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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검스님의 사찰음식-⑥> 사찰음식 관련 서적 다양

조계사 건너편 조계종 출판사 직영 불교전문서점 사찰음식관련 서적 진열
신라시대 원효스님, “배고프면 나무 열매를 먹어 주린 창자를 달래”라고 해

사찰음식에 관한 서적이 인기다. 대중들이 사찰음식에 관심을 갖는 것은 사찰음식에 대한 본질적인 의미보다는 건강식과의 관련성이다. 누차 언급하지만 사찰음식은 절에서 스님들이 수행하면서 겨우 주린 배를 달래는 정도의 일종의 끼니 해결이었다. 그나마 하루에 한번 만 먹는 사찰이나 암자도 많았다. 음식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수행자로서 식탐을 내지 않고 쓰러지지 않을 정도의 기운만 차리면 된다는 생각에서 음식에 대하여 집착하지 않았다.  
 

사실, 부처님 당시에도 출가 사문들은 하루 한 끼만 먹었다. 사문들은 가진 것 없이 무소유의 유행승려(遊行僧侶)들이었기에 걸식(乞食)으로 먹는 것을 해결했다. 걸식은 단순히 얻어먹는 다는 것을 넘어서 ‘보시(베풀다)’ 의 개념에서 출발한다. 인도에서는 불교만이 아닌 힌두교 자이나교 등에서 ‘다나(dāna)’라고 해서 영어의 기증(donation)을 뜻한다. 
 

이 ‘다나’란 산스크리트어 단어를 ‘보시(布施)’로 한역했다. 보시는 대승불교의 덕목·수행·실천을 통칭하는 6바라밀(六波羅蜜)가운데 하나이다. 바라밀(Pāramitā)은 완성(perfection)이란 뜻이다.
 

불교교리상으로, 바라밀은 미망(迷妄)과 생사(生死)의 차안(此岸:사바세계)에서 해탈과 열반의 피안(波岸:정토)에 이르는 것이며, 또한 이를 위해 보살이 닦는 덕목·수행·실천을 의미한다. 6바라밀은 보시(布施)·지계(持戒)·인욕(忍辱)·정진(精進)·선정(禪定)·지혜(智慧)를 말한다. 
 

《대지도론(大智度論)이라는 불교 논서에는 보시는 금전이나 의복. 식료 등의 물질적 보시가 있고, 불교의 진리를 설하는 법시(法施), 재난을 만나도 공포가 없는 무외시(無畏施)가 있다. 

 


그 밖에도 보시는 좋아하는 눈빛을 보여주는 것, 웃는 얼굴을 보여주는 것, 난폭하지 않는 부드러운 말씨, 몸으로 때우는 봉사, 부드러운 마음가짐, 앉는 자리 양보, 잠자리 제공 등이 다 보시에 속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문들은 점점 사원을 갖게 되고 좋은 음식과 좋은 의복 등의 공양을 받는 형태로 변하게 되고 한 때 사원은 엄청난 부를 축적하기 까지 했다. 인도나 중국에서 사원은 많은 토지와 종사원을 거느리는 재정적 부가 넘치기도 했는데, 결국 좋지 않는 결과를 가져왔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고려시대에 사원은 경제적으로 풍요했다. 사예(寺隸:寺奴婢)와 토지가 너무 많아서 지탄의 대상이 되었고, 결국 조선시대에 억불숭유(抑佛崇儒)의 정책으로 불교가 쇠퇴하는 지경을 맞고 말았다. 
 

이로 인하여 지금과 같은 사찰음식 식단이 형성된 것은 조선시대 사원이 산중중심이 되고 검소한 생활습관과 수행정신이 어울러져서 지금과 같은 사찰음식으로 정형화 되었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 사찰음식이 건강상의 이유로 뜨면서 사찰음식의 본의를 망각한 일부 몰지각한 분들은 사찰음식을 너무 상품화한 나머지 사찰음식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는데, 다시 사찰음식 본래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한국불교에서 절에 처음 들어가면 초심자들은 《초발심자경문》이란 책을 공부한다. 세 가지 책을 하나로 묶어서 합본한 것인데, 고려시대 보조 지눌스님의 <계초심학인문>, 신라시대 원효대사의<발심수행장>, 고려후기 야운 비구의 <야운자경서>를 말한다. 원효스님은 우리나라 남북국시대 통일신라 때 승려였다. 원효스님이 요석공주와 결혼하기 전, 수행자로서 진지하게 도를 닦을 때 출가한 수행자를 위하여 저술한 책이 <발심수행장 發心修行章)>이다.  


원효스님은 모든 부처님이 열반(涅槃)의 적멸궁(寂滅宮)을 장엄한 것은 한량없는 세월 동안 욕망을 버리고 고행 정진을 쌓은 때문이고, 중생들이 고해(苦海)의 불 속에 사는 것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때문이며, 입산수도(入山修道)한 모든 사람들이 큰 도(道)를 성취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애욕에 구속되어 실천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또한, 이 몸뚱이는 허망한 것이고 곧 무너질 것이므로 아무리 아끼고 보호해도 오래가지 않을 것이니, 세속에 대한 미련을 끊고 계행(戒行)을 철저히 지켜서 조사(祖師)가 되고 부처가 될 목표를 세워 정진하라고 하였다.


만약 계행을 깨끗이 지녀 지키지 못하면 타인의 지도자가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시주의 공양(供養)과 예배도 받을 수 없다고 하였다.


<發心修行章>가운데 음식관련 구절을 인용해 보면 “배고프면 나무 열매를 먹어 주린 창자를 달래고 목마르면 흐르는 물을 마셔 갈증 나는 마음을 쉬게 할 것이다.(飢餐木果하야 慰其飢腸하고 渴飮流水하야 息其渴情이니라). 좋은 음식과 사랑으로 이 몸을 기를지라도 반드시 허물어질 것이며 부드러운 옷을 입어 지키고 보호하더라도 이 목숨은 필연코 마침이 있을 것이다.(喫甘愛養하야도 此身은 定壞요 着柔守護하야도 命必有終이니라).

-중략-

 
모두들 밥을 먹어 주린 창자를 위로 할 줄은 알면서도 불법을 깨우쳐 어리석은 마음을 고칠 줄은 모르는가.(共知喫食 而慰飢腸호대 不知 學法而 改癡心이니라). 수행과 지혜를 모두 갖추는 것은 마치 수레의 두 바퀴와 같으며 스스로를 이롭게 하고 나아가 다른 이를 이롭게 하는 것은 마치 새의 양쪽 날개와 같다.(行智具備는 如車二輪이요 自利利他는 如鳥兩翼이니라). 시주를 받고 축원하면서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 역시 단월(시주 자)에게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得粥祝願호대 不解其意하면 亦不檀越에 應羞恥乎며). 밥을 얻고서 찬불을 하면서도 그 이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그 역시 성현에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겠는가?(得食唱唄호대 不達其趣하면 亦不賢聖에 應慙愧乎아).“라고 했다.
 

원효스님은 수행자가 도를 닦을 때는 음식에 집착하지 말고 오직 수행에만 전념해야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 같은 시대에는 원효스님의 말씀이 더더욱 절실할 때이다. 보통 사람들에게도 좋은 음식은 몸에 결코 이롭지 않다. 적당히 먹어야지 분별없이 마구 먹는다면 몸이 지탱되지 않음은 명확한 일이다. 사찰음식에 대한 다양한 책들이 집중되어 있는 곳은 조계사 건너편 지하에 있는 조계종출판사(사장 최승천) 직영 불교전문서점이다. 이곳에 가면 사찰음식관련 다양한 책을 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