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한국식품산업협회(회장 박진선)가 상근부회장 자리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출신 인사를 사실상 내정한 것으로 알려지며 채용 공정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국회 지적을 계기로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가 직접 감사에 착수했다.
7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식품산업협회는 신임 상근부회장에 박철한 전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장을 사실상 내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공모에는 총 9명이 지원했으며, 서류·면접 심사를 거쳐 박 전 센터장이 최고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3차에 걸친 공모·2주 직권연장 논란…“절차 왜곡” 비판
논란은 상근부회장 공모 절차에서 비롯됐다. 협회는 2024년 11월 11일 1차 공모를 실시해 3명의 후보자가 지원했다. 서류심사와 인사검증을 거쳐 면접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지원자 중 1명이 인사혁신처로부터 공직자 취업제한 부적격 판정을 받아 탈락했다. 나머지 2명에 대해서도 협회는 ‘적임자 없음’을 이유로 최종 선임을 보류하고 재공고를 결정했다.
이후 올해 8월 20일부터 9월 3일까지 2차 재모집공고를 진행했으며, 이번에는 7명의 다수의 후보자가 지원했다. 그러나 협회는 ‘임원추천위원회 운영규칙’ 제8조 제2항에 명시된 절차를 따르지 않은 채 박진선 회장 직권으로 모집 기간을 2주간 임의 연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규정은 “응모자가 2배수에 미달할 경우 재공고를 하되, 재공고 후에도 적격자가 없으면 위원회가 직접 후보자를 발굴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응모자가 충분했음에도 별도 회의나 의결 없이 공고를 연장한 것은 ‘특정인 내정’을 위한 절차 왜곡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결국 3차 연장공고(9월 3일) 이후 2명이 추가 지원해 총 9명의 후보자가 경쟁하게 됐다. 협회는 서류심사를 거쳐 5명을 면접대상자로 선정했고, 지난 10월 23일 면접 결과 박철한 전 센터장이 최고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절차적 정당성 훼손”…식약처, 현장 감사 착수
이같은 절차를 두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2차 재모집공고에 7명이 지원했음에도 임원추천위원회 의결 없이 접수 기간을 2주 연장한 것은 특정인 채용을 염두에 둔 불공정한 행위로 절차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식약처는 지도·감독기관으로서 채용 과정 전반을 면밀히 조사하고, 문제가 확인될 경우 시정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이에 따라 이날 서울 서초구 명달로 소재 협회 본부를 방문, 상근부회장 채용 과정 전반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관련 규정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채용이 이뤄졌는지 절차를 면밀히 검토 중”이라며 “문제가 확인될 경우 관련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협회 “특정인 내정 아냐”…“면접 점수로 결정” 해명
협회 측은 “협회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춘 임원을 선발한 것이지 특정인을 정해 놓은 것은 아니다”라며 “면접에서 점수가 가장 높은 후보를 뽑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국식품산업협회는 1969년 설립된 비영리 법정단체로, 식품위생법과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식품위생교육 ▲기능성표시식품 및 특수영양식품 자율심의 ▲시험검사기관 운영 등 식약처의 주요 위탁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CJ제일제당, 농심, 오뚜기, 대상, 동원F&B 등 약 190개 회원사가 소속돼 있으며, 업계 정책 조정 및 대외 협의 창구 역할을 맡는다.
회장직도 내홍 끝에 선임…조직 쇄신 ‘시험대’
협회는 지난 7월 31일 제2차 임시총회를 열고 박진선 샘표식품 대표이사를 제23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박 회장은 협회의 전신인 한국식품공업협회에서 15~17대 회장을 역임한 박승복 전 회장의 장남으로, 부자(父子) 협회장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당초 경선 구도로 진행됐던 회장 선거는 SPC 시화공장 산재사고 여파로 경쟁 후보가 사퇴하면서 단독 추대 형식으로 확정됐다. 이후 정관 개정 추진 과정에서 일부 중소회원사 반발과 식약처 반려로 내홍을 겪었으나 총회에서 박 회장 선출로 공백이 해소됐다.
그러나 상근부회장 인선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면서 협회 안팎에서는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 회복이 협회의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