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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세계화 내년예산 '반도막' 위기

정부예산안 올해보다 75억 준 236억…일부 의원 50억 이상 삭감요구

농식품 수출을 늘리고, 국가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지난 3년간 진행해온 ‘한식세계화사업’이 최대 위기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농산물가격안정기금(농안기금) 가운데 정부가 마련한 한식세계화사업 예산안에 대해 국회 농림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견해차가 커 예산 심의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푸드투데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한식세계화사업 예산안으로 236억4900만원을 책정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는 올해 예산 311억5000만원보다 75억원이 줄어든 액수다.

 

정부의 올해 한식세계화사업 예산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니, 한식당 경쟁력강화 예산을 올해 138억원에서 내년 69억원으로, 한식세계화 인프라구축 예산을 66억원에서 56억원으로, 한식홍보사업 예산을 66억5000만원에서 62억4900만원으로 각각 삭감했다.

 

다만, 전문인력 양성 예산은 올해 41억원에서 내년 49억원으로 8억원 증액했다.

 

이는 신규사업 17억원을 포함해 현장 수요가 많은 인력양성은 8억원 증액하지만, 플래그십 한식당 운영 예산을 50억원에서 전액 삭감하는 등 나머지 사업에서 100억원을 줄인 것이다.

 

정부의 내년 한식세계화사업 예산안에 대해, 이를 심의하는 국회 농식품위 위원들은 여야를 불문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강석호 한나라당 의원과 김우남 민주당 의원은 내년 예산안 236억원에서 소폭 증액을 요구하는 반면, 성윤환·김성수 한나라당 의원과 김효석·송훈석·정범구 민주당 의원 등은 더 줄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증액을 요구하는 강석호 의원은 조리인력 교육이 중요하므로 이와 관련된 사업을 확대하고, 한식 관련 콘텐츠도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강 의원은 특히 한식세계화를 앞당기기 위해선 경쟁력 있는 업체가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우남 의원도 세계자원보전총회(WCC)와 연계한 세계한식문화축제 지원이 필요하다며 7억원 증액을 요구중이다.

 

이에 반해 나머지 농식품위 위원들은 감액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효석 민주당 의원과 성윤환 한나라당 의원은 예산집행실적이 부진하고, 프랜차이즈 해외진출 지원은 한식세계화와 거리가 먼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감액이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다.

 

송훈석·정범구 민주당 의원은 더욱 강경한 주장을 펴고 있다. 두 의원 모두 수혜자격 여부에 의문이 있는 카페베네, 롯데리아, CJ제일제당, 대상 FNF의 해외진출 지원예산 감액을 주장하는 것이다.

 

송훈석 의원은 과도한 홍보비 집행, 유사중복사업 등을 고려해 한식세계화사업 예산을 지난해 수준(241억원)으로 감액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정범구 의원도 예산집행 부진, 대기업 지원, 과도한 홍보 등 실제로 눈에 보이는 사업성과가 거의 없는 한식세계화 예산을 삭감해 내년 예산안에서 56억원 이상을 더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의원의 요구처럼 정부가 마련한 내년도 한식세계화사업 예산안 236억원에서 52~56억원 이상을 삭감할 경우 내년 한식세계화 예산은 올해 예산 311억에 견줘 반도막이 날 수도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한식세계화사업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는 농식품위 소속 여야 의원들의 소폭 증액 요구와 삭감 요구 모두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한식세계화사업은 이제 조금씩 성과가 나오는 단계로, 장기적 안목에서 꾸준히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은정 농식품부 외식산업진흥과장은 “우리는 정부예산안 중 내년부터 시작하는 우수외식업지구 관련예산을 12억원에서 60억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우수외식업지구를 지정하고 컨설팅 등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려면 12억원으로 크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머지 사업은 정부예산안대로 결정됐으면 한다”면서 “한식세계화사업이 3년차가 되면서 눈에 보이는 성과들이 나오고 있는데, 올해보다 25% 이상 준 내년 예산안에서 일부 의원 요구대로 50억 이상 더 삭감한다면 사업 자체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내년도 한식세계화사업 정부예산안보다 증액을 요구하는 강석호 의원도 “최근 케이팝(K-POP) 등 한류열풍을 최대한 활용하고, 한식조리인력 교육 확대 등을 위해선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강 의원은 “한식홍보는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우리 식문화를 알려 우리 국민 전체에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이며, 한식재단은 민간의 전문성 및 창의성을 활용해 한식세계화를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설립한 단체”라며 꾸준한 지원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한편, 국회 농식품위는 오는 14일(월) 다시 한 번 더 한식세계화사업 예산안을 심의할 예정이다.