스템을 보완하는데 주안점을 두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식약청은 HACCP 지정업체에 대해 1년 1회 이상 유효성과 실행성 검사를 실시해 부적합할 시 시정조치를 내리고, 업체가 2회 이상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지정을 취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