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현대인들이 병원 치료 이전에 ‘예방적 건강관리’에 집중하는 흐름 속에서 장 건강·면역·체중관리 등을 내세운 프로바이오틱스는 건강기능식품 중에서도 대표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고시형 전환 요건, 과도한 심사자료, 항생제 내성 논란 등 제도적 한계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산업 활성화와 소비자 안전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간 판매 6천억 원 규모…10년 새 5배 성장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연평균 3조 6,000억 원 수준이며, 이 중 프로바이오틱스는 약 6,157억 원(점유율 16.9%)을 차지한다. 2014년 1,213억 원에서 2023년 6,159억 원까지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10년간 약 5배 성장한 셈이다.
수입 규모도 꾸준하다. 최근 4년간 연간 1억 달러 이상의 수입액을 유지하고 있으며, 건강기능식품 국내 매출 상위 품목에서도 프로바이오틱스는 3위를 차지하는 핵심 카테고리다.
이 같은 성장세는 장 건강뿐 아니라 비만·피로·피부·반려동물·뇌 건강 등 영역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어 산업적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다.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개념 역시 시장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장 건강과 면역 기능을 중심으로 한 프리바이오틱스·프로바이오틱스·신바이오틱스·포스트바이오틱스 등 네 가지 축이 건강기능식품 산업의 핵심 범주로 자리 잡았다.
우선 프리바이오틱스는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비소화성 식이성분으로, 유익균이 정착·증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프로바이오틱스는 인체 건강에 이로운 살아있는 미생물 자체를 의미하며, 배변활동 개선·유해균 억제·장내 균총 조절 등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소비자 관심이 높아진 신바이오틱스는 이러한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를 함께 배합해 상승효과를 노리는 방식으로, 장내 생태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비중이 늘고 있다.
포스트바이오틱스는 미생물이 생성한 대사산물이나 세포벽 성분 등 비생존성 물질을 일컫는다. 생균을 직접 섭취하지 않고도 면역·장 건강 등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이어지면서 식품·화장품 산업 전반으로 활용 영역이 확대되는 추세다.
이처럼 네 가지 개념은 기능과 작용 방식이 서로 다르지만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동시에 주목받고 있다.
학계에서는 특히 신바이오틱스와 포스트바이오틱스 연구가 활발하며, 피부·뇌·정신건강 등으로 기능성 확장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미국 하버드 의대 알레시오 파사노 교수가 2025년 출간한 '것필링(Gut Feeling)'에서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프로바이오틱스 처방 가능성을 소개해 국제적 관심도 높아졌다.
고시형 전환 기준이 만든 독점 구조,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져
국내에서 프로바이오틱스 기능성 원료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건강기능식품법'과 관련 고시에 따른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현재 고시형 전환 요건은 ▲개별인정형 승인 후 6년 경과, ▲해당 원료로 제조한 품목제조신고 50건 이상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현재 고시형 프로바이오틱스에는 락토바실루스 아시도필루스(L. acidophilus) 등 19종에 불과하며, 개별인정형은 인지기능 개선에 도움, 갱년기 여성건강에 도움, 면역과민반응에 의한 코 상태 개선 등 약 30여 종이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시장 독점’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2017년 식약처 인정을 받은 체중조절 기능 프로바이오틱스 원료는 누적 판매액이 1조 원을 넘었음에도 제조신고 50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특정 기업이 독점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고가 정책이 유지되면서 “변비나 체중관리 목적이 있어도 가격 부담 때문에 구매를 망설인다”는 소비자 호소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시장 왜곡을 막기 위해 전문가들은 고시형 전환 기준 개선을 제안하고 있다. 첫 번째 방안은 ‘개별인정 후 6년 경과’ 또는 ‘제조신고 50건 이상’ 중 하나만 충족해도 전환이 가능하도록 현행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다. 이 경우 독점 방지와 가격 정상화로 소비자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으나 초기 개발기업이 투자비 회수 기간이 짧아진다는 이유로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방안은 기능성 원료 인정 후 10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고시형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는 최초 개발기업의 R&D 투자 회수를 보장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소비자 가격을 낮출 수 있지만 전환까지 기간이 너무 길어 소비자 요구와 시장 변화에 뒤처질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세 번째 방안은 개발비 대비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이 달성되면 자동 전환하는 ‘성과 기반 전환 모델’이다. 예컨대 연구개발·심사비용 등 10억 원을 투자한 원료가 총 판매액 1,000억 원(개발비의 100배)을 넘으면 고시형으로 전환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업의 혁신 동기를 보장하면서도 시장 검증을 통해 공공성 있는 기능성 원료를 개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 대안으로 평가된다.
제출자료 과다…“유전체 분석 일부 생략 가능” 목소리
식약처 '프로바이오틱스 안전성 평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개별인정형 원료 심사를 위해 기업이 제출해야 하는 자료는 상당히 폭넓다. 전장유전체 염기서열과 유전체 분석자료는 물론 독성시험 결과, 항생제 내성 확인자료, 용혈성‧독소 생성능 평가, 부작용 정보 등 다양한 안전성 검증 문서가 필수 제출 항목에 포함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자료 중 일부가 상호 중복되며 과도한 행정 부담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전체 분석자료와 일부 안전성 시험이 사실상 동일한 위험요소를 반복 검증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로바이오틱스의 특성상 기본적인 안전성 검증은 필요하지만 제출 서류가 지나치게 세분화돼 기업의 비용과 시간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과학적 신뢰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서류를 통합하거나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항생제 내성 논란…사후관리 강화 필요
엔테로코쿠스(Enterococcus) 속 균주는 개별인정 시 항생제 내성 여부를 확인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학계 일각에서는 “시중 유통 프로바이오틱스 일부에서 내성 의심 사례가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에서도 핵심 리스크로 꼽히는 분야로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의 정기 조사 시스템 구축을 제안하고 있다.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산업이 성장하려면 고시형 전환 요건 완화, 심사서류 간소화, 항생제 내성 사후관리 강화가 핵심 과제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프로바이오틱스는 장 건강을 넘어 면역·정신건강·피부 등으로 확장 가능한 고성장 산업”이라며 “현행 규제가 시장 현실을 따라가지 못할 경우 글로벌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