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아이스크림에 품질유지기한 표시 추진…정부·업계 반대로 제동

오세희 의원 발의 개정안, 법률에 품질유지기한 정의 신설 추진
복지위 소위서 논의 보류…식약처·업계 “혼란·비용 부담” 신중론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아이스크림·주류 등 일부 품목에 ‘품질유지기한’ 표시를 권고하는 법안이 국회 복지위 소위에 올랐으나, 정부와 업계의 반대 속에 논의가 미뤄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박주민)는 지난 18일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오세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상정해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했다. 그러나 20일 열린 복지위 제2차 법안심사소위 안건에서는 해당 법안이 제외되면서 본격 논의가 뒤로 미뤄졌다.

 

개정안은 법률에 ‘품질유지기한’ 정의를 신설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매년 제조연월일만 표시하는 품목의 안전성을 검토해 필요 시 소비기한 또는 품질유지기한 표시를 권고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아이스크림·식용얼음·일부 주류 등은 현재 제조연월일만 표기하도록 돼 있어 소비자들이 “오래된 제품의 안전성에 의구심을 갖는다”는 점이 입법 배경이다.

 

식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품질이 저하되거나 부패·변질될 수 있어 소비자가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도록 법령에 따라 제조연월일, 소비기한, 품질유지기한 등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제조연월일’은 포장을 제외하고 추가적인 가공이 필요하지 않은 시점을 뜻하며, ‘유통기한(Sell by date)’은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을 의미한다. ‘품질유지기한(Best before date)’은 적절한 보존조건을 지켰을 때 해당 식품의 고유 품질이 유지되는 기한이다.

 

또한, ‘소비기한(Use by date)’은 표시된 보관방법을 준수할 경우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으로, 2021년 법 개정으로 신설됐다. 이에 따라 2023년 1월 1일부터 제조·가공·수입되는 식품에는 기존의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표시하도록 전면 시행됐다.

 

식품유형별 표시기준을 보면 전체 290개 유형 중 223개는 소비기한 표시가 의무화돼 있고, 당류·잼류·장류·김치류 등 38개 유형은 소비기한 또는 품질유지기한을 표시할 수 있다. 반면 아이스크림류, 식용얼음, 설탕류 등 29개 유형은 제조연월일만 표시하도록 규정돼 있다.

 

복지위 수석전문위원은 ‘품질유지기한’ 정의 신설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권고 수준에 머물 경우의 혼란과 용어 사용 문제를 지적했다.

 

이지민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품질유지기한 정의 신설은 법 해석의 명확성을 높이고, 소비자에게 안전한 섭취 시점과 품질 유지 가능 기간을 명확히 안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법안이 권고 수준에 머물 경우, 동일 제품군 내에서 소비기한을 표시한 제품과 제조연월일만 표시한 제품이 혼재해 소비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은 식품·식품첨가물·축산물에 대해 제조연월일, 소비기한 또는 품질유지기한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으나, ‘소비기한’만 법률상 정의가 있고 ‘품질유지기한’은 식약처 고시에 근거해 운영돼 왔다. 이에 개정안은 고시 수준에 머물던 개념을 법률로 상향해 명문화한 것이다. 다만 이 전문위원은 “개정안에서 ‘식품’으로 한정한 정의는 적용 범위가 좁다”며, 현행법상 표시 대상이 식품첨가물과 축산물까지 포함된다는 점을 들어 “식품”을 “식품등”으로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한 개정안은 식약처장이 매년 제조연월일만 표시되는 품목의 안전성을 검토해 필요 시 소비기한이나 품질유지기한 표시를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아이스크림류, 식용얼음, 대부분 주류 등에 제조연월일만 표기되는 현행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취지다.

 

그러나 식약처는 “장기간 보관해도 변질 우려가 없는 제품까지 기한 표시를 강제하는 것은 불필요한 행정·비용 부담”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2018년 실시된 주류·빙과류 안전성 평가 연구에서도 세균 증식이 확인되지 않아, 유통·품질유지기한 설정이 불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 바 있다.

 

다만 아이스크림의 경우 보관 과정에서 녹았다 다시 얼면서 리스테리아균이 증식할 수 있다는 점은 예외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오염된 아이스크림으로 인한 집단 식중독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 전문위원은 “소비자에게 안전한 섭취 시점과 품질 유지 가능 기간을 명확히 안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개정안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법안이 권고 수준에 머무를 경우 동일 제품군 내에서 소비기한을 표시한 제품과 제조연월일만 표시한 제품이 혼재해 소비자 혼란을 초래할 우려도 지적됐다. 업계는 포장재 교체·실험 비용 증가 등으로 가격 상승 가능성을 제기했다.

 

아울러 이 전문위원은 법안 조문에 사용된 “음식등”이라는 용어가 현행법상 정의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짚었다. 현행법 제2조는 식품, 식품첨가물, 기구, 용기·포장, 건강기능식품, 축산물을 포괄하는 표현으로 “식품등”을 사용하고 있어, 개정안 역시 “음식등”이 아닌 “식품등”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검토의견을 제시했다.

 

개정안을 두고 정부와 업계는 모두 혼란과 비용 부담을 우려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식약처는 “품질유지기한 정의를 법률에 두는 것은 타당하지만 매년 안전성 재검토 후 권고하는 방식은 소비자·업계 모두에 혼란을 준다”며 신중론을 밝혔다.

 

한국식품산업협회도 “사실상 의무 규제로 작용해 업계 부담이 커지고, 포장 교체·실험 비용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수용 곤란 입장을 고수했다.

 

복지위 관계자는 "식약처와 업계의 반대와 혼란·비용 부담 등 우려가 해소되지 않아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해당 법안은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상태로 남게 됐으며, 추후 회의에서 다시 안건으로 상정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업계와 소비자단체 간 입장 차가 커 합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