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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진단] '대형마트 공휴일 휴업'…정책인가, 이해관계 대변인가?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 오세희 의원 대표 발의 논란 중심에
“공휴일 마트 휴업 강제” 법안, 실효성보다 이해 대변 지적도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강제 지정’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유통업계에 혼란이 커지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 중인 해당 법안은 전국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의 의무휴업일을 지방자치단체 재량이 아닌 ‘법정 공휴일’로 일괄 지정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책의 실효성과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이 거센 가운데, 이해관계 편향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오세희 의원은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으로 “소상공인 보호와 유통상생”이라는 정책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실상 직능단체의 이해를 입법으로 대변한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 ‘선입법 후검증’이라는 구조적 오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무휴업 공휴일 강제’ 입법 배경…“지자체 재량 무력화, 제도 실효성 제고”

 

오세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현행법상 지방자치단체장의 재량으로 운영되고 있는 의무휴업일 지정 권한을 사실상 박탈하고, 모든 지자체가 반드시 공휴일을 휴업일로 지정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 의원은 “일부 지자체가 재량권을 활용해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면서 중소유통업 상생 취지와 대형마트 근로자의 건강권이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전국 기초지자체 176곳 중 77곳(44.5%)이 평일 의무휴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해당 개정안에 대한 국회 내 논의는 복잡하다. 국회 산자위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서도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나 지자체 재량권 축소, 지역 여건 무시, 유통질서 경직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함께 담겼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대형마트 등은 영업규제 도입 당시(365일 24시간)와 달리 현재 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 40시간 근무를 준수하고 있어 근로자의 건강권이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고, 이해당사자 간의 협의로 지역 실정에 맞게 운영 중인 제도를 일괄적으로 공휴일로 고정하는 것은 오히려 상생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책인가 포지셔닝인가”…소상공인 출신 입법자의 한계 드러난 셈

 

이 같은 논란은 입법자의 배경과 정치적 연계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오세희 의원은 1989년 ‘수빈아카데미’를 창업한 메이크업 미용사이자 소상공인 출신으로, 메이크업 국가자격제도 신설을 이끌고 소상공인연합회장까지 역임한 대표적인 직능단체 인물이다.

 

2018년부터는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최저임금위원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주요 국정 의사결정 기구에 참여했고, 2021년에는 제4대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으로 선출돼 전국 소상공인을 대표해왔다.

 

이후 2024년 제22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입성하며 입법권을 갖게 된 그는, 국회에 들어선 직후 소상공인연합회의 오랜 요구사항이자 본인 재임 시절 주요 정책 아젠다였던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강제 지정’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실상 소상공인연합회의 요구를 입법으로 대변한 것”이라며, 정책이익 편향성과 입법자-이익단체 간 유착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정치평론가 A씨는 “정책 연속성과 전문성의 연장이냐, 이익집단 정치의 전형이냐는 논쟁은 늘 존재하지만 입법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단일 이익만을 추구했다면 그것은 공익입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유통업계 “생활 인프라 규제”…정치권도 공개 반발

 

소비자 측과 유통업계는 물론 같은 당 내에서도 반대 입장이 잇따르고 있다. 같은당 산자중기위 소속 장철민 의원은 “대형마트는 많은 국민에게 주말 생필품 소비의 핵심 공간”이라며 “제도의 실효성을 다시 검증하고 생활 편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용기 의원 역시 “온라인 유통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오프라인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방식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접근”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시대착오적인 규제 강화이자 유통업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법률 개정"이라며 "대형마트를 규제하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매우 일차원적인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나경원 의원은 "유통 질서를 오히려 왜곡하고, 쿠팡·배달앱 등에 특혜만 주는 반시장적 규제”라고 날을 세우고 “공휴일 마트 휴업은 소비자 불편, 납품업체 매출 감소, 일자리 위협이라는 ‘3중 피해’를 낳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는 2012년 도입돼 13년째 운영되고 있지만 그 정책 효과에 대한 실증적 분석은 여전히 부족하다. 소상공인 보호라는 명분은 이해되나 현재 유통구조는 온라인·모바일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됐고 소비자의 구매 행태 역시 크게 달라졌다.

 

이런 변화된 시장환경 속에서 공휴일 대형마트 휴업이 실제로 소상공인의 매출을 증가시키는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를 선행하는 방식은 '선입법 후검증'이라는 전형적인 정책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의 일괄 확대가 아닌 실효성 검증과 제도 재설계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