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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체험한 여고생 수의대 합격

홍천여고 이현주 '입학사정관전형'으로 건국대 수의학과 진학

“구제역으로 죽어가는 송아지를 살리지 못해 정말 미안했어요. 구제역의 공포를 몸소 느끼면서 수의사나 전문 검역관이 돼 동물 전염병 백신을 개발하고 진심으로 동물을 애정으로 보살피고 싶어요.”

 

지난겨울 전국을 휩쓴 구제역 사태를 몸으로 겪은 강원도 홍천여고 3학년 이현주(18·사진) 학생의 건국대 수의학과 합격 소감이다.

 

건국대는 14일 지난겨울 구제역이 창궐했을 때 학교도 가지 못하고 강원도 산골 추위와 싸워가면서 아버지와 방역작업을 벌이며 수의사의 꿈을 키워온 이현주 학생이 “2012학년도 건국대 수시모집 입학사정관전형(KU농어촌학생전형)에서 수의학과에 합격했다”고 전했다.

 

건국대에 따르면, 도시에서 먼 시골은 문화, 사회, 교육적 혜택이 적은 곳이지만 이현주 학생에겐 수의사의 꿈을 키워준 뿌리와도 같은 곳이다.

 

이현주 학생은 “아버지께서 축산업을 하시지 않았더라면 소들과 함께 지낼 수 없었고 동물에 대한 애정을 키워갈 기회조차도 없었을 것”이라며 “그렇기에 시골은 저를 송아지의 잉태와 출산을 지켜보며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꿈으로 인도해준 곳”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 이봉영(50)씨가 축산업을 하면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소여물을 주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주말과 방학 동안 소 우리 청소와 왕겨 뿌려주기, 주사 주기, 송아지 돌보기 등을 통해 소에 대한 애정을 키워나갔다.

 

지난 1월 마을 주변의 소가 구제역 사태로 살처분될 때는 한동안 학교에 가지도 못한 채 아버지와 매일 혹한 속에서 소 90여 마리를 지키기 위한 고된 방역작업을 벌여야 했다.

 

건국대 입학사정관실은 “이현주 학생은 꾸며진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자신의 순수한 내면이 드러나는 순박함과 동물을 사랑하는 진심이 돋보였으며, 학교의 교육프로그램이 전반적으로 우수하고 공교육 내에서 교내외 활동에 충실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고 밝혔다.

 

이현주 학생은 “졸업하면 수의사가 되는 게 목표지만 구제역의 공포를 현장에서 느낀 사람으로서 전문 검역관으로 일해 볼 생각도 있다”면서 “수의사가 되든, 검역관이 되든 제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동물을 애정으로 보살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성일 홍천여고 교장은 내신 2등급 초반인 이현주 학생이 성적만으로는 건국대 수의학과 진학하기 힘들었다면서 “하지만 소에 대한 사랑과 수의사가 되려는 의지가 확고한 데다 이미 이를 위한 준비를 해온 게 입학사정관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