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 씨(42)는 최근 대형마트를 찾았다가 장바구니를 채우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고기와 과일 몇 가지를 담았을 뿐인데 계산대에는 어느새 10만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 찍혔기 때문이다.
이 씨는 "전쟁 소식에 기름값만 걱정했는데, 쌀이며 고기며 안 오른 게 없다"며 “이젠 장보기가 겁난다”고 토로했다.
본지가 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KAMIS)를 바탕으로 4인 가족 저녁 상차림 비용을 분석한 결과, 주재료 몇 가지만으로도 식비 부담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우·밥·찌개…기본 식단만으로도 ‘고비용 구조’
4인 가족이 소고기 안심 구이에 된장찌개를 곁들이는 일반적인 식단을 가정하면 상황은 더 분명해진다.
한우 안심은 4월 2일 기준 100g당 평균 1만4352원으로, 600g 기준 8만6112원에 달한다. 사실상 메인 요리 하나로 8만 원을 넘는 수준이다.
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돼지고기나 수입육으로 눈을 돌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육 마릿수 감소와 환율 영향으로 대체재 가격까지 동반 상승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인 쌀 역시 부담이 커졌다. 20kg 기준 평균 가격은 6만2688원으로 평년보다 약 1만 원 높아 밥 한 공기의 원가도 상승했다.
된장찌개에 들어가는 대파(1kg 2688원)와 깐마늘(1kg 1만2471원) 등 부재료 역시 평년 수준을 웃돌며 ‘양념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후식 과일까지 더하면…“한 끼 10만 원 체감”
식사를 마친 뒤 곁들이는 과일도 부담이다.
사과(후지) 10개 가격은 2만 7569원으로 평년보다 8.5% 비싸고, 배(신고) 10개는 3만 6266원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4인 가족이 한 번에 2~3개씩 소비할 경우 과일값만으로도 약 1만 원 내외가 추가된다.
메인 식재료에 과일까지 더하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한 끼 비용은 10만 원에 근접한다.

채소는 ‘숨통’…그러나 체감물가 낮추기엔 역부족
일부 채소류는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배추는 1포기 4570원으로 평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양파(1kg 1,865원)와 당근(1kg 3,077원)은 평년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물가는 여전히 높다. 가격 비중이 큰 육류·과일·양념류가 동시에 상승하면서 채소 가격 안정 효과를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체감물가 더 뛴 이유
문제는 향후 물가 흐름이다.
2월 말 시작된 중동 정세 불안은 국제 유가와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지며 식품 가격 전반에 추가적인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수입 원재료 의존도가 높은 식용유와 사료, 가공식품 원재료 가격이 동반 상승할 경우 축산물과 외식·가공식품 가격으로 이어지는 연쇄 인상 구조가 현실화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신선란 수입 등 축산물 수급 안정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 부담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축 전염병, 사육 마릿수 감소 등 구조적 요인에 국제 정세 불안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누적되고 있다”며 “당분간은 마트 할인 행사나 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을 활용한 소비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