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국민 10명 중 9명이 “장바구니 물가가 올랐다”고 체감하고, 3가구 중 1가구 이상이 “식비가 늘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공식품 가격 상승과 외식비 부담이 동시에 가중되면서 고물가에 따른 ‘식생활 스트레스’가 전 연령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2024 식품소비행태조사 기초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식품 주 구입자의 90.9%가 지난해보다 식품 물가가 상승했다고 느끼고 있으며, 실제 식품소비 지출액이 전년보다 증가한 가구 비율도 37.5%에 달했다. 반면 지출이 줄었다는 응답은 2.7%에 불과해 체감과 현실 모두 ‘고물가’ 현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가구 유형별로는 3인 가구의 지출 증가율이 48.6%로 가장 높았고, 연령별로는 50대 가구주의 응답률이 41.6%로 가장 높았다. 반면, 1인 가구(28.1%), 70대 이상 고령 가구(22.9%)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가구소득에 따라 식비 부담도 차이를 보였다. 월평균 소득이 100만 원 미만인 가구의 식비 증가율은 18.2%였지만, 600만 원 이상 고소득 가구에서는 43.9%로 약 2.4배 가까이 높았다. 맞벌이 가구의 식비 증가 응답률은 42.6%로, 비맞벌이 가구(41.9%)보다 소폭 높았다.
식비 증가의 주된 원인은 단연 ‘식품 가격 상승’(74.9%)이었다. 이어 ‘금리·에너지 비용 등 외부 물가 상승’(25.0%), ‘소비 품질 수준 변화’(21.7%)가 뒤를 이었다. 고령층은 식품물가 요인을 더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가공식품 74개 품목 중 53개 품목(72%)의 물가지수가 상승했다. 특히 ▲초콜릿(10.4%) ▲커피(8.2%) ▲양념소스(7.2%) ▲빵(6.4%) ▲라면(4.1%) 등 주요 가공식품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됐다. 오징어채는 31.9%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식물가와 함께 가정 내 식비 부담이 전방위로 커지고 있는 셈이다.
정부도 물가 대응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2차 비상경제점검 TF 회의에서 “라면 한 개에 2천 원 한다는데 사실이냐”며 “물가가 국민에게 너무 큰 고통을 주고 있다. 가능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정치적 불확실성과 수입 닭고기 AI 확산 등 다양한 요인이 가공식품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수급 관리 및 대책 검토가 진행 중임을 밝혔다.
응답자의 67.4%는 내년 식품 지출이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더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한 비율은 30.3%로 전년보다 5.2%p 하락했다. 이는 가계의 지출 여력 위축과 장기화된 고물가 피로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가격 상승이 지속되면 저소득층·고령층 중심의 식생활 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며 “물가 안정화와 함께 소득 수준별 맞춤형 식품 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