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장바구니 물가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회장 문미란) 물가감시센터가 2025년 3분기(7~9월) 서울 25개 구와 경기 10개 지역 420개 유통매장을 조사한 결과, 생활필수품이 1년 전보다 평균 3.3% 올랐다. 커피믹스는 18.7%, 달걀은 15.4%, 시리얼 10%, 햄 9.6%, 맥주 8.2%로 전체 평균(3.3%)의 2~3배에 달했다. 소비자가 “장 보기가 무섭다”고 호소하는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 38개 주요 품목 가운데 32개가 올랐고 내려간 건 6개뿐이었다. 오른 품목의 평균 상승률은 4.3%로 전체 평균보다도 높았다. 특히 커피믹스·달걀·시리얼·햄·맥주 상위 5개 품목은 평균 12.4%나 뛰어 ‘밥상·간식·술’ 3대 소비라인이 동시에 압박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상세 품목별로 보면 커피믹스가 단연 1위다. 180개입 기준 가격이 3분기 평균 32,154원으로 1년 전(27,084원)보다 18.7% 올랐다. 제품별로는 동서식품 ‘맥심 모카골드 믹스’가 19.2%, 남양유업 ‘프렌치카페 카페믹스’가 18.2% 올라 1·2위를 차지했다. 제조사 출고가 인상이 소비자가격으로 거의 그대로 전가된 결과로 협의회는 봤다.
달걀도 15.4% 뛰었다. 1판(30개) 평균이 8,452원으로 8,000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협의회는 “폭염·폭우로 산란율이 떨어지고 공급이 흔들린 영향이 소비자가에 반영됐다”며 “산지 가격이 평년보다 높게 유지되면서 소비자 부담이 지속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국가데이터처 물가지수에서도 달걀이 8%대 상승을 보여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가공식품도 줄줄이 올랐다. 시리얼은 10% 상승했고, 제품 기준으로는 동서식품 ‘포스트 콘푸라이트’가 11.8%, 농심켈로그 ‘콘푸로스트’가 8.2% 올랐다. CJ제일제당 ‘스팸 클래식’은 올해 3월 출고가 인상 여파로 9.6% 뛰었다. 맥주는 오비맥주(4월, 평균 2.9%), 하이트진로(5월, 평균 2.7%)의 출고가 조정이 3분기 소비자가격에 반영되면서 8.2% 올랐다. 이처럼 출고단 인상이 겹치자 “행사 때만 싸고 평소엔 다 올랐다”는 소비자들의 체감과 조사치가 일치했다.
반대로 식용유(-4.5%), 두부(-4.4%), 밀가루(-0.7%), 우유(-0.5%), 소주(-0.2%) 등 일부 품목은 내렸다. 국제 곡물가 안정과 원재료 수급 개선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지만, 소비자 체감도가 높은 품목은 아니어서 전체 장바구니 부담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전분기(2025년 2분기)와 비교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26개 품목이 올랐고 13개만 내렸다. 여기서도 커피믹스가 6.9%로 가장 많이 올랐고, 분유(4.0%), 맥주(3.2%), 달걀(3.1%), 고추장(2.9%)이 뒤를 이었다. 즉 “계속 조금씩 더 오른다”는 인상이 숫자로 확인된 셈이다.
소비자단체는 이번 결과를 두고 “할인·쿠폰으로 체감 물가를 낮추려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원재료가가 안정될 때는 제조·유통 단계가 실제 가격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립·묶음판매·행사로 ‘보이는 가격’만 낮추는 방식이 아니라, 출고가·도매가를 낮춰 실제 결제액을 떨어뜨리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기후위기·국제정세 불안이 장기화되면 ‘일시 할인’보다 ‘구조적 물가 안정’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생활필수품 가격 안정은 곧 실질 구매력과 직결된다”며 “정부의 상시 물가 관리 대책과 더불어 기업의 책임 있는 가격 정책, 공급망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조사 결과는 ‘소비자물가정보서비스’(kcprice.or.kr)를 통해 공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