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양곡관리법(양곡법)’을 두고 극한의 대립 양상을 보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손을 잡았다. 탕평인사라는 멋진 허울을 쓰고 있지만, 이번 인사로 현 정부가 농업 4법의 수정 또는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농민을 배려했고, 송 장관은 시장을 보호했다’는 스토리텔링을 만들기 위한 뼈대 세우기의 일환이 아니냐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 송 장관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농업 4법을 두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해 11월 21일 더불어민주당은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매입하는 양곡법 등을 포함한 농업 4법을 단독의결했다.
이에 송 장관은 “농망(農亡)4법”이라며 “농업재해대책법은 법 자체가 재해 수준”이라고 질타했다. 송 장관은 농업 4법과 관련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건의했고, 당시 정부는 이를 행사했다.
이재명 당시 대표는 “대통령이 시도 때도 없이 거부권을 행사하다 보니 장관도 지 맘대로 거부권을 운운하고 있는 것 같다”며 “참 기가 막힌다”고 송 장관의 처사에 불쾌감을 내비치기까지 했다.
농업 4법에 대한 극단적 입장차에도 불구하고, 조기 선거를 통해 통수권자에 오른 이 대통령은 송 장관을 유임시키는 깜짝 인사를 발표했다.
‘농업4법’과 ‘농망4법’ 사이의 송 장관의 소신은 바로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은 “농망법에 대해 법이 아니라 재해 수준이라고까지 해놓고 이제는 새 정부의 국정 철학에 맞춰 적극 재검토하겠다는데 소신은 어디로 간 것인가”고 비판했다.
송 장관은 이어지는 질타에 대해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따르겠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적용하겠다’는 것으로 노선을 정리했다.
실제 지난 23일 유임 인사 후 첫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의 철학에 맞춰 생각을 바꿀 생각인가”라는 질문에 “당연히 국정 철학에 맞춰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부작용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부작용이 없는 범위 내에서 위원님들과 의논해서, 그리고 국정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25일 전체회의에서도 송 장관은 “(농망법을) 희망법으로 만들겠다”면서 “의원님들하고 같이 논의해야 한다. 저희 나름대로는 대안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미령 장관은 농업 4법이 시장 기능을 왜곡하고, 재정 부담을 키우며, 농정의 유연성과 경쟁력을 훼손하는 포퓰리즘적 입법이라고 판단, 강력히 반대한 바 있다. 때문에 전체회의에서의 입장을 대입할 경우, 이 부분에 대해 현 정부와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선거를 앞둔 야당에서 한 국가를 운영하는 행정부로 입장이 바뀐 현 정부 여당 역시 막대한 예산과 시장 왜곡 위험성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정책적 리스크’를 장관의 ‘견제된 찬성’이라는 형식을 분산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야당대표시절 농민의 민심을 얻기 위해 강하게 양곡법을 지지했지만, 이제 국정 운영을 하는 입장에서 재정과 물류,시장 왜곡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실제 쌀 시장에서 과잉 재고, 보관비용 증가, 기계적 매입에 따른 예산 낭비가 계속해서 지적되고 있기 때문에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