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까지만 해도 돈을 주고 물을 사먹는다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로 생각됐다. 88올림픽을 계기로 국내 시장에 소개된 생수가 1995년 시판이 허용된 이후, 국내 생수시장은 매년 10% 이상 고속 성장을 거듭해왔다. 13년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온 ‘제주삼다수’의 판매권이 농심에서 광동제약으로 넘어가면서, 연간 5500억원의 ‘물시장’을 놓고 벌이는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생수 시장 매년 10% 이상 고속 성장
우리나라 최초의 생수는 1976년 미군부대에 납품된 ‘다이아몬드 샘물’이지만, 시중에 공식 판매된 것은 1988년. 올림픽을 앞두고 방문한 외국인들이 국내 수돗물을 꺼릴 수 있다는 판단에 생수 판매가 일시적으로 허용됐지만 올림픽이 끝난 후 다시 생수·제조 판매는 금지됐다.
이에 반발한 생수업자들이 위헌법률심판을 청구, 승소하면서, 1995년 ‘먹는물 관리법’이 제정되고 생수 시판이 허용됐고, 이후 국내 생수 시장은 2007년 3900억원에서 2009년 5100억원, 지난해에는 5500억원대 시장으로 매년 10% 이상의 고속 성장을 거듭해 왔다. 현재 70여개 업체가 100여개 브랜드제품을 제조·판매하고 있고 그중 삼다수를 비롯한 6개 브랜드가 생수 시장을 이끌고 있는 상황이다.
생수시장은 용기 형태별로 배달용 생수인 대형용기(말통)와 페트병 시장으로 양분돼 있는데, 현재 국내 시장 판매량은 285만 톤으로 페트병은 41%인 118만 톤, 대형용기는 59%인 167만 톤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주5일제 근무 확산, 레저 및 야외활동 증가로 조만간 페트병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페트병의 경우 ‘삼다수’가 1998년 출시 이후 13년간 부동의 1위로 현재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고, 이어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가 20%대로 2위, 대형마트 자체상품(PB)이 8% 이하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농심, 삼다수 13년 장기독점
농심은 지난 1998년부터 제주도와 독점 판매계약을 맺고 제주도를 제외한 전 지역에 삼다수를 공급해 왔다. 삼다수의 원 판매제조원인 제주도개발공사가 삼다수 완제품을 생산해 육지까지 운송해주면 소매점까지 전달하는 역할을 맡아 왔다.
하지만 지난 10월 국감을 통해 제주도 외 지역의 삼다수 소비자가격이 공급가 대비 최고 3.37배나 비싸, 농심이 무려 13년 동안 별다른 노력 없이 매년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지난 2007년 이후부터는 매년 제주도개발공사와의 계약판매실적을 달성할 경우에 한해 이듬해 계약을 자동 연장해 왔는데, 2007년 말 계약판매실적을 달성하지 못했음에도 계약내용을 무시하고 2008년 다시 계약을 맺기도 해 봐주기 의혹까지 제기됐다.
생수시장 지각변동
이렇게 ‘제주도의 물이 농심의 영리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여론이 조성되자 제주도개발공사는 결국 지난해 유통업체를 바꾸기로 하고 올해 3월 광동제약을 새로운 위탁판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농심은 ‘이익보다 투자액이 더 많다’며 무효소송을 제기했는데, 1일 중재를 벌인 대한상사중재원은 농심에 오는 12월 14일까지만 삼다수를 공급하는 것과 소송비용은 농심이 부담한다는 판정을 내림으로써 제주도개발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농심의 계약 만료가 확정됨에 따라 오는 12월 15일부터는 제주도개발공사가 삼다수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대형할인점과 편의점을 맡고, 나머지는 제주에 600억~700억원의 발전기금을 내놓는 조건으로 4년간 유통사업권을 따낸 광동제약이 담당하게 됐다.
이에 농심도 이미 중국법인이 백두산 화산 광천수를 이용해 ‘백산수’라는 이름으로 중국 내에 판매하고 있는 생수를 다음 달 국내에 새로운 브랜드로 선보이며 매출 타격을 회복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롯데칠성음료 역시 지난 8월 생수 매출 2위 ‘아이시스’와 더불어 백두산 자연보호 구역 내 물로 만든 천연광천수 '백두산 하늘샘'을 내년 3월 국내 정식발매 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를 중국에서도 선보이며 내년 매출 100억원, 2017년까지 매출 1000억원 이상을 달성해 국내 1위 생수 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국내 생수 시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을 보이며 황금알을 낳는 시장이 된지 오래다. 생수의 1인당 평균 소비량도 2005년 19.5L에서 2010년 25L로 증가했고, 2014년 30.6L이상 늘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에는 ‘물시장’을 놓고 벌이는 기업들의 한판대결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