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천연·유기농화장품 인증 사라진다…8월부터 민간 자율로 전환

식약처 “규제 대신 자율”…현장선 “공신력 약화·표시 혼선” 우려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정부가 오는 8월부터 천연·유기농 화장품 인증제도를 공식 폐지한다. 정부가 인증 기준에서 손을 떼고 민간 자율에 맡기면서 일각에서는 "소비자 신뢰 확보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는 지난 26일 '천연화장품 및 유기농화장품의 기준에 관한 규정' 폐지를 행정예고했다. 이는 지난 1월 31일 공포된 '화장품법' 일부개정법률의 후속 조치로, 오는 8월 1일부터 해당 규정은 공식 폐지된다.

 

이번 고시는 그동안 천연 및 유기농 화장품에 일정 원료 기준과 함량 조건을 충족해야 정부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법 개정으로 해당 인증 제도 자체가 폐지되면서 고시 역시 사라지게 된 것이다.

 

국내 천연·유기농화장품 인증제도는 2015년(유기농), 2019년(천연)에 도입돼 유럽에 비해 약 10년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기업들이 식약처 인증을 받았더라도, 수출 시에는 프랑스 에코서트(ECOCERT), 독일 BDIH 등 글로벌 인증을 별도로 취득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돼왔다.

 

현재 국내 인증 품목은 109건에 불과해 COSMOS 등 국제 인증(380건)의 약 28% 수준에 그친다. 소비자 인지도가 낮고 인센티브가 적어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식약처는 “천연·유기농 화장품에 대한 정부 인증 제도 폐지에 따른 고시 정비”라고 설명하며, 앞으로는 민간 주도의 자율 인증 체계로 전환해 시장의 유연성과 산업 자율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천연’ 또는 ‘유기농’이라는 문구 사용 여부는 민간 인증 또는 표시·광고 관련 법령 기준에 따라 판단되며, 정부는 직접적인 인증이나 조사 권한을 행사하지 않게 된다.

 

한편, 식약처는 “고시 폐지 당시 이미 인증을 신청해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에는 종전의 규정을 따른다”는 경과조치도 명시했다. 즉, 2025년 8월 1일 이전에 인증을 신청해 심사 중인 천연화장품 및 유기농화장품은 기존 기준에 따라 인증 여부가 결정된다.

 

이는 업계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폐지 이후 새롭게 출시되는 제품들은 정부 인증 없이 민간 표시 기준에 의존해야 해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신뢰 확보에 새로운 기준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화장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기존에는 정부 기준에 따라 제품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천연’이란 용어를 누구나 자의적으로 쓸 수 있어 시장 혼란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소비자단체는 “정부가 최소한의 공신력 장치조차 내려놓았다”며, “자칫 라벨링 기준이 제품마다 달라질 경우 소비자 혼란과 허위·과장 표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 인증이 사라진 만큼 소비자 보호를 위한 표시·광고의 사후관리 체계 강화와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율 시장으로의 전환이 소비자 신뢰를 흔들지 않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