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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검스님의 사찰음식②> 수행자가 먹는 평화로운 밥상

불교사찰에서 먹는 음식은 기본적으로 채식 위주이며 최근 음식으로 인한 비만과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는 음식문화와 식습관에서 불교 사찰음식은 다이어트 음식 식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현대인들은 지나친 과식과 무절제한 식습관으로 체중이 늘고 몸이 비정상적으로 변형돼서 생활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에 푸드투데이는 동서고금의 불교지식에 해박한 보검스님을 통해 사찰음식에 대해 20편에 나눠 들어본다. 보검(이치란 박사)스님은 영국에서 유학을 했으며 현재 한국불교계의 국제 불교활동분야에서는 선두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석학이다.<편집자 주>    


건강에 좋은 웰빙 식단으로 채식위주의 저염 음식   
사라져가는 한식의 원형문화로서 가치 큰 건강식

 

한국사찰에서 먹는 음식이 일반 대중에게 각광을 받게 된 것은 사찰음식이 현대 한국인들의 식문화와 관련이 깊다. 한동안 우리는 육식을 너무 많이 먹다 보니 몸이 비대해지고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차츰차츰 알게 되었다. 물론 육식도 전연 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만 지나치게 과식하면 해롭다.

 

모든 음식이 다 마찬가지 논리다. ‘과유불식(過猶不食)’이란 말이 있듯이 너무 지나치게 과식하면 차라리 먹지 않는 것만 못하다는 뜻이다. 불교신자들은 일찍이 사찰음식에 대해서 알고 있었지만, 사찰음식이 일반대중에게 까지 어필하게 된 것은 템플스테이프로그램으로 사찰에서 머물면서 산사생활을 체험하는 기회를 갖게 된 데서이다.


사찰에 머물면서 가장 강렬하게 느끼는 것은 생활공간이나 문화가 속세의 삶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보통 우리가 느끼기에는 산사에 있으면 모든 것이 한가해 보이고 누구나 도인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모르지만 막상 산사에서의 생활은 그렇지 않다. 사람의 하루 일상이 먹고 자고 일하는 것인데, 절에서는 잠도 넉넉하게 자지 않으며 침대생활이 아니라, 구들장방의 장판 위에서 자야 한다. 또 먹는 것은 배불리 마음껏 먹는 것이 아니라 수행의 연장으로서 허기를 면할 정도의 채식위주의 음식을 취해야 한다. 

 
이런 산사의 생활문화는 어디까지나 절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에게 해당되는 생활방식이다. 매우 절제되고 최소한의 음식으로 주림을 달래면서 도통하여 부처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약식(藥食) 개념으로 먹었던 것이다. 그런데 일반대중에게 사찰음식이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사찰음식이 저지방, 저염 음식이란 점이다. 현대인들이 너무 많은 지방질 음식이나 짠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생기는 음식의 부작용을 생각할 때, 저당을 추구하는 사찰음식은 건강에 좋은 웰빙 식단으로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 사찰이 전부 이런 식의 식단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도시에 있는 사찰들이나 포교당에서는 깊은 산중의 사찰에서 먹는 채식위주의 식단이 아니며, 산중에 있는 사찰이나 암자라고 할지라도 모두가 이런 사찰 고유의 음식문화를 그대로 고수하고 있지는 않다. 대체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사찰들에서는 이런 한국사찰고유의 음식문화를 가능한 한 살려서 그대로 식단을 차리지만, 모든 사찰이 다 이런 식의 식문화는 아니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찰음식의 전통과 가치를 조명해서 사찰음식이 얼마만큼 현대인의 식문화에 접목하여 건강한 웰빙식이 될 수 있느냐 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시식을 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사찰음식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다 좋다고 볼 수는 없다. 고기가 없어서 못 먹는 영양실조의 사람에게 까지 사찰음식이 결코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대체로 과잉영양분의 음식을 섭취하고 단음식이나 짠 음식 등을 무차별로 먹어서 몸에 이상이 생기고 질병이 있는 분들은 사찰음식처럼 식단을 채식위주로 잘 짜서 수행자처럼 음식을 탐하지 않고 약처럼 먹는다면 음식으로 인하여 생긴 질병은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옛 날 절에서 음식을 먹을 때는 필히 오관게(五觀偈)라고 해서 식사 전에 다섯 가지를 생각하면서 음식을 먹었다. ‘① 이 식사가 있기까지 공이 얼마나 들었을까 ② 자기의 덕행이 공양을 받을 만한 것인가 ③ 마음을 지키고 허물을 여의는 데는 삼독(三毒)을 없애는 것보다 나은 방법이 없으며 ④ 밥 먹는 것을 약으로 여겨 몸의 여윔을 방지하는 것으로 족하고 ⑤ 도업(道業)을 성취하기 위하여 이 공양을 받는 것임을 관(觀)한다’는 생각 등이다
  

사람에게 주택이나 의복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먹는 문제이다. 먹는 문제도 경제적인 여유와 삶의 풍족함에 비례하여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보양식을 찾고 먹게 된다. 하지만 산사의 보양식과 속세의 보양식은 지향점이 다르다. 일반적인 보양식은 흔히 동물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말한다.

 

반면 사찰 보양식은 소화흡수율 최대화에 관심을 둔다. 사찰 음식은 먹고 돌아서면 배가 꺼져버려야 한다. 그러므로 사찰음식은 육류 대신 버섯과 양배추, 향이 강한 파·마늘 대신 천가(나팔꽃나물)를 넣어 맛을 낸다. 원래 사찰 음식은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만드는 손맛으로 먹지만, 이제 사찰음식도 상품화하여 현대인의 입맛을 고려해 오븐이나 전자레인지를 이용해서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퓨전' 사찰 음식을 개발하고 있다.
 

사찰 보양식을 보기(補氣)식품, 보혈(補血)식품, 보양(補陽)식품, 보음(補陰)식품 등으로 세분해서 개발하고 있다. 몸의 기가 허한 것을 보충해 주는 보기식품에는 인삼, 마, 잣, 감자, 고구마, 생강, 유자, 앵두, 매실, 포도, 개암, 수수, 찹쌀, 꿀 등이 있다.


보혈식품에는 연근, 가지, 시금치, 대추, 오미자, 복숭아, 토마토, 다시마, 미역, 국화, 당귀 등이 있다. 얼굴이 누렇고 입술과 손톱 발톱이 창백한 사람, 가슴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어지러운 사람에게 좋다. 양기가 모자라 허리와 무릎이 시큰거리면서 아프거나 힘이 없을 때 마늘, 부추, 미나리, 쑥, 산딸기, 호두, 팥, 조, 콩나물, 오갈피, 겨자씨, 삼씨 등의 보양식품을 먹으면 좋다.

 

음이 부족해 손과 발바닥, 가슴 속이 달아오르면서 계속 몸에 열이 나거나 마르는 사람, 식은땀이 나면서 입과 목이 마르고 맥은 약할 때 보음식품을 먹으면 좋다. 보음 식품에는 당근, 더덕, 무, 우엉, 토란, 상추, 질경이, 수박, 모과, 오이, 호박, 땅콩, 밤, 콩, 율무, 메밀, 옥수수, 참깨, 들깨, 두부, 버섯 등이 있다.
 

이제 사찰음식도 영양, 웰빙, 비타민, 무기질을 고려한 , 웰빙 식생활로 까지 발전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사찰음식의 고급화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것은 본래 사찰음식의 전통이나 취지에는 맞지 않는다. 사찰음식의 지나친 고급화는 또 다른 질병의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