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이른바 ‘알약 형태’의 일반식품에 대한 식약처의 제형 규제가 가시화되고 있다. 식약처가 추진 중인 ‘일반식품 정제·캡슐 형태 허용요건 개선안’이 오는 6월 행정예고를 거쳐 내년 상반기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유예기간 부여와 기존 제품 판매 허용 등으로 시장 충격은 제한될 것으로 보이지만 해외직구와 수출 관련 제도 공백이 남아 있어 실효성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는 지난 13일까지 의견수렴을 마친 ‘일반식품 정제·캡슐 형태 허용요건 개선(안)’을 바탕으로 오는 6월 행정예고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후 규제심사 등 행정절차를 거쳐 통상 6~8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시행 시점은 내년 상반기 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식약처는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시 시행일 이전 제조·선적된 제품에 대해서는 판매를 허용하고, 일정 기간 유예기간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현재 시중에 유통 중인 정제·캡슐 형태 일반식품은 당분간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선안은 정제·캡슐 형태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할 우려가 큰 제품을 중심으로 제한하는 ‘선별 규제’ 방식이다. 과채가공품의 정제 형태는 전면 금지되지만, 코인육수나 발포음료, 기호성 사탕·초콜릿 등은 계속 허용된다.
현행 규정은 과자, 캔디, 음료, 과채가공품 등 일부 식품 유형에 대해 정제 형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이 이를 악용해 물과 함께 삼키는 ‘알약’ 형태의 제품을 출시하고 건강기능식품처럼 광고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제도 보완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대표 사례로는 멜라토닌, 글루타치온, 콘드로이친 등을 표방한 제품들이 정제나 캡슐 형태로 판매되고 있으며, 일반식품임에도 건강기능식품과 유사한 외형과 광고로 소비자 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개선안에 따르면 ▲과채가공품은 정제 형태 제품을 전면 금지하고, ▲당류가공품은 야외활동이나 운동 시 당분 또는 식염 섭취 목적 제품만 허용하며, ▲식용유지류는 조리용 제품에 한해 캡슐 형태를 허용하는 방향이다. 또 과자·캔디·초콜릿 등 기호식품은 씹거나 입안에서 녹여 먹는 형태만 허용하고, 음료류 역시 물에 녹여 마시는 발포정 형태 제품만 허용하도록 기준을 명확히 했다. 특히 물과 함께 삼켜 먹는 제품을 캔디류나 음료류로 신고하는 편법을 막기 위해 섭취 방법 기준을 구체화했다.
표시 규제도 병행된다. 식약처는 정제·캡슐 형태 일반식품에 대해 ‘본 제품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닙니다’라는 문구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제형 규제만으로는 소비자 오인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제도 시행 이후에도 구조적 한계가 남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해외직구 제품은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식약처는 국내 제조와 정식 수입 제품에는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고 입장이지만, 개인이 자가소비 목적으로 직접 구매하는 해외직구 제품은 수입신고·검사 대상이 아니어서 사실상 관리가 어려운 구조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개인이 자가소비를 목적으로 개인통관고유부호를 부여받아 해외사업자로부터 직접 배송받는 직접구매 해외식품등은 수입식품법에 따른 수입신고·검사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정식 수입·검사의 절차를 거쳐 수입된 식품을 구매·섭취할 것을 권장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국내 규제 강화가 오히려 해외직구 확대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는 제형 규제와 표시 의무까지 적용받는 반면 해외 제품은 규제 밖에 놓여 있다”며 “결국 국내 산업만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마씨유(헴프씨드오일) 등 캡슐 제형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경우, 국내 생산이 제한되면 소비자 수요가 해외직구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출 문제도 변수다. 식약처는 수출용 제품의 경우 수입국 기준을 적용받아 제조는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실질적인 수출에는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해외 수입업체들이 요구하는 자유판매증명서(CFS)는 해당 제품이 제조국 내에서도 합법적으로 유통되고 있음을 보증하는 서류로, 국내 판매가 제한될 경우 발급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식품 수출업체 관계자는 "수출용 생산이 가능하더라도 CFS 발급이 어려워지면 바이어 확보 자체가 힘들다”며 “결국 수출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시행 시점과 유예기간 등을 추가 의견수렴을 거쳐 결정할 방침이다. 다만 산업계와 당국 간 ‘규제 역차별’ 논쟁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